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칼럼] 이윤환 법학박사·건양대 교수

금년 6월 현재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는 1만7천여 명이다. 5년 전만해도 1만 2천여 명에 불과했음을 볼 때 100세노인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60세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제 100년을 사는 시대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1973년 가족계획 포스터에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3년에는 ’둘도 많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까지 등장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2001년에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되었고, 저출산과 함께 2000년대 들어서는 고령화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이윤환 법학박사·건양대 교수
오래 산다는 것은 인류의 오랜 소망이었고 이제 그 소망이 실현되고 있지만, 장수가 과연 축복이 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많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만 있다면 축복일 수 있지만, 저출산으로 생산가능 인력이 감소되어 세대 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노인들은 다음세대에 짐이 될 뿐 아니라 빈곤, 고독사 등 사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짙다.

현재의 노인들은 60~70년대의 노인들보다 건강하기 때문에 현재의 나이에 0.7을 곱한 나이와 맞먹는다고 한다. 의료기술의 획기적 발달로 이전세대에 비하여 건강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다. 따라서 70세가 넘었어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젊은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신노년층은 이전세대에 비해 높은 교육수준과 많은 경험을 통한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50~60대 금융자산의 60% 보유

이러한 신노년층의 등장은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신노년층은 자신의 부양을 자녀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이 높다. 학구열이 높은 노인들이 많아 대학이나 지자체별로 실시하는 평생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활동과 소비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노년층이 금융자산의 60~70%가량을 보유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50~60대가 금융자산의 60%를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장수시대가 되면서 노인들의 재혼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별하고 100세까지 혼자 산다는 것은 매우 힘들고 괴로운 삶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수시대로 접어들면서 바람직한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 독거노인이 늘어남에 따라 고독사가 증가된다. 금년 6월 부산에서 60대 조 모씨가 숨진 지 4개월 만에 발견되었다.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가 기초생활수급자 전수조사에 나섰다가 발견하였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2016년 1032명이 고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생말년에 빈곤과 고독으로 고통을 당하다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 없이 사망한다는 것은  100세 시대에 우리가 겪게 될 비극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48%가 빈곤층으로 분류될 만큼 노인빈곤문제가 심각하다. 노인간병 문제도 장수시대 우리사회를 위협하는 요소이다. 지속적인 노인인구 증가로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할 전망이다. ‘황혼의 덫’으로 불리는 치매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치매환자는 가족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온다. 치매환자 가족에게 가장 큰 부담이 간병시간이다.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들은 사회관계가 끊기거나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치매 환자 가족을 ‘숨겨진 환자’라 부르는 이유다.

100세 시대 앞두고 노인으로서의 제2인생 살기 위한 준비 필요 

베이비부머 1세대인 50~60대가 은퇴대열에 들어섰다. 은퇴 후 집에 있으면서 밥 세끼를 챙겨먹는 사람을 ‘삼식이’라고 풍자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은퇴 후의 삶이 녹록치 않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노인으로서의 제2인생을 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노후 준비는 경제적인 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가부장적인 의식을 버리고 과거에 익숙해져 있던 생각과 생활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년의 삶은 과거 고도성장기에 우리 모두가 지향했던 성과제일주의가 아니라 가족,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의미지향적인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류역사상 처음 경험해보는 100세 시대에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노년이 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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