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신 충남도청 공무원노조위원장…직원들의 쉼터, 지원군 다짐

충남도청 통합노조 김태신 초대 위원장은 "친구같은 노조, 신명나게 지낼 수 있는 노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노조는 '투명한 재정'과 '민주적인 운영' 이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한 기조로 갖고 갈 겁니다. 이걸 유지하면 도청 공무원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11년 만에 통합을 이룬 충남도청 공무원노조(이하 통합노조) 김태신(49·행정 7급) 초대 위원장은 통합노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 7일 새로 옮긴 사무실에서 <디트뉴스24>와 만난 김 위원장은 대대적인 출범식과 임원진 구성 준비에 한창이었다.

충남대학교 87학번으로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그는 1994년부터 동양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2000년 공직에 입문한다. 노조활동에 관심은 많았지만 낯선 공무원조직에 적응해야 하는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러다 전국 광역자치단체연맹이 태동하던 2007년 조직운영국장으로 노조간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변심한 선배들을 보면 신념을 버린 변절자라고 욕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그 사람의 삶의 일부라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투쟁’이나 ‘쟁취’ 등 강성노조에 부정적인 이미지만 보고 계신 분들도 있는데 일종의 프레임입니다. 공무원도 노동자고, 노동자를 위한 진솔한 집단이 노조입니다.”

학생운동과 언론사 출신의 김 위원장을 두고 통합노조가 ‘강성노선’을 걷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꽤 있었고, 기자 역시 어느 정도 마음이 기울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직접 만난 그는 예상과 달랐다. 흔히들 갈등과 대립의 주체로 비쳐졌던 노조와는 다른 의미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직원들 누구나 노조사무실에 와서 쉴 수 있고, 억울하거나 하소연할 곳이 없으면 들어주고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 

“노조는 직원들의 친구고 힘이 될 수 있는 동지입니다. 그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신명나게 지낼 수 있는 놀이 한마당으로 만들고 싶어요. 대신 무임승차는 안됩니다. 노조 밖에서 불만을 얘기하기보다 안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직원들의 참여로 함께 만들어가는 조직이 노조거든요.”

“통합노조 기대감, 부담스럽지만 외연확장으로 승화”

6일 월례조회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왼쪽)에게 도정 복귀를 축하하며 꽃다발을 건네는 김 위원장.

이 같은 김 위원장의 호소에 힘이 느껴진다. 그 배경에는 지난 4일 치러진 통합노조 위원장 선거의 투표율도 한몫을 했다. 역대 최고인 88.56%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통합노조에 대한 기대감의 방증일터. 

안희정 지사의 적극적인 환영과 지지표명도 기대감을 높이게 한다. 6일 월례조회 때 자신에게 꽃다발을 주며 도정 복귀를 축하하고 격려한 김 위원장에게 안 지사는 통합노조에 대한 기대감과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공개적으로 노조가입을 권장하기도 했다. 현재 대상직원 1300명 중 734명이 가입해 있지만, 4월 중 가입신청을 받아 6월 1000명 이상으로 공식 출범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포부다.

“당선증을 받을 때만 해도 부담감이 컸어요. 워낙 기대감이 높았으니까요. 그동안 양대노조로 갈라져 있어 집행부는 양쪽 의견이 갈린다는 핑계로 교섭을 미뤘고, 직원들도 그런 모습에 실망해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죠. 이젠 통합을 계기로 가입한다는 사람도 많고, 함께 가보자는 희망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있습니다. 지사님도 적극 응원해주시니까 잘 될 것 같아요.” 

통합노조를 이루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김 위원장의 역할은 핵심적이었다. 그는 양쪽 노조 중 한쪽의 위원장으로 당선된 지 2개월여 만에 통합을 결정했다. 개인적으로 보면 3년이나 임기가 남은 위원장직을 내려놓은 것과 다름없었다. 통합노조 선거에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인 물, 썩기 마련”…노조 인적구성 순환구조 ‘강조’

높은 투표율과 안 지사의 적극 지지발언 등 김 위원장은 통합노조에 거는 기대감과 희망적인 분위기로 힘을 받고 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당시 이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론 통합노조 위원장에도 선출되면서 두 번이나 검증을 통과한 ‘적임자’임을 입증한 셈이 됐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밑거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특정 위원장의 장기집권과 그로 인한 부정과 갈등 등 노조문화의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잖아요. 저도 사람입니다. 몇 번씩 위원장을 하게 되면 변할 수 있죠. 그래서 통합대의원회 회의 때 ‘2회 연임 제한’ 규정을 꼭 넣도록 했어요. 제가 아니라도 훌륭한 사람은 많고, 후배들이 노조활동을 배워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통합노조의 모든 활동도 협의와 합의를 통한 민주적인 절차로 진행될 겁니다.”

당장 그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단체교섭’이다. 안타깝지만 그동안 충남도청 공무원노조는 한 번도 단체교섭을 해본 적이 없다. 다행히 전국연맹에 자료가 있어 복지, 수당, 인사문제 등 필요한 자료를 뽑아 열심히 공부 중이라고 한다. 시기적으로는 5월 정도로 예상된다.

또 다른 핵심과제는 시간외수당. 근로기준법에 따라 일반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의 1.5배를 받지만 공무원들은 8000원씩 정해진 금액만 받을 수 있다. 동일한 규모의 일반회사 평균 임금의 80% 수준인 도청 직원들 입장에서는 이를 월급보전수단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도민들의 눈에는 파렴치한 꼼수로 비쳐지는 게 현실이다. 김 위원장은 전국단위 조직인 공노총(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연계해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조직이 양분돼 손발이 묶인 상태였다면, 이번 통합이 그걸 풀고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는 것이죠. 직원들과 조합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떳떳하고 당당한 노조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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