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오덕 전 대전일보 주필

빙그레 출신으로 프랜차이스 연습생신화를 탄생시킨 천안 북일고 출신 한용덕(52) 두산베어스 수석코치가 고향으로 금의환향해 마침내 한화이글스 감독으로 취임했다. 한 감독과 함께 원조 연습생 신화 장종훈(롯데 코치)도 수석코치로 영입됐다. 또 송진우(세광고 졸)와 강인권(대전고 졸), 전형도 등 팀 전성기를 이끌었던 스타출신 코칭스태프의 대거 합류로 팬들의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한 감독은 3년 전 김응룡 감독의 후임으로 강력하게 거론됐으나 야신 김성근의 무게에 밀려 발탁되지 못했다. 당시 구단에서는 그룹 고위층에 한 감독을 김응룡 후임으로 결재를 올렸으나 막판에 뒤집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엔 김성근 감독이 도중하차하자 모그룹은 한 감독을 일찌감치 점찍어 놓았다. 다만 한용덕 감독 소속인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따라 발표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

한용덕을 감독으로 임명한 것은 17년 간 한화에서 선수와 코치생활을 한 레전드인데다 화려하진 않지만 정상급 선수로 코치, 프런트를 두루 거쳐 폭 넓은 지도자경험을 쌓아온 게 점수를 땄다. 무엇보다 동아대를 중퇴하고 트럭운전사를 전전하는 등 어려움을 이겨내고 연습생으로 한화에 입단, 정상급투수로 발돋움한 것을 높이 샀다. 말수가 적고 성실성이 돋보이는 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감독은 프로통산 120승에 3.54의 방어율을 기록하는 등 한국프로야구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 완봉승 16회와 완투 60회(완투승 41회)는 그의 팀 공헌도와 진면목을 보여준다. 더욱이 그는 두산에서 수석코치를 역임하며 3년 간 두산을 우승 2번, 준우승 한 번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지난해 두산의 ‘판타스틱 4'(니퍼트 보덴 장원준 유희관 등 막강 선발진 4명)를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장종훈 수석코치는 고졸 연습생신화를 창조한 기린아다. 이글스 창단과 함께 입단한 그는 90년-92년까지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고 한해 40홈런(92년 41개)이상을 때려 '40홈런' 시대를 연 주인공. 롯데타격코치를 맡아 팀을 타격의 팀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진우 코치역시 한화 한 팀에서 210승 103세이브에 3.51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1999년 한화우승의 원동력인 된 레전드. 한 감독은 취임식에서 "임기 내에 우승에 도전하는 팀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또 외부 FA(자유계약선수)는 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자신의 목표라기보다 구단의 목표라 할 수 있다. 이제까지 한화는 수많은 FA를 잡았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 잡은 수많은 FA중 돈 값을 한 선수는 극 소수였다. 엄청난 돈을 쓴데 비해 성과는 극히 미미했다.

외국인선수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만 봐도 타자 로사리오는 제 몫을 했지만, 180만 달러의 오간도나 150만 달러를 주고 데려온 비에누에바는 잦은 부상과 성적부진으로 제 역할을 못했다. 사실 얼마나 팀에 기여하는 용병을 데려오느냐가 성적을 크게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두산을 가볍게 꺾고 우승한 기아타이거즈는 헥터(20승5패)와 팻딘(9승7패) 두 용병이 29승을 합작, 제몫을 했다. 반면 한화는 거액을 주고 데려온 오간도(10승5패)와 비에누에바(5승7패) 두 용병이 합해 15승에 그쳐 실망감을 줬다. 합작 20승은 기본으로 해줬어야 했다. 그 정도의 돈을 들였으면 한 명은 적어도 15승 이상은 올려야 기대를 충족할 수 있다. 외부 FA영입은 더욱 실망스럽다. 거액을 들여 잡아온 수많은 FA 중 몸값을 한 선수는 2-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부상과 성적부진으로 돈만 허비했다. 

따라서 신임 한용덕 감독에 떨어진 사명감은 남달라야 한다. 당장의 성적보다 최근 10여 년간 하위권을 맴돈(2006년 2위 제외) 이글스 구단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심도 있게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인식으로부터 한대화, 김응룡, 김성근에 이르기까지 전임감독의 선수단 운영과 FA영입, 선수 트레이드, 신인선수 지명, 용병선수영입, 신인육성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필자는 돈만 엄청나게 퍼부은 전임 김성근감독의 FA선수 영입은 정근우와 정우람 정도를 제외하곤 실패했다고 본다. 대부분 나이가 많은데다 부상을 밥 먹듯 해 제대로 활용을 못하였다. 특히 이번 코리안 시리즈에서 기아의 우승에 크게 기여한 투수 임기영(24세 8승6패 방어율 3.65))은 장래가 촉망됐는데 한화가 FA 송은범(33세 0승4패 방어율 6.50)의 보상선수로 내주어 더욱 안타깝다.

기아의 백업포수 한승택(23세)역시 장래가 촉망되는 수비형포수인데 한화에서 버려 기아로 갔다. 물론 트레이드나 보상선수는 음양이 있게 마련이나 한화는 번번이 손해 보는 장사를 많이 해 이해가 안 갔다. 우승전력이 안 되는 한화가 지나친 우승강박증에 걸려 무리하다보니 기량이 떨어진 선수, 이미 한 물 간 선수, 부상을 밥 먹듯 하는 선수를 옥석구분 없이 데려와 실패를 자초한 게 아닐까?

올해 우수 선수들이 FA시장에 많이 나와 있는데 한화가 무분별한 FA전선에서 철수할 것임을 천명한 것은 잘 한 일이다. 한화 역시 정근우와 이용규 등 4명이 FA시장에 나와 있지만 과한 요구를 할 경우엔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비싼 FA 대신 젊은 유망주를 보상선수로 잡고 내부 유망주를 키울 일이다. 김성근감독 하차 후 오선진 이종훈 김원석 등 우수자원이 얼마나 많이 발굴되었는가?

한 감독은 우승에 너무 욕심 부리지 말아야 한다. 전력이 안 되는데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다. 1,2군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우수 신인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게 선결과제다. 신인가운데는 잠재력 있는 우수자원이 많이 있다. 다른 팀의 보상선수, 또는 트레이드에 힘을 쏟아야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창단 55년 만에 우승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선수육성과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강화를 벤치마킹하자.

감독이 바뀌었다고 금방 성적은 올라가지 않는다. 다만 팀 분위기가 바뀌고 새로운 팀 운영은 팀을 활력 넘치게 한다. 한 감독이 먼저 할 일은 빠른 시일 내에 이글스를 정상에 올려놓으려는 욕심보다 우수신인을 발굴하여 세대교체로 팀을 젊게 만드는 리빌딩이다.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우수용병확보와 투수력향상은 현재의 '타고투저' 상황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점 두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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