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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복 여행

[정승열의 세계 속으로] <39>

정승열2017.09.22 08:39:32

▲롬복지도.

발리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휴양지이지만, 발리에서 동쪽으로 약35㎞ 떨어진 롬복(Lombok)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그러나 2016년 세계적인 여행전문 웹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의 ‘여행자의 선택(Travelers’Choice Awards)’에서 발리가 ‘아시아 최고의 섬’ 부문에서 1위, ‘세계최고의 섬’ 부문에서 5위를 차지할 때, 롬복과 그 옆의 길리 뜨라왕안 섬(Gili Trawangan)은 각각 아시아 최고의 섬 부문 5위, 6위에 각각 이름을 올릴 만큼 유명하다.

게다가 최근 모 케이블방송에서 남녀 탤런트 4명의 ‘Y식당’이란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갑자기 유명세를 탔다. 롬복은 '아시아 대륙붕의 끝'이라고도 할 만큼 1080m나 되는 깊은 수심의 롬복해협을 사이로 발리와 갈라져 있어서 동․식물의 분포에도 큰 차이가 있고, 또 주민들도 힌두교 신앙이 대부분인 발리와 달리 주민 90% 이상이 이슬람을 믿고 있다.

▲정승열 한국공무원문학협회 회장

롬복은 1640년부터 마카사르 술탄의 통치를 받다가 1894년부터 네덜란드의 식민지가 되었는데, 2차 세계대전 후 인도네시아가 독립할 때 롬복도 주변의 여러 섬들과 함께 누사틍가라바랏 주(Nusa Tenggara Barat)가 되었다. 주의 면적은 발리 주(5780㎢)보다 약간 작은 4725㎢로서 주민은 약300만 명인데, 주도(州都) 마타람(Mataram)에만 50만 명이 살고 있다. (순다 열도에 관하여는 2017.09.01. 발리(1) 참조).

 여행사들은 오래 전에 개발된 휴양지인데다가 협소하고 단조로운 발리 여행코스에 식상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인근의 롬복을 비롯하여 자바 섬의 수라바야까지 확대하고 있어서 롬복을 찾는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인천공항에서 롬복까지는 직항노선이 없어서 발리나 자카르타를 경유해야 한다.

▲롬복호텔

미리 예약을 했지만, 롬복의 마타람에 도착해서 그럴듯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롬복도 발리와 마찬가지로 화산지대인 특성상 호텔은 대부분 2~3층의 빌라나 방갈로 모습인데, 이것은 해수욕 휴양을 위주로 하는 여행객들이 숙소에서 쉽게 바다로 나가거나 들어올 수 있도록 대형호텔이 해안가를 3~4㎞씩 길게 차지하여 꾸민 방갈로 형식이다. 그런데, 짐을 풀고 인터넷을 하려고 하니 이용료가 시간당 미화 7달러라고 했는데, 인터넷이 광케이블이 아닌 전화모뎀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5,600~9,800 모뎀의 느린 속도는 적잖게 인내심을 요했다.

▲호텔 수영장.

그나마 한글이 전혀 지원되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발리 여행 때에는 호텔의 인터넷이 전화모뎀이긴 했어도 MS홈피에 접속하여 한글자판을 불러내서 한글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롬복에서는 MS의 홈피로 조차 접속하기가 곤란했다. 우리는 전국을 광케이블을 거미줄처럼 깔아놓고 전국 어디서든지 Wi-Fi가 펑펑 터질 뿐만 아니라 무료 이용이 가능한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저녁식사는 롬복에서 유일한 한국식당 "예전"에서 불고기와 된장국으로 했는데, 주인은 한국에서 직접 가져오는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며 자부심이 대단했고, 또 음식도 아주 맛있었다.

▲길리 트라왕안 섬.

다음날 아침. 이른 조반을 마치고 우리는 예약해둔 미니버스를 타고 약1시간가량 달려서 타만 사리(Taman Sari)라는 작은 부두에 도착했다. 토속어로 타만은 꽃, 사리는 정원이란 의미인데, 타만 사리는 롬복에서 요트를 타고 40분가량 태평양으로 달려 나간 청정지역 길리 아이르(Gili Air)․ 길리 메노(Gili Meno)․ 길리 뜨라왕안 등 3개의 섬으로 나가는 항구이다.

▲길리섬 마차.

길리(Gili)란 이곳 토속어로 ‘작은 섬’을 뜻하며, 우리는 세 섬 중 가장 크고 가장 먼 길리 뜨라왕안에 가서 해수욕을 하기로 한 것이다. 롬복에서 뜨라왕안까지는 오전 8시 30분, 10시 30분, 12시30분 하루에 세 번 출항하고, 뜨라왕안에서는 10시 30분, 12시30분, 14시30분 세 번 출항하는데, 그만큼 대륙과 떨어진 태평양으로 나가는 셈이다. 조금은 조잡한 요트를 타고 남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헤쳐서 약40분간 달려가는 동안 우리는 짙푸른 바닷물과 거친 파도에 약간 겁을 먹기도 했다.

뜨라왕안은 인도네시아 본토인 자바 섬은 물론 발리, 그리고 롬복에서 또다시 요트를 타고 나간 외딴 섬이어서 자동차나 오토바이 같은 교통수단은 없고, 오로지 마차나 자전거 아니면 걸어 다녀야 하는 청정지역이다. 발리가 개발된 도시라고 한다면 롬복은 아직 개발 중인 도시이고, 뜨라왕안은 아직 인간의 손길이 덜 미친 시골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길리섬 해변.

또, 섬도 워낙 작아서 자전거를 타고 한 시간이면 섬을 일주할 수 있는 정도인데, 우리는 방갈로에서 미리 준비해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오염되지 않는 남태평양의 맑고 푸른 바다는 사이판에서 무릎에도 차지 않는 태평양의 산호초 섬에서 형형색색의 열대어를 실컷 구경하며 해수욕을 즐겼던 마나가하 섬에서의 추억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물장구도 치고 수영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2시경 늦은 점심을 했다. 메뉴는 새우튀김과 쌀밥이어서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2시 30분 마지막 배를 타고 아침에 출발했던 따만 사리로 돌아왔다.

롬복에서는 원숭이마을을 관람하고, 저녁식사는 중국음식점 ‘DRAGON’에서 했다. 음식점은 호텔․수영장도 있는 대형 건물이었지만, 유럽에 있는 중국음식점들과 달리 중국음식의 독특한  냄새 때문에 접시를 모두 비운 사람은 없었다. 화교들의 중국음식점은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던 없는 도시가 없을 정도이지만, 이처럼 외국인들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음식메뉴를 내놓고 있는 것이 조금은 의아스럽기도 했다.

▲롬복 박물관.

다음날에는 조반 후에 호텔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11시 반쯤, 점심식사를 하러 토속음식점으로 갔다. 인도네시아의 족자카르타․ 반둥․발리 등지를 여행을 하면서 3~4명 정도의 관광객들도 가이드가 전속으로 동행할 수 있는 것은 인도네시아의 국민소득이 우리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 외국여행을 하는 동안 한번쯤 현지 식을 하는 것도 괜찮다 싶어서 가이드가 권하는 대로 찾아간 음식점은 제법 그럴 듯 했다. 열대지방의 건물들은 난방을 할 필요가 없어서 점포나 가게는 대부분 지붕과 기둥뿐인데, 식당은 햇볕가리개가 중앙에 있고, 그 양쪽에는 토속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있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물을 담은 작은 그릇을 각자에게 나눠주면서 손을 씻으라고 하는 것은 수저나 젓가락이 아닌 손으로 직접 집어먹으려는 사전준비로 짐작했지만, 이내 가져온 음식은  큼지막한 생선을 절반쯤 잘라서 튀긴 생선의 생김새가 너무 험상궂은데다가 그 가시도 억세서 도무지 손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발리인 특유의 기름 냄새가 역겨웠지만, 더더욱 머리와 두 발조차 자르지 않은 메추리만한 닭을 통째로 튀긴 것을 먹는다는 것에 식욕이 싹 사라졌다.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여서 겨우 1회용 종이컵에 쌀밥(?)을 말아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식후에는 롬복박물관을 관람했다. 지방박물관이라는 특성상 건물 외관이 초라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시설이나 전시품의 졸렬함은 쓴웃음을 짓게 했다. 다만, 전시하고 있는 수많은 물건 중 중국 명(明)과의 교역품이었다고 하는 접시․밥그릇 같은 도자기가 많았는데, 대부분의 도자기가 우리와 달리 검정 문양인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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