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학기술대학교 동방관 1층에 들어선 KEB하나은행 자동화기기

대전시 서구가 토지구획정리사업을 벌여 정비한 복수지구는 지난 2005년부터 아파트촌이 형성돼 입주 12년차에 접어들었다. 4블록에 금성백조 예미지, 현진에버빌, 계룡리슈빌, 중흥S-클래스 등의 단지가 들어서 있다.

서부경찰서 맞은편에 자리잡은 복수동주민센터 주변으로도 계룡아파트, 삼익목화1차, 삼익목화 2차, 오량마을마루미 등 아파트촌이 형성돼 있다.

그러나 지역을 대표하는(?) KEB하나은행 지점은 예나 지금이나 복수동(10월 31일 기준 2만 1219명 거주)에는 없다. 대전과학기술대 동방관 1층에 KEB하나은행 자동화기기 1대만 있을 뿐이다.
 
복수교 건너 2만 9300여 명이 거주하는 중구 산성동에도 KEB하나은행 지점을 찾아볼 수 없다.

대전시는 31일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고 1금고에 KEB하나은행, 2금고에 NH농협은행을 선정했다. 대전시금고 유치에 공을 들여 온 KB국민은행은 또다시 분루를 삼키게 됐다.

KEB하나은행은 대전시금고를 장기독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KEB하나은행은 1998년 6월 퇴출은행으로 확정된 충청은행을 인수한 후부터 지금까지 대전시금고 운영권을 독점하고 있다.

4년만에 다시 벌어진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의 대결로 치러진 경쟁입찰에서 예상한대로 KEB하나은행이 대전시금고 운영권을 차지했다.

대전시금고는 여태껏 KEB하나은행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NH농협은행이 기금을 맡아 운영해 왔다.

단 내년부터는 특별회계 가운데 NH농협은행이 의료급여기금과 경부고속철정비사업 기반시설, 도안지구 2단계 기반시설, 지역개발 기금을 제외한 기금 등 4개 특별회계만 NH농협은행이 맡고 나머지는 KEB하나은행이 맡는다.

각 지자체 예산을 관리하는 시·도 금고는 세수를 관리하는 1금고(일반회계)와 기금을 담당하는 2금고(특별회계)로 구분된다. 

그러나 대전시는 KEB하나은행에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맡기고, NH농협은행에게는 기금만 운영하게 했다. 통상 2금고는 1금고의 절반 수준의 자금을 운영하지만 대전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KEB하나은행에게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맡겨 비난을 샀다.

금고선정과정에서 대전시가 비난받을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평가항목 가운데 ‘지역사회기여 및 대전시와 협력사업추진능력’ 의 평가 기준이 운영계획 위주가 아닌 과거실적만을 평가했기 때문에 특별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은 한 NH농협은행보다 대전시금고지기인 KEB하나은행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여건을 조성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전시금고 선정은 KEB하나은행의 독점을 굳혀준 것이나 다름없다.

대전시도 31일 대전시금고지정심의위원회가 끝난 후 간략히 정리한 보도자료만 내놓았을 뿐 심사평가 항목별 응찰은행의 순위 전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물론 대전시는 4년마다 돌아오는 금고선정때마다 심사과정을 공개한 적이 없어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KEB하나은행이 시금고 운영권을 차지했지만 “시를 위해 일하기 보다는 시민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는데 더욱 노력해야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6년 7월 말 시행된 개정된 은행법도 지자체에 과도한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봉사활동 등 지역사회 공헌이나 지역민의 금융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 제공위주로 금고를 운영하는 추세다.

KEB하나은행도 지역은행으로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대전시 눈치을 살피기전에 시민을 생각하고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를 먼저 생각하는 은행으로 거듭나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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