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괄의 신비한 산야초] 메꽃 뿌리 어린이·노인 체력 보강

강의 장소가 시내의 한복판에 있어서 오랜만에 구(舊)도심도 걸어보고 싶고 지하철도 타볼 겸 여유 있게 집을 나섰다.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서니 상큼한 공기가 답답한 가슴을 씻어 내린다. 복잡한 출근시간을 벗어나선지 차량 흐름도 원만하고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 도심의 한복판에서 직장생활을 해서 낯익은 거리다. 신시가지가 생겨 도시의 중심기능이 옮겨갔지만 직장생활의 추억이 고샅마다 오롯이 묻어있는 거리다.

송진괄 대전시 중구청평생학습센터 강사
건물마다 화단을 만들어 푸른 나무들이 싱그럽다. 조그만 가게 앞에도 갖가지 화초와 채소를 심어 조그만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예쁜 모습이다. 마침 은행건물 앞 화단에 싱싱한 녹색 회향목을 덩굴로 기며, 연분홍색 꽃을 피우는 메꽃이 눈에 들어온다. 반가워서 발길을 멈추고 눈을 맞춘다.

이런 곳에 메꽃이 있다니 참 오랜만에 보는 풀이다. 나팔꽃과 아주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도심 복판의 거리지만 이 메꽃에 눈길을 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자극적인 색깔로 눈에 잘 띄는 꽃도 아니다. 그저 은은한 분홍빛으로 듬성듬성 꽃을 피우며, 연한 녹색 잎이 다른 나무 위에 줄기를 뻗고 있다. 흔한 풀 같지만 찾으면 없는 꽃이 이 메꽃이다.
 
메꽃은 메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이다. 흰색 땅속줄기에서 여러 개의 덩굴로 된 줄기가 나와 다른 물체를 감아 올라가며 자란다. 꽃은 엷은 분홍색이고 잎겨드랑이에서 1송이씩 핀다. 이 꽃은 참나리처럼 같은 그루의 꽃끼리는 수정하지 않고 다른 그루의 꽃끼리 수정해야만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고자화(鼓子花)라고도 부르는데 번식은 주로 뿌리줄기로 한다.
 
메꽃은 뿌리를 캐서 쌀과 함께 죽을 끓이거나 떡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 구황(救荒)식물이었고, 선조들은 어린 순을 나물로 먹었다. 민간요법으로 메꽃 뿌리는 허약한 체질을 바꾸는 효능이 있어, 어린이나 노인들의 체력 보강에 효과가 있었다. 병을 오래 앓아서 기력이 몹시 약해진 사람이 메꽃 뿌리의 생즙(生汁)을 내어 먹거나 쪄서 먹으면 살이 오르고 기운을 차릴 수 있다고 했다.

한방에서는 강장(强壯), 당뇨, 소화불량, 이뇨(利尿) 등에 이용된다. 특히 뿌리를 건조시키면 자양분이 많아서 체력이 마르고 혈압이 오르는 사람에게 널리 활용할 수 있으며, 약간의 단맛이 있어 혈당을 내리기도 한다.

메꽃
메꽃의 꽃말은 충성(忠誠)으로 충직한 병사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장군의 수하에 연락병이 한 사람 있었는데, 그는 장군이 이끄는 주력 부대와 이미 지나간 돌격 부대와 길을 연결 해 주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어느 날 길목을 지키던 이 병사는 장군의 부대가 도착하기 전에 적이 쏜 화살을 맞고 죽고 말았다. 적(敵)은 이 병사가 만들어 놓은 표지판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이 사실을 모르고 갈림길에 도착한 장군은 표지판만 있을 뿐 병사가 보이지 않음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주변을 살펴보니 한 곳에 붉은 핏자국이 보였다.

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나팔 모양의 꽃이 왼쪽으로 틀고 있지 않은가! 장군은 그 꽃이 죽은 병사의 나팔일 거라고 생각하고 그 꽃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행군을 계속할 것을 명령하였다. 이 충성스런 꽃이 바로 메꽃이다.  
 
메꽃은 햇볕을 좋아하는 양지식물로 초원이나 길 가장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감아 올라가는 줄기나 꽃 모양을 보면 언뜻 나팔꽃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잎이 길쭉한 창 모양에 귓불이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도심의 화단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피어있는 메꽃이 반갑다. 젊은 날에 이 화려한 도심에서 꿈을 좇던 나는 인생의 후반을 걷고 있다. 모든 것이 그대로이고 나만 변한 이 거리에서 만난 연한 분홍색 메꽃이 지난날을 반추하게 한다. 화려한 도심의 한가운데에서 수수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모습이 복잡한 인간사의 허(虛)와 실(實)을 관조하는 듯하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