[디트의눈] 선출권력 대체할 수 없다면, 미뤄두는 게 차선

권선택 전 대전시장. 자료사진

대전 주요 현안사업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지난 14일 대법원 확정판결로 시장직을 잃고 난 뒤, 시청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는 질문이다. 특히 찬반논란이 뜨거운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갑천 호수공원 친수구역 사업 등 ‘대전의 3대 갈등사업’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대전시는 ‘지속적인 사업 추진’을 공언한 상태다. 권 전 시장 부재로 의사결정의 최고책임은 이재관 행정부시장이 맡게 됐다. 이 부시장은 14일 언론브리핑에서 “권 시장이 해왔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현안에 대한 결정은 실·국장들과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대전 시정 ‘초유’의 시장공백 사태를 ‘관료들의 집단지도체제’로 극복하겠다는 것인데, 달리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리형 사업이 아니라 이른바 ‘갈등사업’을 관료들이 계속 밀어붙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권 전 시장이 시민사회 반발에도 불구하고 각종 개발사업을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이라는 자리에 ‘선출권력의 정당성’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관료는 대의적 권한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한 뒤 책임을 지는 존재가 아니다. 정당한 선출권력의 의지를 실행하고 집행하는 임무를 수행할 따름이다. 대전에 ‘집단지도체제’가 필요하다면 의회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도맡는 것이 옳다. 이들이 최소한 정당성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또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뛰어넘을 만한 사안이 못된다.  
 
인간적 연민을 내려놓고 보면, 떠나는 권선택 전 시장의 발언 역시 매우 부적절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는 15일 이임식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월평공원 사업, 갑천 친수구역 사업을 거론하며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100점짜리 정책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업”이라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이 3대 갈등사업에 대해 애착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줬을 뿐, 결과적으로는 남아 있는 공직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결과로 작용할 것이다. ‘공직’이라는 자리가 자신이 믿고 따랐던 ‘윗분’의 뜻을 따르는 자리인지, 시민이 부여한 대의권력에 복무하는 자리인지는 권 전 시장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터. 대의권력의 정당성을 잃은 권 전 시장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치고는 ‘과욕’을 뛰어넘는 초라함으로 읽힌다.   

떠나는 권 시장을 배웅하러 나온 대전시 공직자들은 하나같이 침울한 표정으로 그의 퇴장에 인간적 연민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참, 고생하셨다. 어디에 계시든 건강하시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권 전 시장에 대한 비판기사를 쏟아냈던 기자 또한 그 순간만큼은 같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시민의 공기(公器)라면 공과 사를 좀 더 냉철하게 구분해야 한다. 당장 대전의 3대 갈등사업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가 큰 숙제로 남았다. 지금 현 단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결정권자의 부재’다. 이 결정권한을 누가 어떻게 행사하는 것이 정당한지 먼저 논의해야 한다. 뚜렷한 대안이 없다면, 차기 시장이 결정할 수 있도록 미뤄두는 것이 옳다. 7개월 빨리 가려다 대전의 100년을 해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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