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 폐하. 순우월이 언급한 것은 하. 은. 주 삼대에 관한 것인데 무엇을 본받을 수 있겠나이까? 지난날에는 제후들이 전쟁을 치르며 부강을 겨루었사옵니다. 그러다보니 유세하는 선비들을 초빙하여 후하게 대접 했사옵나이다.”

이사는 박사들을 둘러보며 눈에 힘을 주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천하가 평정되었고, 법령은 하나로 통일 되었사옵나이다. 그러니 백성들은 농업과 공업에 힘써야 하고, 선비들은 법령을 학습하여 금지하는 것을 피해야 할 것이옵나이다. 그런데도 지금 여러 학자들은 현재를 표준으로 삼지 않고 옛것을 학습하여 그것을 표준으로 현재의 정치를 비방하고 일반 서민을 어지럽게 하고 있사옵나이다.”

연회장에 찬바람이 불었다.

“승상 이사 죽을 것을 각오하고 말씀드리옵나이다.”

이사는 시황제를 향해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자 시황제가 말을 계속하라고 손짓했다. 시황제는 무겁게 입을 다물고 앉아 있었지만 의중이 이사의 편으로 기울고 있었다. 순우월에 동조했던 신하들이 숨을 죽이며 몸을 낮추기 시작했다. 두려움이 골안개처럼 연회장에 몰려오고 있었다.

“옛날에는 천하가 흩어지고 어지러워서 능히 그것을 통일할 수 있는 자가 없었사옵니다. 그래서 제후가 일어났으며 누구나 입을 열면 옛것을 이상으로 여기고 현재를 비방했사옵니다. 헛소리를 늘어놓아 진실을 어지럽혔사옵니다. 사람들은 각자가 제멋대로 배운 것을 좋다고 생각하고 위에서 건립한 법제를 비판했사옵니다. 지금은 폐하께서 천하를 병합하시고 바른 것과 그른 것을 구별하시어 황제가 되셨사옵나이다.”

이사의 또록또록한 말이 연회장을 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사롭게 배운 자들은 서로 어울려 지금의 법교를 비방하고 있사옵니다. 그들은 조정에서 법령이 내려지면 입 밖에 내지는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그르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조정을 나가서는 골목에서 논의하여 황제에게 순종하지 않는 것을 명예롭게 여기고 있습니다. 견해를 달리하는 것을 고상하다고 여겨 많은 문하생을 이끌고 비방하고 있사옵니다. 시황제 폐하. 이렇게 하는 것을 금하지 않으신다면 위로는 황제 폐하의 세력이 쇠퇴하고 아래로는 도당들의 세력이 형성될 것이옵니다. 이것을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려 되옵나이다.”

연회장에 한기가 몰려왔다. 그 한기는 엄동설한의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할 것이 없었다. 백관들이 어깨를 좁히며 고개를 움츠렸다. 취기가 일시에 날아가 버렸다. 어떤 이들은 오한이 들린 것처럼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시황제 폐하. 청하옵건대 사관이 취급하는 진나라 기록 이외의 것은 모두 태우심이 마땅하다고 사려 되옵나이다. 박사관이 직책상 소장한 것 이외에 세상에서 시경, 서경과 제자백가의 책을 소장하는 자가 있다면 모조리 군수나 군위에게 제출하게 하여 태워버리도록 하시옵소서. 감히 시경이나 서경에 대해 말하는 자가 있다면 이런 자는 사형에 처하여 저잣거리에 버리는 것이 마땅할 것이옵나이다.”

섬뜩한 말이었다. 연회가 시황제를 기쁘게 하는 행사장이 아니라 죽음을 부르는 장으로 돌변하고 있었다. 순우월에 동조했던 백관들이 무너져 내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금을 저리며 오줌을 싸는 이들도 있었다.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 소리를 죽이며 우는 이들도 있었다. 살벌하게 밀려오는 죽음의 그림자가 연회장을 가득 매우며 신하들의 마음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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