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를 태운 마차는 또다시 그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당초계획을 수정하여 황과 지부를 거쳐 낭야대를 지나 함양궁으로 돌아왔다.

낭야대에서 불로초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던 시황제의 기대도 서복이 돌아오지 않음으로써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3차 순행은 실망과 분노로 점철되는 여행이 되고 말았다.

함양궁으로 돌아온 시황제는 근심이 많았다. 천하를 통일한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역모의 잔당이 남아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도 또 용서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는 박량사 사건을 계기로 전국에 포고령을 내렸다. 아울러 군수와 현령들에게 불순세력을 색출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치 않도록 할 것을 엄명했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이번에는 군수까지 목을 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박량사 사건도 흐지부지 묻혀갔다. 하지만 시황제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자신이 직접 모든 상황을 챙기지 않으면 무슨 변고가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3차 순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듬해였다.

급기야 시황제는 평민복장으로 변복을 하고 자신이 직접 세간의 민심을 읽겠노라며 함양궁을 나섰다. 물론 그의 뒤에는 낭중령 조고와 경호대장 위위, 몇몇 날쌘 무장들이 변복을 한 채 그의 뒤를 따랐다.

시황제가 나서본 함양성의 저자거리는 예상보다 풍성했으며 넉넉해 보였다. 상점마다 멸망한 6국에서 들어온 물품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궁에서는 보지 못했던 물건들도 있었으며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갖은 물고기들이 팔리고 있었다.

상인들은 물건을 팔기위해 고함을 질렀고 그것을 구경하는 장꾼들은 밀물처럼 밀려가며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이 있는지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시황제는 느린 걸음으로 어슬렁거리며 장꾼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상가를 기웃거렸다.

“주인장 이것은 뭐요?”

시황제가 곡식가게를 지나다 기이하게 생긴 열매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 멀쩡하게 생긴 양반이 그것을 보고도 모른단 말이오?”

꼬질꼬질하게 차려입은 가게 주인이 퉁명스럽게 되물었다.

“모르니까 묻고 있질 않소?”

“연밥이외다. 연꽃에서 따는 연씨.”

“아 그래요. 이것은 먹는 것이요?”

시황제가 신기한 듯 다시 물었다.

“아니 그럼 먹지 못하는 것을 팔고 있다는 말씀이오?”

가게 주인은 더욱 퉁명스럽게 말을 뱉었다. 그러자 주변에 선 승상과 조고의 눈 꼬리가 올라갔다. 더욱이 위위의 눈짓이 심상치 않았다. 그제야 가게 주인은 자신 앞에 선 사내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 채고 서둘러 말을 바꾸었다.

“이것으로 요리도 하고 약제로 쓰기도 합지요. 나으리.”

그제야 시황제가 고개를 끄덕이고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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