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여론과 정치] 美대선 판도 D-70에 결정, 한국도 마찬가지

“누구를 지지하시나요?” 만약 이런 여론조사전화를 받으면 어떤 대답을 할까? “당신은 누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은데?” 대화자리에서 불쑥 상대방이 이런 질문을 하면 어떤 대답을 할까?

당당하게 의사표현 하는 사람도 많지만, 내 경험으론 피하거나 돌려 말하거나 아예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자신의 뜻을 감추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사실 속마음엔 지지하는 후보나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고 기대하는 후보가 있다.

선거를 앞둔 어느 정도의 시점이 되고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정국상황이 되면, 그리고 후보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형성되면 후보를 마음속에 점찍는다. 단지 표현을 안할 뿐.

CNN 보도 화면.
우리나라보다 자신을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성향의 미국인들도 2016년 대선에서 표현을 안한 ‘샤이 트럼프’현상을 보였지만, 실제 마음으론 이미 오래전부터 지지후보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2016년 11월 8일(화요일)에 실시된 미국대선 당일의 출구조사에서 대통령후보 결정시점을 투표자들에게 질문했다.

“언제 대통령후보를 결정했나?”라는 물음에 투표자들은 최근 2~3일내에 했다 7%, 지난주에 했다 5% 등 선거일 코앞에 마음을 결정한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10~40일, 40일~70일에 했다는 응답자는 13%로 같다.

반면 9월 이전, 즉 70일 이전에 했다는 응답자는 무려 62%에 달했다. 지지정당과 후보에 대한 기대 등을 통해 대부분이 이미 후보를 결정해 놓고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다면 그 후보를 찍는다는 얘기다.

미국 전역 대상의 신뢰도 높은 예측기관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의 여론추이를 보면 전체적으론 소위 “샤이트럼프‘ 현상 등으로 예측이 틀렸지만, 대선 70일이 가까워오는 7월과 8월을 전후로 의미있는 징후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트럼프의 약진이 눈에 띄고 특히 7월말 전후론 오히려 트럼프가 앞선다.

그럼 이 즈음에 미국정치권에선 무슨 일이 발생했을까? 가장 대표적인 정치이슈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와 후보확정이다. 일부 지지자들의 반대는 있었지만 공화당은 7월 18일에서 21일, 민주당은 28일에서 31일  각각 트럼프와 힐러리를 후보로 확정했다. 전당대회에서 각 당 지지자들은 기대감을 키우고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을 했다.

그런데 잘 나가던 힐러리는 D-70을 앞두고 왜 고전했을까? 이는 폭로전문언론 위키리크스의 힐러리 스캔달 폭로의 영향이다. 위키리크스는 7월초 장관재임 시절 이라크전쟁 관련 1000여 건의 이메일을 폭로한 후,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美민주당 전국위원회 핵심지도부인사 7명의 '샌더스 훼방 이메일'을 폭로했다. 이 폭로는 힐러리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했고, 샌더스 지지자를 자극하면서 민주당을 분열시켰고, 또한 반대편인 트럼프의 당선기대감을 높이며 공화당을 결집시켰다.

한국은 어떤가? 만약 탄핵인용이 3월 13일 이전 이루어진다면 지금이 거의 D-70전후다.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유권자들의 마음은 미국인 63%가 그랬듯 야권후보를 찍을지, 여권후보를 찍을지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확신한다. 마음에 둔 후보나 절대 찍고 싶지 않은 후보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정국 이슈흐름과 함께 결심을 다진다.

탄핵기각과 인용의 싸움이 치열하고,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치열하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맞서 고영태 기획론이 대두되고, 대통령탄핵 당위여론 한편으로 대통령 동정론도 조금씩 자리잡는다.

‘경제보다는 정의가 중요하다’는 특검의 결기에 이재용 구속영장은 결국 발부되었다. 정의를 지킨 환호여론 한쪽에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는다. 사드에 대한 논란 속에 김정은은 미사일을 쏘고 이복형인 김정남을 독살했다. 고질적인 북풍우려 반면에 안보에 대한 불안도 커진다. 이런 정국 이슈 속에 야당은 어쨌든 대세를 장악해 나가고 있고, 여당은 결집을 시도해 나가고 있다.

2월 16일 발표된 매일경제, MBN(리얼미터)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32.7% 안희정 19.3%, 황교안 16.5%가 나왔다. 정당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40.9%으로 한참 앞서며, 뒤를 자유한국당 18.6%, 국민의 당 12.7%, 바른정당 6.9%다.

몇가지 특징을 보면, 첫째 여전히 ‘숨은 보수’는 응답하지 않는다. 여권지지 응답률은 23%, 야권지지 응답률은 72.9%이다.
 
둘째, 후보에 대한 응집력 측면에선 범여권 후보의 존재감이 미미한 속에 여권지지 응답층의 황교안 지지도는 71.7%로 매우 높고, 야권지지층내 문재인 지지율은 44.9%, 안희정 지지율은 26.5%로 다소 분산되어 있다. 그런데 야권을 지지하며, 그중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응답률은 문재인이 65.0%, 안희정이 20.6%로 특히 문재인의 결속력이 압도적으로 높다.

셋째, 중도의 표심은 복잡하다. 안희정은 바른정당 지지자의 31.7%로 유승민에 앞서 있고, 국민의당 지지층의 18.8%로 안철수 다음이다. 바른정당, 국민의당 지지층의 문재인과 황교안 지지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지정당 없음, 모르겠다를 말한 유권자의 26.3%는 안희정을 지지하며, 그다음은 황교안으로 19.1%이다. 여기서도 문재인은 5.8%로 낮다. 이는 민주당 경선결과 문재인이 승리하면 안희정을 지지한 유권자가 문재인으로 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주는 징후다.

강영환 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탄핵이 조기인용되면 곧바로 대선이다. 모든 정당이 경선을 예고하고 있다. 유권자는 지금 마음의 결정을 어느 정도 내리고 자신이 마음에 둔 사람이 최종후보가 돼서 대통령이 되기를 고대한다.

경선과 후보추대를 위한 전당대회는 각 당이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가장 중요한 기회다. 그런데 미국의 경선과정에서 민주당처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내부분열의 길로 가면 결과는 치명적이다. 지금 유권자의 속마음을 잡고 확신을 부여하는 작업, 각 정당과 후보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 본 칼럼에 언급된 여론조사 결과는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515명을 대상으로 실시.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5%포인트.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외부기고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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