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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송진괄의 신비한 산야초] 부인병에 없어선 안될 약재로 뿌리 사용돼

송진괄2017.09.26 09:05:08

보청천 물줄기가 굽이굽이 한가하게 흐른다. 지금이야 편하게 자동차로 산을 넘지만 걸어서 다니던 시절은 만만치 않은 고갯길이었다. 구불구불 몇 굽이를 돌아 눈높이가 평평해지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먼발치에 백화산이 우뚝 서서 바람막이를 하고 섰고 그 앞으로 넓은 뜰이 펼쳐진다. 야트막한 산 아래로 납작 엎드린 시골집과 그 앞에 펼쳐진 논과 밭들이 아지랑이 사이로 뿌옇게 다가온다. 언젠가 내 보금자리였고 다시 돌아가야만 할 것 같은 모습들이 푸근하고 정겹다. 이 고개를 넘어 처가(妻家)를 오간 지도 서른 해가 넘었다.

▲송진괄 대전시 중구청평생학습센터 강사

빈 집 같은 널찍한 마당에 들어서니 멍멍이가 반가워하며 펄펄 뛴다. 홀로되신 장인(丈人) 어른이 집을 간수하니 어수선하고 휑하다. 앙상한 호두나무는 마당 가장자리에서 대문을 지키고, 담벼락의 두릅나무순은 다 펴서 먹을 시기를 놓쳤다.

깔끔한 화단만이 평생을 업으로 삼으신 농업선생님의 흔적을 말해준다. 장독대 옆의 모란꽃이 붉게 막 봉오리를 터뜨려 우리를 반긴다. 결혼하던 해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 자리에서 봄을 맞고 있다.

검붉은 꽃 색이 신비롭다. 이미 무성하게 자란 이파리 사이로 커다란 꽃봉오리를 내밀고 있다. 모란은 진한 붉은색으로 아주 크고 탐스러워 귀한 티를 내는 나무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모란을 ‘꽃 중의 제일’이라고 하여 ‘꽃의 왕’ 또는 ‘꽃의 신’으로, 부귀를 뜻하는 식물로서 부귀화(富貴花)라고도 불렀다.

크고 화려한 꽃이지만 막상 향기는 별로다. 그 향기가 없는 이유는 ‘너무도 아름다운 제 모습에 눈이 먼 향기가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라는 어느 시인의 구절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선지 향기를 쫓는 벌과 나비도 오지 않는 꽃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모란은 아득한 옛날부터 오랜 세월 동안 우리나라에서 꽃을 피웠다고 한다. 신라(新羅)시대의 선덕여왕이 중국의 당태종(唐太宗)이 선물한 모란의 그림을 보고 ‘꽃은 아름다우나 벌, 나비가 없으니 반드시 향기가 없으리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꽃이기도 하다.

작약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자생하고, 키는 1.5m 정도 자란다. 줄기는 회갈색으로 가지가 굵다. 잎은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뒷면은 흰빛이 돈다. 꽃은 4~5월경에 적색, 백색 등 다양하다. 중국이 원산지이며 한국에서는 꽃을 감상하거나 뿌리를 약으로 쓰기 위해 널리 심고 있다. 품종이 많은 나무로 양지 바른 곳에서 잘 자란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목단(牧丹)이라고도 하며 뿌리를 약재로 이용하였는데, 부인병에 없어서는 안 될 약재다. 두통이나 복통을 수반하는 여성의 월경불순 등에 쓰였다. 한방에서는 목단피(牧丹皮)라는 생약명으로 뿌리껍질을 가을에 채취하여 약용한다. 각종 세균억제, 혈압강하, 통경(通經)의 약리작용이 있어 약재(藥材)로 이용되고 있다.

활짝 핀 꽃 모양이 어느 꽃보다도 크고 복스러워 보이며 호화롭기도 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야하지 않아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는 꽃이다. 병풍 또는 액자의 그림이나 한옥의 벽장문 등에 모란 그림이 그려진 벽지를 붙였던 것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따가운 햇살에 터질 듯한 꽃봉오리와 탐스런 꽃이 자랑하듯 서 있다. 옆에 있는 보리수나무의 작고 하얀 꽃이 민망하기까지 하다. 연이어 피고 지는 모란꽃이 며칠간은 적막한 이 공간을 메워 줄 것이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목단이 고맙다.

▲모란은 진한 붉은색으로 아주 크고 탐스러워 귀한 티를 내는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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