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학교와 교육청 무한책임의식 가져야

[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2017.09.07 22:42:35

가해 학생들은 한 시간이 넘게 피해 학생에게 발길질을 하며 공사 자재, 의자, 소주병 등을 이용해 머리를 내려치는 등의 폭행을 했다. 머리와 입안이 찢어져 심하게 피를 흘려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가해 학생들에게 무릎을 꿇은 채 '인증샷'까지 찍혔다. 이미 절도와 폭행 혐의로 보호관찰 중인 가해자들은 중학생들로 사건이 알려진 뒤에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한다. 이게 가녀린 어린 여학생이 피투성이 모습으로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준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의 전말이다.

잇달아 강원도 강릉에서도 여학생을 무려 일곱 시간 동안 집단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해수욕장에서 또래 여학생을 무차별 폭행하는 가해학생이 찍은 영상까지 공개되었다. 지난 3월 인천에서는 십대 소녀가 이웃 초등학생을 잔인하게 살해하여 재판을 받고 있다. 석 달 전에는 수련회에 간 서울 사립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 네 명이 같은 방 친구를 야구방망이와 나무막대 등으로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미성년자 범죄 처벌 감경하는 소년법 때문에 처벌 비켜가거나 감형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이런 지경에 이르면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내 자식이 저렇게 당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장한단 말인가. 이런 상황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게 마련이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 그런데 부산의 가해학생 가운데 한 명은 만 14세 미만이라 형사 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주범인 청소년에 대해서는 무기징역 대신 징역 20년이 구형됐다.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감경하는 소년법 때문에 처벌을 비켜가거나 감형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들은 청소년의 잔혹한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소년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소년법을 폐지해 달라는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은 개설 사흘 만에 20만 건을 넘었다 한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서른 해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사로서 답답함을 넘어 서글프기 짝이 없다. 소년법 폐지로 더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잔혹한 청소년 범죄의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보이는 이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이러한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지금 드러난 사건은 청소년 폭력에 대한 빙산의 일각으로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폭력성향을 어떻게 하면 교육적으로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사건에 교육청이나 학교가 보이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학교에서 저질러진 사건이 아니기에 경찰을 비롯한 사법기관의 조사와 처벌에 의존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학교밖 청소년의 경우에는 교육당국의 관심 밖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과 함께 가장 좋은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들 사건을 하나하나 조사하고 분석해 피해 학생의 상처를 보듬고 가해 학생들의 진정한 반성을 이끌어낼 방안을 찾아내고 교육적으로 계도하는 일을 해야 한다.

해당 학교의 교사들로 사건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만들고 그들이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제도를 바꿔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또 학교밖 청소년이라도 해당 교육청이 나서서 그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범법을 하게 된 상황을 파악하고 대안학교나 교실로 이들을 인도하여 학업을 계속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 범법사건 사법당국보다 학교와 교육청이 가장 먼저 노력해야

물론 잘못에는 적절한 처벌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처벌이 우선일 수는 없다. 교육자들은 청소년들의 범법 사건을 교육적으로 풀어가고 사회적으로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개선방안을 우선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고받거나 이런 상황이 순환되고 확산되지 않도록 사법당국보다 학교와 교육청이 가장 먼저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교는 지금 그러한 여력과 여유가 없다.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경쟁체제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앞줄에 세울까에만 골몰하고 있다. 특히 보여주기식 사업과 실적주의에 의해 우수교육청, 우수학교에 선정되는 것을 자랑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두발 규제와 복장 단속과 같은 문제로 아이들과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들의 교육에 관해서는 학교와 교육청은 무한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학교에 의지하고 교사들을 믿고 따른다. 경계에 선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와 교육청이 나서자. 그리고 먼저 사회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 맨 위로



시민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