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정치적 입신보다 도백으로 '유종의 미' 거둬야


제목부터 본 사람들은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의문을 품을지 모르겠다. 선거법을 어겨 시장 직을 잃은 전직 대전시장에게 충남의 도백이자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안희정 지사가 배울 게 무엇이겠냐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지난 9일 ‘국비 확보 사활 건 권선택과 느긋한 안희정’이란 기사를 썼다. 이젠 자연인 신분인 권 전 시장과 사실상 마지막 도지사 임기를 수행 중인 안 지사의 예산 정국 행보를 비교했다.

"안 지사는 쇼 안 한다"는 충남도 공무원의 말

기사 이후 충남도 관계 공무원들로부터 수 차례 전화를 받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기사에 대한 서운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중 일부는 충남도와 안 지사가 한 노력을 왜 몰라주느냐고 노골적으로 따졌다. 그동안 안 지사가 국비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설명도 없던 사람들이다.

“충남도정에 참 관심이 많은가보다”는 비아냥거림은 참을만 했다. 하지만 한 고위급 공무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해하기도, 애써 참기도 어려웠다. “단체장들이 국회 올라가서 사진 찍고 보도자료 뿌리는 것 다 쇼 아닙니까. 저희 지사님은 쇼 같은 건 안합니다.”

안 지사는 쇼를 안 한다? 그럼 대선에 나간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국회를 오르내렸던 열 달 전 행보는 어떻게 설명할건가. 이후에도 며칠간 몇 명의 공무원들 전화가 더 걸려왔다. 기사에 대한 항의인지 앞으로 잘하겠다는 다짐인지 모를 말들로 어르고 달래더니 “밥이나 먹자”로 끝났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했다. 마침 또 걸려온 전화는 친분 있던 공무원이었다. 웃으며 눙쳤다. “선배님이 6번(여섯 번째)입니다. 지사님한테 다들 엄청 깨졌나 봐요.”

2년 전 안 지사에 보낸 편지 다시 꺼낸 이유

꼭 2년 전이다. 안 지사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다음은 그 편지 내용 중 일부분이다. ‘진정한 예산 로비는 공개적으로 자료를 뿌리고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예산을 따왔다면 타 지역은 충남보다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진 않았을 겁니다. 충남도를 위한 일보다 지사님 개인의 정치적 행보에 치중한다는 주변의 지적과 견제를 간과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권선택 전 시장은 사실상 ‘정치적 사형’ 선고를 받기 전까지 국비 확보에 애썼다. 일주일 간격으로 국회에 올라와 예결위원장도 만나고, 예결위 여야 간사도 찾아갔다. 그것이 설령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도 누구하나 그의 행동에 손가락질할 사람은 없다.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다.

들리는 말로는 권 전 시장은 대법원 판결 전 자신의 낙마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시정과 시민을 위한 시장으로서 책무를 수행했다.

사실상 마지막 국비 확보전, '선언' 아닌 '행동' 보여줄 때

바로 안 지사가 배웠으면 하는 점이다. 안 지사도 어쩌면 올해가 도지사로서 마지막 국비 확보 활동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 출마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다. 지역 정·관가에서는 안 지사가 내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세간의 이목은 안 지사가 어느 지역으로 출마할 것이냐에 쏠려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안 지사는 “도지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럼 지금 안 지사가 도지사로서 해야 할 일은 ‘선언’이 아니다. 도민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행동’이다.

충남에 한 푼이라도 나랏돈을 더 가져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회에 와서 ‘쇼’를 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적어도 안 지사와 충남도 실무진이 국비 확보를 위해 정말 열심히 뛴다는 사실을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우리 지사님은 만날 국회에서 살다시피 해요”라는 수화기 너머 공무원의 말을 ‘진실’로 믿게 해 달라는 말이다.

권 전 시장은 ‘불명예’ 꼬리표를 달고 퇴장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떠날 때를 아는’ 안 지사는 그래서 더더욱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그래야 도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도백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또 그래야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할 자격이 생긴다. 2년 전 편지 마지막 문장으로 글을 마친다.

‘후일 대통령이 되던, 평범한 민초로 돌아오든 시대의 역사 속에서 "언변보다 일 잘한 충남도지사"란 소리를 듣기를 간구합니다. 도백으로서의 진중함과 가볍지 않은 처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늘 건승하시고, 충남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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