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고는 마른 침을 삼킨 다음 주변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호해 공자를 태자로 책봉하고 시황제의 장례가 끝난 뒤에 그를 2세 황제로 옹립하는 것이옵니다.”

“그것은 말도 안 되오. 어떻게 장자를 뒤로하고 순위에도 없는 차자를 태자로 책봉한단 말이오.”

이사가 즉시 받아쳤다.

“안될 일도 없사옵니다. 승상께서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될 일이지요.”

조고가 눈을 똑바로 뜨고 이사를 주시하며 말했다.

“나는 그렇게는 할 수 없소. 죽음이 두려워 불충을 저지른단 말이오. 역사에 새겨질 죄 값을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런 마음을 드시는 게요. 당치도 않는 말이외다.”

이사가 펄쩍뛰며 말했다.

“그럼 죽음밖에 없지요. 지금 당장 부소 공자께 이 사실을 알리오리까? 그래서 죽음을 맞으시겠나이까?”

조고가 다그치듯이 말했다.

“이미 호해 공자께서도 그것을 승낙하셨사옵니다. 그리고 시황제 폐하의 칙령도 만들었사옵니다.”

조고는 자신의 품에 숨기고 있던 시황제의 칙령을 이사 앞에 내려놓았다.

그것을 보는 순간 이사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사는 하늘을 향해 탄식하며 흐르는 눈물을 애써 삼켰다.

졸지에 역사의 죄인이 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가 답답했다. 조고의 말처럼 살기 위해서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는 바닥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조고의 뜻에 동의했다.

 

승상의 내락을 받은 조고는 곧바로 평대관 내실로 돌아와 심복으로 따르는 내관 두 명만을 내실에 들게 한 다음 시황제의 시신을 수습했다. 염을 하고 황포로 그것을 단단히 감쌌다. 그리고 시황제가 입고 있던 옷을 내관 가운데 덩치가 큰 자에게 입혔다. 그에게 황궁으로 돌아가는 동안 절대 입을 열어서는 안 되며 신하들이 문밖에 입시하면 고개만 끄덕이라고 일렀다. 그리고 누구도 입을 연다면 곧 죽음밖에 없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시황제의 시신은 다른 마차에 옮겨 실었다. 그리고 보공대신에 소금으로 관을 채웠다. 날이 밝기 전에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염장 생선을 구하여 함께 싣도록 하였다. 시황제가 염장 생선을 좋아하여 현지의 생선을 구해 돌아간다는 명분을 앞세우도록 했다.


폭염이라 시황제의 시신이 썩어들면 그 냄새를 숨기기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음날 날이 밟자 내실에 조반을 올리고 곧바로 함양궁으로 마차를 몰았다.

승상과 이사 그리고 공자 호해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했다. 황제의 마차 옆에는 경호를 담당하는 부사와 공거사마령을 밀착시켰다.

몸져 누웠던 시황제도 거뜬히 자리에서 일어난 모습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하여 함양궁으로 향하는 말에 채찍을 가했다.

시황제가 타고 있던 마차에는 같은 옷을 입은 내관이 앉아 평소와 다름없이 창문너머로 백관들의 문안을 받았다. 날마다 음식이 드나들었고 탕약과 보약이 올려졌다. 그것은 깔끔하게 치워진 채 빈 그릇으로 나왔다.

문무백관들이 새롭게 시황제의 승인을 받아야 할 일이 있어 주청을 올리면 승인이 떨어졌다. 따라서 누구도 시황제가 건강을 회복한 것 외에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의심치 않았다. 도리어 시황제가 평대관에서 하루 밤을 유숙한 뒤로 건강을 회복함으로써 천대 만대 황권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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