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서사건

시황제는 행렬을 이끌고 북방지역을 둘러본 다음 상군을 지나 함양궁으로 돌아왔다.

함양궁은 변함없이 시황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십 리에 나인들이 줄지어 도열하고 그를 맞았다. 물론 백성들은 땅바닥에 엎드려 그에게 절을 올렸다. 그 무리가 검은 띠를 이은듯했다.

그해 정월이었다. 네 번이나 순행을 다녀온 시황제는 자신이 통일한 천하가 대단히 넓다는 것을 실감하며 그 기념으로 함양궁에서 마흔 여섯 번째 생일 연회를 베풀었다.

이날 연회에는 문무 대신과 박사들을 모두 초청했다. 그리고 20명에 달하는 아들들과 후궁들도 함께 동석케 했다.

악사들이 은은한 음악을 연주했다. 복사꽃 무희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웠다. 각 지방에서 올라온 진귀한 술과 음식이 상위에 그득하게 올라왔다. 나인들은 문무백관들이 열을 지어 앉은 사이를 오가며 술잔을 채웠다.

문무백관들은 술잔을 주고받으며 연신 “시황제 만만세”를 부르짖는 연호를 이었다.

시황제도 비빈들을 옆에 앉히고 문무백관들과 기쁨을 함께했다.

연회가 무르익어 갈 무렵이었다.

자리에 참석한 70여명의 박사들이 하나둘 앞으로 나서며 진시황의 생일을 축하 하는 시를 읊어 바쳤다. 또 그의 만수무강과 국운의 융성을 비는 덕담을 이어갔다. 한명 한명의 덕담이 바쳐질 때마다 진시황은 크게 기뻐하며 그들에게 술을 하사했다.

복야 주청신(周靑臣)의 차례가 다가왔다. 그는 활을 쏘는 교육을 담당했던 관리였다. 주청신은 입술에 침을 바르고 앞으로 나아가 허리를 구부려 절을 올리고 말했다.

“시황제 폐하께서는 오랑캐 땅을 쳐부수어 해내(海內)를 평정하시고 그곳 백성들이 태평연월을 누릴 수 있도록 하셨나이다. 전국 곳곳을 기쁨으로 가득 차게 하셨으니 역사 이래로 시황제 폐하를 능가할 위인이 또 누가 있단 말이 옵니까?”

주청신은 문무백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돌이켜 보건대 시황제 폐하께서는 역사 이래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룩하신 황제라 칭송됨이 마땅하나이다. 시황제 폐하 만세만세 만만세.”

주청신이 만세를 이어 제창하자 백관들 역시 이어서 만세를 따라 불렀다.

시황제는 주청신의 아첨에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도 술을 하사했다.

술을 받아 마시고 주청신은 더욱 간드러지게 말했다.

“상고 이래로 폐하의 위엄스런 덕을 따를 자가 누가 있단 말이옵나이까? 이 위대한 업적은 만대를 이어갈 것이며 진황조 역시 억만대를 이어갈 것이옵나이다.”

다시 시황제 폐하 만세를 주창했다. 백관들이 주청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시황제의 만수무강을 비는 찬양의 잔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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