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없는 골에 여우가 왕 살아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시황제와 문무백관들이 모두 궁을 비우자 낭중령을 보좌하고 있던 시랑이 왕을 살고 있었다.

수시로 궁인들의 기강을 확립한다는 명분으로 한자리에 모아 훈시하곤 했다. 그리고 나인들에 대해서는 행동거지를 조심하라고 각별한 주문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밤이면 그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궁인을 자신의 처소로 불러들여 불장난을 했다.

내관들은 시랑의 지휘를 받아야했으므로 그에게 상납을 한 다음 자신들도 하나씩 꿰차고 숲이나 정원구석 등에서 사랑 놀음을 즐겼다.

그것은 사내들뿐만이 아니었다. 상궁들이나 나인들 역시 긴 밤을 혼자 지새우기에는 너무나 지루했으므로 젊은 내관들을 불러들여 밤을 불살랐다.

“상궁마마. 마마께옵서는 젊음이 여전하시옵니다.”

늙은 상궁을 품에 안고 몸부림치던 젊은 내관이 말했다.

“호호. 망측스럽게....내가 그리도 젊단 말이냐?”

“그럼요. 상궁마마는 어린 계집들과 달리 찰기가 있사옵니다.”

“고맙구나. 그렇게라도 말을 해주니 위안이 되는구나.”

“빈말이 아니옵니다. 젊은 계집들을 상대해 보았지만 상궁마마처럼 찰기 있는 계집은 없었사옵니다.”

젊은 내관이 더욱 거칠게 몸을 놀리며 말했다. 늙은 상궁은 아직은 풋내가 나는 사내의 품에 안겨 말을 잊지 못하며 허우적거렸다.

“네가 없다면 나는 무슨 재미로 사누.”

늙은 상궁이 생니 뽑는 소리를 하며 말했다.

함양궁은 밤마다 불타고 있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시황제께 황은을 입은 젊은 후궁이 지루한 밤을 이기지 못해 어린 내관을 불러들여 불장난을 걸었다.

“아니되옵니다. 마마.”

새파랗게 질린 내관이 몸을 뒤로 빼며 말했다.

“조용히 하여라. 이 일이 밖으로 새나간다면 너나 나나 죽은 목숨이니 죽는 날까지 비밀로 하여야 할 것이야.”

후궁이 기겁을 하며 내관의 입을 막았다.

“시퍼런 나이에 이렇게 밤을 죽이기에는 내가 너무 불쌍하여 너를 청했노라. 이 몸을 어떻게 좀 해보아라.”

후궁은 달아오른 몸을 사내에게 내맡기며 매달렸다. 어린 내관은 하는 수 없이 그녀를 품고 거칠게 숨을 내몰아 쉬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실을 후궁을 돌보던 상궁이 알고 말았다. 이는 보통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시랑이 이 일을 알게 되면 낭중령에게 직보가 될 것이고 그리 된다면 두 사람은 죽음을 면키 어려운 일이었다.

“마마. 이일을 어쩌면 좋겠나이까?”

내관이 초죽음이 된 눈으로 후궁을 찾아 말했다.

“하는 수 없다. 네가 한번만 더 수고를 해야겠다. 그를 부를 테니 뒷일은 걱정하지 말고 일을 저질러라. 알겠느냐. 나도 살고 너도 사는 길이니라.”

후궁은 그날 밤 즉시 상궁을 불러 들였다. 그리고 따뜻한 차를 대접하고 귀한 패물을 그녀에게 나누어 주었다. 상궁은 후궁의 넉넉함에 탄복하며 긴장을 풀었다. 그때 내관이 후궁의 부름을 받고 들어와 급작스럽게 그녀를 겁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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