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KT&G 노조위원장, 민영진 전 사장에게 금품수수 의혹 무죄

KT&G 노조위원장을 지낸 전영길 공영기업 대표가 1년여의 법정공방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근 KT&G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바로 KT&G 전직 노조위원장이 민영진 전 KT&G 사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 천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된 것.

검찰, 민영진 사장에게 청탁과 시계받은 혐의로 기소

KT&G 노조위원장을 지낸 전영길(59) 공영기업 대표가 1년여의 법정 공방끝에 최근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배임수재죄다. 검찰은 전 대표가 KT&G 노조위원장이던 지난 2010년 10월 7일께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호텔에서 민 전 사장으로부터 당시 진행 중이던 노사협의회와 관련해 회사 요구안을 수용하는 등 노사 관계에 있어서 회사 측 입장을 반영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시가 454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전 대표를 기소한 것은 지난해 5월 18일이지만 전 대표는 기소되기 9개월전부터 검찰 수사를 받아 왔다. 2015년 9월 1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전 대표는 참고인 조사 이후 사무실과 차량,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받게 된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시계와 휴대폰, 그리고 민 전 사장의 비위사실이 담긴 제보 문건이 모두 압수수색 당했다.

당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민 전 사장의 비위사실 의혹 문건은 이미 다른 기관을 통해 공개됐던 문건으로 특별할 것이 없었다는 게 전 대표의 설명.

검찰은 전 대표로부터 민 전 사장에 대한 비위사실을 캐내려했던 차에 민 전 사장이 노조위원장에게 부정한 청탁(노사간 관계에서 회사측 입장을 반영해 달라)을 하고 뇌물(4540만원짜리 명품시계)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해 이때부터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기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검찰의 수사에 대해 너무도 억울했던 전 대표는 검찰수사 초기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홀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내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제26형사부(재판장 이재석 부장판사)는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배척했다. 이유는 전 대표가 민 전 사장에게 시계를 받을 당시는 이미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이 모두 타결된데다 시계를 건넬 당시 제3자(비서실장)가 있었던 상황에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전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된 1심과 항소심 판결문.

1심 이어 항소심 법원도 무죄...민영진 전 사장도 무죄 확정

특히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는 전 대표와 민 전 사장의 한결같은 진술이 인정됐다. 민 전 사장은 "피고인(전 대표)에게 '딸 시집갈 때 선물로 써라'고 말하며 시계를 줬다"고 증언했고 전 대표도 "민 전 사장이 시계를 주면서 '딸 시집갈 때 시계 선물이나 하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당사자들의 증언과 사건 당시 주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계를 딸 시집 갈 때 선물로 주라는 의미로 피고인에게 건네주었다는 민 전 사장의 진술과 그러한 생각으로 이를 받았다는 피고인의 진술에 수긍할 점이 있다"며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의 판단에 검찰이 불복해 진행된 항소심에서도 전 대표의 무죄는 입증됐다. 서울고등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진행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도 남아 있긴 하지만 전 대표는 검찰 수사부터 2년 동안, 기소후 1년 4개월여 동안 마음에 짐을 지고 살아왔던 것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법원 판결이었다.

사실 이 사건에 연루되기 전까지 전 대표는 KT&G 내에서 인정받는 직원이었다. 1958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난 전 대표는 대전실전 졸업 후 1982년 전매청에 입사했다. 1995년 원주창지부 지부장에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노조 활동을 시작했고 전국담배인삼노조 사무처장을 거쳐 2003년 직선제로 치러진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뒤 내리 4선에 성공한 주인공이다. 검찰 조사를 받기 얼마전까지만 해도 4선 노조위원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검찰 수사 소식이 연일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마치 자신이 범법자인양 주위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느껴졌고 그때마다 심적인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항소심까지 무죄가 선고된 현재도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지금도 자다가 깜짝 놀라 깰 정도로 마음에는 트라우마가 있다"며 전 대표는 쓴 웃음을 지었다.

전 대표는 자신을 향한 검찰의 수사는 KT&G 임원진들을 노린 정치 검찰의 악의적이고 무리한 수사였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 KT&G 전현직 대표를 비롯해 다수의 고위직들이 수사를 받은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박근혜 정권 차원의 암묵적인 지시 내지는 동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민 전 사장의 경우 부하직원과 협력사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 및 뇌물공여 등)로 지난 2015년말 구속 됐지만 1심과 항소심, 그리고 대법원에서 까지 무죄가 확정됐다.  민 전 사장은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다가 무죄가 확정되면서 6개월 구금기간에 따른 형사보상금을 받게 돼 검찰의 부실 수사는 국고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민 전 사장의 무죄가 확정된 데 이어 민 전 사장의 후임인 백복인 현 KT&G 사장도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에 계류 중이다.

전 대표가 디트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 수사 이후 법정 공방까지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민영진 전 사장 "박근혜 정권에서 염두에 둔 인물 선임안되자 검찰 수사"

민 전 사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중앙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등이 KT&G의 경영진 퇴진을 압박하고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폭로했다. 그는 KT&G 사장을 교체하기 위해 박근혜 청와대의 경제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동원된 흔적이 여러곳에서 포착됐다는 것이다.

민 전 사장은 "안종범 전 수석은 기획재정부 고위인사 A씨 등을 동원해 KT&G 임원을 회유 또는 압박했다"면서 "KT&G 이사회가 청와대측이 염두에 둔 인물을 사장으로 선임하지 않자 후임 사장까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을 맞았다"고 폭로했다.

민 전 사장이 언론인터뷰를 통해 언급한대로 백복인 현 대표를 비롯한 KT&G 전현직 임원들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대부분 무죄가 선고되면서 검찰이 무리한 수사였다는 게 심증을 넘어 확증이 된 것이다.

전 대표는 "검찰이 KT&G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만들기 위해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배임 등 노사 임원들이 썩은 집단처럼 매도했지만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면서 "검찰이 무리하게 기획수사를 하다보니 무리한 기소를 했던 것"이라고 억울해 했다.

"검찰을 왜 개혁해야 하는지 피부로 느꼈다"는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정권 입맛에 맞는 꿰맞추기식 수사로 인해 고충을 당한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게 이 시대의 검찰"이라며 "수사권을 독점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지난 2015년 말 KT&G를 그만 둔 뒤 현재는 KT&G에 인력을 파견하는 업체 대표를 맡아 여전히 후배들을 보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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