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일부 인사 자질 논란에 뭇매, 민심 살펴야

청와대 인사 난맥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했다고 하지만, 문재인 정부 취임 100일이 지나도록 인사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데는 검증 시스템의 한계를 노출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인사의 주요 골간은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인사를 비판하며 내걸었던 5대 원칙(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이다.

'파격 인사'로 시작해 '불통 인사'로 치닫는 정부

집권 시작과 함께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비서실장 등 파격적 인물을 기용하며 국민적 기대를 모았던 문재인 정부 인사는 취임 100일을 거치면서 우려로 바뀌었다.

일부 인사들은 문 대통령이 공언한 5대 원칙을 위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개혁과제 수행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도덕성에 다소 흠결이 있더라도 자질과 전문성을 더 높게 봤다. 반대급부로 야당 일각에선 국회 인사청문회 ‘무용론(無用論)’을 제기했다.

문제는 자질과 전문성을 보고 발탁한 인사가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국민 소통을 앞세운 새 정부가 ‘국민 불통’으로 변질되는 현상들이 목격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류영진 식약처장이다.

류 처장은 이른바 ‘살충제 달걀 파동’ 국면에서 정부 차원의 대응에 미숙함을 드러냈다. 특히 국회 상임위 보고에서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후 ‘독성 생리대’ 논란에 대한 늑장 대처로 '케미포비아'(화학제품에 대한 공포)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약사 출신인 류 처장은 지난 2012년 문재인 대선 후보 직능특보 겸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부산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력이 알려지며 '보은 인사', '코드인사' 의혹이 나왔던 인물이다.

후퇴한 5대 인사 원칙, 일부 인사 자격 논란까지

최근에는 신설 부처인 박성진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자가 종교와 사상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유일한 뉴 라이트 인사로 대탕평 인사의 ‘화룡점정(畵龍點睛)’과도 같은 인물로 꼽혔다.

그러나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주장하는 기독교 근본주의 단체 활동 논란에 이어 대한민국이 1945년 건국됐다는 식의 보수, 우익 성향인 ‘뉴 라이트’와 같은 역사관을 두둔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자진 사퇴 여론에 몰렸다.

이 두 명의 사례로만 보더라도 새 정부 인사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이 정치권에서 국민적 여론으로 옮겨 붙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박 후보자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춘추관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가 사람의 속마음까지 알 순 없다”면서 “국민적 눈높이에 비추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저희도 가만히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또 하나는 이 같은 인사 난맥을 일부 인사의 개인적 사안으로 치부해서 덮고 넘어갈 성격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의 예로 청와대는 지난 30일 오후 이례적으로 3개국(미국, 중국, 일본) 주요 대사를 아그레망(주재국 승인)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내정 사실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그간의 관례를 깬 이유를 언론의 탓으로 돌렸다.

주요국 대사 내정 공개하며 언론 탓 한 정부
부실한 인사검증에 '자가당착' 빠지면 안 돼

앞서 <중앙일보>는 이날 오전 단독기사를 통해 대사 내정 사실을 보도했다. 이미 보도됐기 때문에 더 이상 발표를 미룰 수 없었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서 인사 논란이 국내 현안이었다면 국제적으로는 외교·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한 한반도 안보 위기,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외교관계, 한일 위안부 협상 등 첨예한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자 취임 100일이 지나도록 주요국 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외교 공백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사 내정 사실은 엠바고(보도유예) 사항이 아니었다.

정보 보안 사항을 ‘단속’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청와대에 있는데, 이를 보도한 언론의 잘못으로 본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70%를 웃돈다.

하지만 부정평가를 하는 대부분 여론은 ‘인사’에 대한 문제를 꼬집고 있다. 촛불 혁명으로 태어난 새 정부가 국민들에 공감 받는 인사를 하려면 더 이상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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