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연합이 뜬다. 지난 7월 25일 정부가 중소기업이 공동출자하는 협업전문회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이제까지는 개별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형태를 취했다면 앞으로는 중소기업 생태계와 인프라 조성으로 방향을 틀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이 공동 출자한 협업 전문 기업의 경우 제품 개발과 금융 지원, 판로 확보, 마케팅과 수출 등 맞춤형 지원을 하게 된다. 정부는 중소기업간 공동연구개발 지원 사업도 75억 원 규모로 늘려 중소기업 협업 사업에 대한 우대를 강화할 방침이다. 마찬가지로 협업 사업을 통한 제품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단체 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공공기관까지 우선구매제도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 

그렇다면 협업전문회사제도가 성공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오백볼트(500V)는 벤처연합을 슬로건으로 내건 11개 스타트업을 묶은 협업전문회사다. 이 회사 김충범 대표는 지난 6월 열린 스타트업 컨퍼런스 행사 GSC 2017 기조연설에 나서 빠른 성장의 핵심 키워드로 동맹을 강조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월마트를 예로 들며 “전 세계 161개국 재정수입보다 크다”는 말로 기업이 웬만한 국가보다 큰 경제 규모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잘 키운 기업 하나가 열 국가 안 부러운 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대기업을 포함해 포브스 글로벌 2000에 한 세대 이전에 만들어진 66개만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이에 비해 창업 5년 미만 스타트업 중 75%는 폐업을 겪는다. 이스라엘 같은 스타트업 강국이 엑싯 비율이 60%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0.4%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한국을 창업가의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결국 기업은 규모의 경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기업이 성장 성적표를 올리려면 결국 경제 규모를 갖추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한 조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점에서 동맹, 그러니까 새 정부가 밝힌 협업전문회사제도 컨셉트를 강조했다. 국내에서 같은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끼리 손잡아 덩치를 키우고 해외 상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궁극적으론 국경 없는 동맹에 나서 해외 업체와 피를 섞는 지분 교환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완성하라는 것이다. 

오백볼트는 2016년 12월 설립 2년 만에 코넥스 상장을 한 데 이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 설명으로 따지면 국내에서 덩치를 키워 로컬 IPO를 완성하는 단계로 이행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해외 진출이 될 것이다. 정부의 협업전문회사제도 도입에 따라 중소기업의 이른바 벤처연합이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생태계 구축과 인프라 조성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짜려는 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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