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 파기자판, 상고 기각...권 시장측 무죄 기대

지난 2014년부터 권선택 대전시장을 옥죄온 재판이 오는 14일 마무리 될 것인지 지역 사회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권 시장에 대한 판결 선고를 오는 14일 오전 10시 10분 2호 법정으로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이날 재판 결과에 따라 권 시장의 운명은 판가름된다. 무죄가 되면 계속 시장직을 유지함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유죄로 인정되면 판결과 동시에 시장직은 정지되고 행정부시장이 권한대행으로 시정을 이끌게 된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도 물거품된다.

아마도 지금쯤 판결문 작성이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소부에서 판결이 진행된다는 것은 주심 대법관과 소속된 3명의 대법관 의견이 일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이견이 있었을 경우 2년전처럼 전원합의체에 회부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대법원은 사실심인 1심과 항소심과 달리 원심(이번 사건의 경우 파기환송심)의 판단이 적절했는지 여부만 판단하는 법률심이다 보니 특별한 변론이나 재판 과정없이 판결이 선고된다. 권 시장 상고심도 변론 과정없이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또 한번의 파기환송? 대전고법에서 또 다시 심리해야

대법원이 내릴 수 있는 판단은 3가지로 압축된다. 그 중 첫번째가 파기환송(破棄還送)이다. 파기환송은 이미 권 시장이 경험한 바 있다.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돼 1심과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뒤 권 시장과 검찰이 모두 상고해 2015년 7월 31일 대법원에 상고됐다.

당시 사건은 대법원 제2부에 배당됐다가 대법관들이 합의를 이루지 못해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지난 해 3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뒤 같은 해 6월 16일 공개변론을 거칠 정도로 심도깊은 논의 끝에 최종 판결이 이뤄졌다. 공직선거법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였지만,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다시 심리하라는 의견과 함께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이란 원심의 판단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권 시장은 지난 해 8월 26일처럼 파기환송을 기대하는 눈치다. 당시 정치자금법에 대해 재심리를 요청하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이번은 정치자금법에 대해서만 파기환송심에서 다뤄졌기 때문에 또 다시 정치자금의 재심리를 요구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또 한번의 파기환송은 지난 해의 경우처럼 추가적인 시간이 또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8월 2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파기환송한 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대전고법 제8형사부에서 또 다시 정치자금법에 대해 심리를 벌였고 올 2월 16일 판결이 이뤄지기 까지 6개월 가까이가 흘렀다. 그리고 파기환송심 결과에 대해 권 시장측이나 검찰이 모두 상고해 10개월만에 판결된다.

대법원 파기환송 이후 파기환송심과 또다시 상고에 따른 대법원 판결까지 총 1년여가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는 14일로 예정된 두번째 대법원 판결에서 파기환송은 어느 누구에게나 도움될리 없는 판단이다.

권 시장측이 기대하고 원하는 파기자판..가능성은

대법원의 판단 중 두번째는 파기자판(破棄自判)이다. 파기자판의 법률적 해석은 상소심 법원이 상소이유가 있다고 인정해 원심판결을 파기한 뒤 파기환송하지 않고 사건에 대해 스스로 재판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파기환송심에서 정치자금법에 대해 유죄로 판단해 징역형(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을 파기하고 무죄로 선고한다면 그것이 파기자판이 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권 시장이 김종학 전 보좌관 등과 공모해 정치활동 목적으로 사단법인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이라는 단체를 설립하고 67명으로부터 특별회비 명목으로 약 1억 6000만원을 기부받아 포럼 활동경비 등으로 사용했는지 여부인데 법원이 이를 모두 인정하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권 시장측은 파기환송심의 결과가 잘못됐다며 대법원에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실제 지난 2월 28일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돼 4월 6일 주심 대법관과 재판부가 배당된 이후 권 시장측은 변호인인 법무법인 태평양과 이기영 한상연 변호사를 통해 무려 10여차례에 걸쳐 상고이유서와 상고이유보충서 등을 제출했다. 이 중에는 권 시장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00여명이 연명한 탄원서도 참고자료 형태로 제출됐다.

판결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때마다 권 시장측은 상고이유보충서나 참고자료 등을 제출하면서 재판을 지연시켰다는 오해를 불러왔다. 상고이유서만 제출한 검찰측과 상반된 모습이다. 피고인 입장에서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로 보여진다. 때문에 권 시장측은 파기자판을 강하게 희망하는 모습이다. 권 시장측 한 인사는 "충분히 자판을 통해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지역 법조계 일각에서는 형사재판에서 대법원이 자판하는 경우 흔치 않다고 보고 있다.

권 시장과 검찰 상고 기각...판결 동시에 직무 정지

대법원이 내릴 수 있는 판단 중 마지막은 검찰이나 권 시장측의 주장 모두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고 기각'이다. 파기환송심이 지난 2월 16일 징역형을 선고하고 권 시장은 5일 뒤에 변호인을 통해 대전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검찰도 권 시장이 상고장을 제출하고 이틀 뒤 상고장을 제출했다.

권 시장측은 상고이유서에 대략 2가지 정도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의 파기 취지를 따르지 않은 점과 사실 오인 및 왜곡이 그것이다. 권 시장측은 당시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이 대선을 겨냥해 포럼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포럼들이 연구기관이 아니라 정치활동을 하는 조직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파기환송심 판결대로라면 포럼 운영 경비를 대선 후보 개인의 비용으로 모두 부담하지 않는다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인 셈"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검찰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등에 대해 상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됐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대법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오류가 있다며 상고한 상태다.

만약 대법원이 권 시장과 검찰측 모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한다면 판결과 동시에 권 시장은 직무가 정지된다. 권 시장 입장에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판결인 셈이다.

14일 오전 10시 10분 대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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