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소유와 무소유의 경계 허물기

[리헌석의 예술계 산책] 세종시 장시우 시인의 첫 시집 『감자 조각들』

리헌석2017.09.04 12:42:41

장시우(張時雨) 시인은 1947년에 충청남도 연기군(현재의 세종시) 조치원읍에서 출생하고 성장한다. 조치원교동초등학교와 조치원중학교를 졸업한 후, 이웃한 공주지역의 공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청주대학교 법학과에서 수업하던 중, 군(軍)에 입대하여 국방의 의무를 마친다.

▲리헌석 전 대전문인협회장·문학평론가 겸 아트리뷰어

군에서 전역(轉役)한 후, 복학하지 않고 철도청의 공무원이 되어 충청북도 충주시 일원에서 6년 여 근무한다. 남한강 상류 지역, 강을 사이에 둔 산촌 마을에서 5~6년 생활하며 만난 자연으로부터 순수한 정서를 체득한다. 더불어 그 지역의 순박한 사람들과 정을 나누면서, 중소 도시의 역(驛) 부근에서 살아온 그의 의식은 변혁기를 맞는다. 꽃과 나무를 사랑하고,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만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평온한 가운데 느림의 미학을 생활화한 것도 이 시기의 영향이라 하겠다.

장시우 시인은 시를 빚을 때, 타고 난 문학적 자질을 발휘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움을 유지한다. 어디 한 군데 막히는 곳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미려하다. 가끔 생략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여운을 남기기도 하는데, 앞의 작품이 그런 예(例)에 속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독자들이 행간을 채워가며 읽어야 시의 본질에 이르게 장치되어 있다.

중소도시의 역(驛)을 생활 무대로 성장한 장시우 시인은 남한강 인근의 강촌에서 몇 년간 살면서 삶의 경이(驚異)를 체험한다. 달맞이꽃, 물봉선화, 그리고 수많은 들꽃, 산꽃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그 꽃들에 자신의 정서를 의탁하여 시(詩)의 씨앗을 갈무리하기도 한다. 이렇게 갈무리한 씨앗이 언제 발아되어 싹이 돋을는지, 그는 알지 못 하였을 터이지만, 씨앗의 생명력은 놀라운 것이어서, 40년이 지나 그를 시인으로 거듭나게 한다. 특히 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장시우 시인(왼쪽)과 시집 '감자 조각들'.

섬세한 감수성으로 시를 빚는 장시우 시인은 특별히 꽃을 통해 그리움을 생성(生成)한다. 「꽃의 관조 1」에서 시인은 <모두가 잠든 사이/ 오롯이 시를 쓰고 정리하고 있는데/ 등 뒤에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어 돌아본다. 그 곳에는 <며칠 전 내가 화병에 꺾어다 꽂아놓은/ 겨울 목련 나뭇가지 그 아래 아린이/ 눈물 흔적처럼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면서> 떨어져 있다.

‘아린(芽鱗)’은 ‘나무의 겨울눈을 싸고 있으면서 뒤에 꽃이나 잎 따위가 될 연한 부분을 보호하는 비늘’인데, 눈앞에서 떨어져도 관심을 끌어들이지 못할 정도로 작은 물체다. 시인은 그렇게 작은 물체가 등 뒤에서 떨어지는 것을 감지할 정도로 섬세한 감각의 소유자다. 아린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었을 수도 있고, 어떤 느낌이 들어서 바라보았는데 아린이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혹여 후자(後者)라고 해도 그 작은 물체를 찾아내는 시인의 관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장시우 시인의 시 표현은 장인(匠人) 기질의 발현이다. 묘사와 서술이 자연스럽게 교차하고, 다채로운 비유와 상징이 작품의 품격을 높이며, 시어에 따른 이미지 생성이 독자적이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신의 관찰과 감성, 시어와 시상 전개가 진솔한 작품이어서 맺힌 곳이 없이 자연스럽다. 장시우 시 대부분이 읽으면서 이해되고, 시어와 시상이 독자성을 띠면서도 자연스러운 게 특징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 맨 위로



시민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