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우리의 교육은 왜 이렇게 이 모양 이 꼴일까요?”
“수십 년째 사교육비로 학부모들의 허리가 휘어도 아직도 시원스런 해결책이 없잖아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믿음도 없고, 학교가 행복한 배움터라는 말을 들을 수 없으니 말이에요.“
“교육이 우리의 미래인데, 지금 당장 변화가 필요하지 않아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우리 교육에 대해 이런 근심어린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쉽게 트이지 않는다.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가 교육이다. 누구나 변화해야 된다는 데는 하나로 모아지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중구난방 해결책이 난무하여 종잡을 수 없다. 실제 집권하는 정부마다 서로 다른 해결책으로 교육을 일으켜 세우겠다고 했지만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다.

이럴 때는 교육 개혁에 성공한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낫다. 그중에서도 핀란드의 사례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을 개혁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있었다는 점이다.

교육을 변화시키려는 계획과 실행에 정부 관료들과 교사들이 개혁위원회 활동을 함께 했다는 것과 함께 35년 동안 이 활동이 이어졌다니,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1966년부터 1970년까지 15년 동안 이어진 교육과정위원회를 통해 국가교육과정의 기초를 닦았는가 하면, 교사 출신의 에르끼 아호는 1972년부터 1991년까지 20년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을 역임하면서 핀란드의 교육개혁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교육개혁 정권 관계없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추진되어야

이렇게 교육개혁은 정권에 관계없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도 국가 차원의 교육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위원회의 활동에 간섭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지금은 매일 매일이 새롭게 변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을 숨 가쁘게 따라가야 하는 것이 현대인의 운명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늘 실업에 대한 우려를 낳아왔다. 20세기에 시작된 컴퓨터와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정보기술 혁명도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냈지만 반면에 단순사무직이나 기능직은 그 숫자가 확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인공지능 정보기술이 가져올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이에 따른 일자리 개편은 엄청난 사회적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새로운 시대에는 고용의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 자동화가 어려운 창의적, 감성적 업무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고 인공지능 산업과 관련한 새로운 직업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고용 형태도 달라져서 자주 직업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탄력적으로 근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러한 시대 추이에 맞추기 위해 요즈음 핀란드는 교육 개혁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 외국어, 수학, 물리, 역사 등 ‘과목(subject)’의 구분을 없애는 개혁을 시행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과목’ 대신 ‘코스(course)’ 개념을 새롭게 도입한 핀란드 교육 당국은 과목으로 분류된 교육과정으로 인해 학생들의 창의성을 제한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열린 사고를 위해 교과 융합적인 교육 체계로 개편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미 교육선진국으로서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핀란드지만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핀란드 교육개혁의 내용을 우리가 그대로 따를 수는 없을 것이다. 역사와 환경, 국민성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에 호응하는 핀란드의 교훈을 본받아야 한다. 특히 교육개혁을 누가 추진하느냐가 중요하다. 개혁안을 정부가 만들어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반드시 실패하고 만다.

교육개혁의 핵심 대상은 입시경쟁교육

개혁의 주체가 교사들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핀란드는 교육개혁의 중심에 교사가 있었다. 교사들이 개혁의 동반자가 되어 앞서서 나아가는 개혁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 지나간 정부마다 교원평가제를 추진하고 차등성과급으로 갈라치기하는 등 교사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왔다. 결국 교사들이 추진 동력이 되지 않으면서 어떠한 혁신도 이루지 못했다.

역대 정권마다 이러저러한 개혁안을 내세웠지만 본질은 놔두고 단편적인 대안으로 그치고 만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무엇보다 교육개혁의 핵심 대상은 입시경쟁교육이다. 21세기에 와서도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하지 못하게 하는 이 질곡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억지로 하는 공부는 좋아서 하는 공부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교육의 확고 불변한 진리다. 이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것으로,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성적지상주의와 경쟁만능주의에 찌든 교육을 타파하기 위한 교육개혁위원회를 꼭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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