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삼각관계' 향방 주목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이 통합론에 기반한 연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당내 불협화음과 이전투구 양상에 현실화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지난 4월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 모습. 왼쪽부터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순.

선거가 참 무섭다. 그것도 정권 쟁탈을 놓고 벌이는 대통령선거(대선)는 더 그렇다. 특히 지난 5월 19대 대선은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치러지면서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켰다. 

선거에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5개월 여 동안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정권을 내준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지지율 부진을 면치 못하며 여론의 변방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8개월 앞 지방선거, 야권 발 '정계개편' 수면 위  

이대로 가다간 8개월도 안 남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국이 파란 물결로 뒤덮일 판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야3당은 부활 카드로 ‘정계개편’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극심한 ‘내부전쟁’에 현실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야권 발(發) 정계개편의 시발점은 한 뿌리에서 갈라진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 통합론’에서 비롯했다. 원내 교섭단체(20석)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바른정당은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통합파가 한국당과의 통합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자강파인 유승민 의원이 ‘개혁보수’ 기치를 내세워 한국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수통합 논의와 관련해 “개혁보수의 뜻과 가치가 통합의 유일한 원칙”이라며 “선거의 유불리만 따져서 그저 숫자와 세력을 불리기 위한 셈법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통합파를 향해 ‘나갈 테면 나가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바른정당, 유승민-김무성 '결별' 수순
유승민 리더십, '홀로서기' 가능할까

바른정당은 다음 달 1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유 의원의 당대표 선출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면 김 의원을 비롯한 당내 통합파 의원들은 바른정당과 결별을 선언한 뒤 한국당으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 의원이 당권을 장악하더라도 바른정당의 앞날은 밝지 않다. 통합파가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귀하면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는다. 당장 국고 지원금부터 줄어들면서 당 운영에 큰 차질을 빚는 상황에 내몰린다. ‘유승민 리더십’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 불가피한 부분이다.

한국당의 사정도 매한가지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조치에 친박(친 박근혜)계 저항이 심하다. 홍준표 대표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의 잔영을 없애 ‘보수 대통합’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계산이다.

한국당, '친홍 vs 친박' 이전투구 '한창'
박근혜 출당-최경환·서청원 잔류 분위기

이에 맞서 친박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태흠 최고위원(충남 보령·서천)은 지난 20일 당 윤리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것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를 서둘러 처리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일 오늘 징계안을 서둘러 처리하는 것이 바른정당과 통합을 의식해 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잘못된 것"이라며 "보수의 통합을 위해서는 네 탓 내 탓을 하지 말아야 하고 어떠한 요구조건이나 전제조건이 있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도 지난 19일 성명에서 “과거 전직 대통령 치맛자락을 붙들고 선거 지원을 애타게 목매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한데, 1심 재판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멋대로 전직 대통령을 내쫓겠다고 야단법석 떠는 모습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출당 조치를 수용하지 않고 버티다 당원 자격을 상실하는 쪽으로 갈 공산이 큰 반면,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두 의원이 현직 신분이란 점에서, 절차상 의원총회에서 전체 의원의 2/3의 찬성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내 친박 세력이 약화됐다곤 하지만 의총에서 해당 안건을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연대·통합 모색
박지원, 유승민에 손 내민 안철수 향해 '탈당' 시사

국민의당도 바른정당과의 연대와 통합 얘기가 거론되면서 당내가 소란스럽다. 안철수 대표가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을 포함한 연대 움직임을 보이자 박지원 전 대표가 막아서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정치하는 이유는 ‘민주세력 집권’, ‘햇볕정책 계승’, ‘호남차별 철폐’라는 세 가지다. 여기서 만약 일탈하는 하나라도 생기면, 제 움직임에는 굉장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바른정당과 통합할 경우 탈당을 시사했다.

민주당에서 분화해 만들어진 국민의당과 한국당에서 떨어져 나온 바른정당은 태생적으로 다르다. 때문에 ‘자강론’을 전면에 내세운 안 대표와 유 의원은 통합은 아니더라도 ‘연합’과 ‘연대’의 성격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지 않겠냐는 분석이 높다.

이처럼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난무하는 야권 정치 지형에서 정계개편 논의는 당분간 중앙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실화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더불어 이들 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신뢰지수가 어떻게 반영될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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