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 박사의 그림으로 만나는 천년 의학여행] <30>고대와 중세의 왕진

이승구 선병원재단 국제의료원장 겸 정형외과 과장.

그림1은 신화적 의미가 강한 그리스 시대 최초의 위대한 의사인 아스클레피오스(B.C 700년경)가 여성을 진찰하는 모습이다.

의학적 진찰의 의미보다는 1880년대 당시 화가 에드워드 포인터(1836-1919)가 누드화를 그린다는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위대한 의사의 진찰 장면으로 포장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성들이 모두 병색(病色)이 없는데다 키가 크고 날렵한 누드 상태다. 더구나 진찰 모습과는 다른 갖가지 유연한 몸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각상같이 보이려는 듯 여성들의 피부를 희게 칠했다. 여인의 살색이라기보다는 흡사 석고상 같다. 물을 뜨는 여인과 화폭의 중앙에서 손짓을 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진찰과는 또 다른 그림의 주제인 것 같은데 왕진을 격려하는 것 같다.

‘아스클레피오스의 방문’ 에드워드 포인터, 1880년, 런던, 개인 소장.

그림2는 1663년대 의사의 왕진 모습이다.

의사가 아픈 사람을 진찰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화가의 재치가 먼저 느껴져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만드는 그림이다. 젊은 여인이 골이 아픈 듯 이마를 어루만지고 있지만 아주 고통스러운 것 같지는 않다.

의사는 환자의 맥을 잡고는 있는데 웃음기 띤 얼굴이다. 물병을 들고 있는 하녀도 의사에게 무엇인가를 얘기하면서 웃고 있고, 남편은 걱정도 되지 않는 듯 거실 밖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다.

그림의 상황은 앞에 앉아 있는 소년이 확실하게 말해주고 있다. 마치 사랑의 신 ‘큐피드’처럼 사랑의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다른 여자와의 애정 문제로 남편과 한바탕 사랑싸움을 한 여자는 히스테리 두통이 주 증상이고, 하녀의 귀띔으로 모든 것을 알아챈 의사는 미소를 머금고 있다.

17세기의 유럽 가정의 거실 모습이 잘 그려져 있는 네덜란드 풍속화다. 당시 의사가 어떤 처방을 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의사의 왕진’ 얀 스테인, 1663년, 런던,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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