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 박사의 그림으로 만나는 천년 의학여행] <25>환자와 의사

이승구 선병원재단 국제의료원장 겸 정형외과 과장.

중세시대의 교과서나 삽화를 보면 질병이나 환자가 악마나 괴물로 묘사되어 있다. 아마도 과거부터 질병은 사람의 몸에 악마가 깃드는 것이고 암이나 종양도 악마의 장난으로 인한 신생물(新生物)이며, 의사와의 힘겨운 싸움으로 병이 더 진행되거나 낫게 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인 듯싶다.

그림[1]을 보면 환자의 질병을 대변하는 악마가 질병을 치료하려는 의사와 다투고 있다.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악화 시키려는 악마와 이를 저지하려는 환자간의 몸싸움이 그려져 있다.

환자는 몸에 깃든 악마가 창이나 칼로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았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몸속에 깃든 악마와 싸우며 치료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림[1]. 의사와 악마로 표현된 환자와 질병, 1592년, Oxford Bodleian Library.

이후 1800년대에 들어와 인체 해부학, 병리학, 생리학, 외과적 수술의 발달, 세균학과 약물의 발견 등에 따른 내과학과 외과의 발전으로 질병과 암의 생리가 밝혀졌다. 그러면서 질병은 악마라는 개념이 사라진 듯하다.

그림[2]의 주인공은 1887년 파리 살페트리에르(Salpêtrière) 병원의 유명한 신경과 의사 장 마르탱 샤르코(Jean-Martin Charcot) 교수다.

동료인 바빈스키 교수의 도움을 받으면서 의대생과 임상 의사들에게 히스테리 증상의 젊은 여성에게 최면을 걸어 수면 치료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의학계에서는 히스테리를 두뇌 자체의 뇌병변은 없는, 환자의 일시적 정신 격앙(激昻)이나 돌발적 흥분 상태로 봤으며, 여성 환자의 질병 상태를 임상교육 시간에 교육하고 있다.

의사와 교수들 앞에 실제 환자를 상대로 진찰과 진단, 치료 등에 대한 집담회(Grand Ronund) 형식으로 토론하는 것은 당대 주요 의과대학들의 전형적 교육방식 이었다.

샤르코 교수는 다발성 뇌경색, 뇌 매독과 그로 인한 중증의 관절염(Charcot’s Joint) 등으로 유명하다. 그림에서 창문가에 팔을 굽히고 청강하는 20대 의대생은 샤르코 교수의 아들이다.

그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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