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해는 더욱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조고가 손으로 진정할 것을 이르며 심호흡을 하도록 유도했다. 그제야 숨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그러하옵니다. 황제폐하의 유서는 조정의 정식 공문인 새서이기에 낭중령인 소신이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옵니다. 따라서 행부새를 찍을 때까지 소신이 소지할 생각이옵니다.”

호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사옵니다. 유서에 부소 공자가 함양궁으로 돌아와 시황제 폐하의 장례를 준비하라고 적혀 있사옵니다.”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는 말입니까? 당연히 형님께서 장자이시니 환궁하시어 장례를 준비하셔야지요.”

호해가 순진하게 말했다. 순간 조고는 답답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가 순진할수록 자신의 운신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간사한 마음이 스쳤다.

“맞는 말씀이옵니다. 하지만 부소 공자께서 환궁 하시면 공자님이 어찌 되시는지 알고 하시는 말씀이옵니까?”

“내가 어찌된단 말이오?”

호해는 눈을 똑바로 뜨며 조고를 뚫어지게 들여다봤다.

“죽음입니다. 부소 공자께서 환궁하시면 공자님은 물론 저와 승상 등 거의 대부분의 신하들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옵니다.”

조고는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부소 공자가 변방으로 내몰리는데 모두 찬동했기 때문 이지요. 더욱이 부소공자께서는 자신을 중심으로 한 군신들을 발탁하실 것이고 아울러 경쟁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공자님을 제거하실 것은 뻔 한 이치이옵니다.”

“형님께서 왜 나를 제거한단 말이오?”

“모르시는 말씀이옵니다. 권력은 부모 자식 간에도 나누지 않는 속성이 있사옵니다. 시황제께옵서 태자를 책봉치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사옵니다. 그런데 하물며 형제와 나누기를 바란단 말이오니까. 말도 안 되옵니다.”

“그럴 리가 있소이까?”

“역사를 돌아보십시오. 형제 중에 한분이 제왕에 오르면 다른 형제들은 죽음을 당하였나이다. 왜 그 이치를 깨닫지 못하나이까?”

호해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겠소?”

호해는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조고의 말에 바짝 긴장하며 다가앉았다. 그제야 마른침을 삼키며 조고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호해 공자님께서 2세 황제에 오르셔야지요. 다른 것은 소신이 알아서 하겠나이다. 그 점만을 윤허하여 주십시오.”

호해는 벙벙한 표정으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시황제의 령을 거스른다는 것은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 더욱이 그것을 뒤집는 다는 것은 큰 두려움이었다. 호해는 입을 열지 못하고 조고 만 바라보고 있었다.

“윤허하여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죽음뿐이옵니다. 그리고 신만 믿고 다른 염려를 거두십시오.”

조고는 여러 차례 호해가 허락할 것을 독촉했다.

호해는 명확한 분간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조고가 다시 입을 열었다.

“소신이 별다른 말씀을 올리기 전까지 당분간 시황제 폐하의 붕어에 대해 입 밖에 내서는 아니 될 것이옵나이다. 그 점을 유념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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