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은 졸인 가슴을 펴며 병사들에게 서둘러 평서로 갈 것을 재촉했다.

평서에 도착한 사신은 야객이 준 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그곳에는 작은 벽옥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벽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었다. 다만 황제에게 전하라는 말만을 기억하며 밤잠을 설쳤다.

사신은 함양궁에 돌아온 다음 시황제에게 나아가 평서에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전하고 벽옥주머니를 올렸다.

시황제는 태연한 모습으로 그가 올린 벽옥을 어부(御府)에 내려 조사토록 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어부를 관장하는 어사대부가 은장식을 번쩍이며 청색 띠를 두르고 어전에 들어와 아뢰었다.

“시황제 폐하. 지난번 평서에서 사신이 받아온 벽옥은 황제 폐하께옵서 두 번째 순행 때 강을 건너다 물에 빠뜨린 그 벽옥 이옵나이다.”

“뭐라? 짐이 잃어버렸던 벽옥을 찾아 돌려보냈단 말이냐?”

시황제는 적잖게 놀라는 기색이었다. 자신의 옆구리에 차고 다녔던 작은 벽옥을 잃어버린 적이 있는데 그것을 찾아 뒤늦게 돌려보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하옵나이다.”

신하들이 도열한 어전이라 겉으로는 태연자약했다. 하지만 마음이 동요하고 있었다. 누가 감히 자신이 잃어버린 벽옥을 되찾아 돌려주었으며 ‘조룡이 올해 안에 죽는다’는 것은 자신이 죽는다는 것이 아닌가. 불길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당장 그자를 찾아 사지를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았다. 하지만 사신의 말로 그가 신선이라기에 참아야 했다.

“걱정할 것 없느니라. 산에 사는 귀신은 기껏해야 1년일밖에 모르니 염려를 거두거라.”

시황제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용상에서 물러나 내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지 않아도 건강이 날로 쇠약해지고 있다는 감이 드는데 ‘조룡이 올해 죽는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정말 자신이 올해 죽는다는 말인가. 그도 인간인지라 불안감이 급습했다.

내전으로 돌아온 시황제는 즉시 방사들을 불러들이라고 일렀다.

분명 조룡의 죽음은 불길함을 예견하는 것이기에 그것을 피할 수 있으면 서둘러 피해야 할 일이었다.

황궁에 대기하고 있던 방사들이 시황제에게 나아갔다.

“짐이 오늘 불길한 얘기를 들었도다. 액운을 피하기 위해 어찌하면 좋을지를 살피도록 하여라.”

“시황제 폐하. 오늘 조정에서 논의된 일들은 불길한 얘기가 아니옵나이다. 도리어 그것은 시황제 폐하가 처한 상황을 예견해주는 것이기에 불길하다 말할 수 없나이다.”

“불길하다 말할 수 없다?”

“그러하옵나이다. 시황제 폐하. 앞으로 다가올 일을 일러주는 것은 불길함이 아니라 길함이옵나이다. 앞으로 다가올 액운이 있다면 그것은 피하면 되는 것이지 꼭 그것을 맞을 필요는 없기에 드리는 말씀이옵나이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럼 어찌하면 된단 말인가?”

조급히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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