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거듭하여 기원전 214년이 되었다.

백월 장군의 군대가 영남을 정벌하고 있다는 전갈이 시황제에게 전해졌다.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백월을 칭찬했다.

시황제를 따르던 많은 중신들도 시황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백월의 충성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했다.

그런데 전갈 말미에 영남은 산이 높고 길이 막혀 군수물자 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자 시황제는 즉시 중신들에게 이 문제를 논하도록 일렀다.

“백월장군이 영남을 정벌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면 조정에서 이를 즉시 해결해 주어야 할 것이오. 따라서 경들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책을 만들어 올리도록 하시오.”

승상 이사는 즉각 중신들의 회의를 소집하고 대안을 토의했다. 하지만 지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중신들의 논의는 담론에 불과했다. 여러 날이 지나도록 대책을 수립치 못했다.

시황제가 중신들의 회의에서 대안을 마련치 못하고 있다는 전갈을 받고 즉시 하명했다. 그의 하명은 감어사 녹에게 수로를 파도록 명하는 것이었다.

“산이 아무리 높다고 할지라도 갈지자로 수로를 파면 못 오를 것이 없는 법. 뭐 그리 고민들 하는고. 답답한지고.”

황명은 곧바로 감어사 녹에게 수로를 파도록 전해졌다.

이로써 만들어진 것이 영거였다. 남쪽의 수로는 이강으로 흘러들어가고 북쪽의 수로는 상강으로 흘러들어가도록 했다. 길이 34㎞에 달하는 영거는 군수물자의 이송뿐만 아니라 관개수로로까지 활용됨으로써 영남지방의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한창 영거를 파는 동안에도 시황제는 북방을 순행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수시로 전갈이 날아들었다. 적들이 침범하여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다는 얘기며 경계가 분명치 않아 크고 작은 전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럴 때마다 노생이 보내온 전갈을 떠올렸다.

“진나라를 망하게 하는 자는 호(胡)이다.”

진시황은 ‘호’가 누구일까 곰곰이 되씹었다. 매번 북방의 흉노족이 골치를 썩였으므로 흉노를 이르는 말이라고 짐작했다.

“그렇지. 호란 것은 오랑캐란 뜻 이렷다. 그렇다면 북방의 오랑케인 흉노족을 일컫는 말 이렷다.”

시황제는 무릎을 쳤다. 하지만 그들을 방비할 수 있는 방법이 고민거리였다.

시황제는 임시로 마련된 막사에 중신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북방의 흉노를 막을 수 없을꼬?”

신하들이 즉답을 하지 못하고 여러 날 궁리를 거듭했다.

“시황제 폐하. 신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았지만 성을 쌓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을 듯 하옵니다.”

“성을 쌓는다?”

“그렇사옵니다. 본래 제나라가 낭야산에서 태산까지 이미 성을 쌓아놓았고 초나라는 여수에서 한수 사이에 각각 성을 쌓아놓았사옵니다. 또한 우리도 벌써 여러 해 동안 북방에 성을 쌓고 있사오니 이를 연결하면 장성이 될 것이옵나이다.”

시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몽염장군이 용맹하니 그에게 군사를 주어 오랑캐를 친 연후에 성을 완성토록 하는 것이 마땅할 줄 아뢰옵나이다.”

“좋은 방책이로다. 그럼 몽염에게 30만의 대군을 주고 오랑캐를 친 다음 장성을 완성토록 하여라. 또한 황하 연안에 요새를 구축하고 지방정부를 세워 다스리도록 하여라.”

시황제의 명이 떨어지자 몽염은 곧바로 30만 대군을 이끌고 북방 하투지역으로 쳐들어갔다. 그리고 그동안 제나라와 초나라에서 각기 쌓아놓은 성을 연결하여 만리장성을 쌓는 대공사를 단행했다. 실로 엄청난 공사였다. 때문에 공사를 하는 동안 숱한 백성들이 돌무더기에 치어 죽거나 노동에 시달려 죽어갔다. 병마에 시달려 죽은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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