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산릉

한편 함양궁 북쪽 위하의 늘 푸른 물줄기가 대평원을 휘돌아 나가는 강 남쪽 기슭 신풍원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병사들이 햇살에 눈부신 창을 높이 들고 열을 지어 오갔다. 초막마다 진나라는 물론 천하에서 끌려온 장인들이 입에 단내를 풍기며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손은 갈라지고 헤어졌으며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해 퀭한 눈으로 살기가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손놀림을 계속했다.

그들은 북산 일대에서 캐온 돌조각을 자르고 숫돌에 갈아 돌 갑옷과 투구를 만들었다.

“뭣들 하는 거냐. 서둘지 않고.”

감독관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사람들이 들끓는 곳은 신풍원 뿐만이 아니었다. 남쪽으로 여산이 높이 솟아 있고 북으로 대평원이 펼쳐진 곳에 사람들이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족히 70만 이상이 동원된 대역사가 그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산 아래에는 보이지 않았던 산이 하루가 다르게 높이 올라갔다. 피라미드 형태로 쌓여지고 있는 산은 다름 아닌 시황제의 무덤이었다. 수 십리가 떨어진 신풍원에서도 그 산이 얼마지 않아 완성될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개미처럼 붙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무리가 거의 정상 점을 향해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기 여산능이 보이지 않느냐. 서둘러라 서둘러.”

말 탄 감독관이 채찍을 허공에 휘갈기며 앙칼진 목소리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여산능이 쌓이고 있는 인근에는 병마용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가죽 갑옷을 두텁게 입은 병사를 세워놓고 실물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흙인형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일생을 살아온 노인은 누복에 마른 대나무 소리가 나는 손놀림으로 진흙을 이겨 인형의 형상을 다듬었다. 수시로 병사의 눈을 힐끗 거리며 놀리는 손동작이 예사롭지 않았다.

“다되어 가는 거요 노인장?”

입을 굳게 다물고 멀리 위하를 넘어다보고 있던 병사가 말했다.

“아직 조금 기다리게나. 젊은이. 내 이곳에서 30수년간 이 짓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눈 끔벅할 사이에 만들지는 못해.”

노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푸념처럼 말을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단단하게 땋아 올린병사의 머리카락과 눈썹 그리고 송송하게 돋아난 수염을 대나무 조각으로 선을 그려 실제와 흡사하게 만들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갑옷 입은 병사들의 신체를 정교하게 만든 틀에 진흙을 채워 반복적으로 그것을 찍어내고 있었다.

틀은 상체와 하체로 구분되고 다시 어깨와 팔 다리로 나누어 작업되고 있었다. 그리고 병기 잡은 손은 별도로 제작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찍어낸 구조물에 노인이 만들어 놓은 목을 끼워 넣고 병기 잡은 손을 만들어 끼움으로써 토용이 완성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토용이 벌써 수천기가 넘었다.

평원을 메운 토용들은 살아있는 군단을 연상시켰다. 1만이 넘는 토용과 1백기가 넘는 마차가 도열한 채 무덤으로 들어갈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토용을 굽는 가마에서는 연신 시커먼 연기가 솟아올랐고 그곳에 땔감을 실어 나르는 우마차들이 수 십리 열을 지어 오갔다.

더욱이 잘 구워진 토용들은 마차에 실려 여산릉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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