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의 리옹리포트] 대중교통 신뢰하면 자동차는 감소

리옹역 앞 트램.

앞선 글에서 트램을 도입한 리옹시의 대중교통이용률이 최근 5년간 27% 증가했고 이 중 트램은 80%가 증가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도로혼잡부분이다. 트램이라면 손사래부터 치고 보는 분들의 의견이 특히 그렇다.

“트램의 장점은 알겠는데, 지금도 복잡한 대도시에 트램이 들어오면 도로를 잠식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혼잡은 불 보듯 뻔한 것 아니냐는 것”이 대표적일게다.

교통통계가 작성된 이래 자동차대수가 줄기는 커녕 최근에도 연간 1만 3000대씩 증가하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대전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일 수 있겠다.
 
그러다보니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중교통이용률 전체가 증가하면 자동차이용률은 감소하기 마련이어서 혼잡은 없다’는 설명이 와 닿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보유율의 감소는 어떠한가? 리옹시도 자동차보유율이 11% 감소했다. 인구 150만 명에 지하철 4개 노선, 트램 5개 노선이 있는 대도시 리옹에서 말이다.
 
자동차보유율의 감소가 의미하는 바는 2가지이다. 하나는 트램이 도로공간을 차지해도 도로혼잡이 가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로에서 주행하는 자동차는 도로공간을 차지하는데 이를 차간거리(headway)라 한다. 차간거리는 앞 차의 앞범퍼에서 뒤차의 앞범퍼까지의 거리인데,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도시부에서는 30m 내외이다.

이론적으로 자동차 100대가 감소하면 어림잡아 3㎞의 도로공간이 창출된다. 예컨대 대전시 자동차보유대수가 64만대이니 10%가 감소하면 6만4000대이고 이로 인한 추가적인 도로공간은 1920km가 생겨나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하면 왕복4차로 도로 480㎞ 도로가 새로이 만들어지는 효과와 같다.

반면, 트램은 공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74㎞(편도37㎞기준) 정도이다. 바로 공간절감효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신뢰한다는 의미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통행을 하든 안정적 통행을 보장하는 대중교통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자동차 소유를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트램을 교통체계의 중심에 놓고 대중교통환경을 확 바꾸었더니 여러 분야에서 효과가 나타났다.

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존 도로공간은 트램을 중심으로 재분할되었고, 그 결과 주거환경과 도시경관을 개선했다. 특이할 점은 자동차가 차지하던 공간을 트램에만 할애하지 않고 보행자와 자전거에게도 이전보다 넓은 공간을 배정했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쾌적한 도시환경변화를 얻기 위해서는 공간분할에 매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리옹에서 틈나는대로 얘기를 나누었던 프로젝트 책임자 티부(Tibou) 박사에게 대전시의 트램단면을 보여주었다.

이재영 전 대전시 대중교통혁신추진단 부단장
그는 오랫동안 트램사업을 연구한 장본인이다. 한 동안 난감한 표정을 짓던 그가 무겁게 말을 꺼냈다. 

그는 “단순하게 도로중앙에 트램을 건설한다는 접근방식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 혼잡의 문제를 가중시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더 설명을 요구했다. “한마디로 트램을 도입하는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동안 내가 기회있을때마다 강조하던 그 말을 거꾸로, 그 것도 다른 나라 사람에게서 들은 것이다. 이제 확인한 셈이 되었으니 트램정책을 하시는 분들은 그 의미를 무겁게 새겨두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음 편에서는 트램이 도시개발과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살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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