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세계 속으로] <7>

베르사유 궁 조감도
프랑스의 파리는 예술의 도시다. 중세까지 서유럽은 기독교문화로 거의 획일화되었다가 문예 부흥기를 거치면서 각 민족과 국가의 환경에 따라서 문화와 예술이 다양하게 바뀌었는데, 파리에서는 기독교문화의 보편성으로 인한 영향보다 소설과 영화로 더 유명해진 노트르담 대성당을 비롯하여 황제들의 화려했던 당시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베르사유 궁, 루브르 궁 그리고 파리의 랜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에펠탑, 몽마르트 언덕 등에서 서구문명과 다른 프랑스의 독자성을 엿볼 수 있다.

정승열 한국공무원문학협회 회장
사실 반만년 역사를 가진 우리의 생활공간은 목조건물이어서 건축과 조각, 회화 등 종합예술의 대부분을 사찰에서 찾고 있는 것 처럼 서양에서는 오랫동안 화려한 대리석으로 지은 왕궁이 미술관으로 변신하고, 각 도시마다 역사 깊은 대성당 등은 우리의 전통사찰처럼 건축, 회화, 조각 등 종합적인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문화예술의 보고(寶庫)가 된다. 파리의 베르사유 궁도 그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은 파리 시내에 있는 줄 알고 있는 베르사유 궁은 사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약22㎞ 떨어진 인구 9만 명이 사는 이불린 주의 수도에 있다. 원래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에 사냥을 좋아하던 루이 13세(1601~1643)가 1623년 여름철 별장으로 성을 지은 것이 베르사유 궁의 시초인데, 시골마을에 궁이 들어서자 마을은 일약 자치권을 가진 자치시가 되었다.

베르사유 광장
그런데, 루이 13세의 뒤를 이은 루이 14세(Louis XIV: 1638~1715)는 신하인 재무장관 푸케(Nicolas Foucquet: 1615~1680)의 보르 비콩트 성(Vaux-le-Vicomte)을 둘러본 뒤 그 어마어마하고 화려한 모습에 자존심이 상해서 보르 비콩트 성을 지었던 예술가들에게 그보다 더 화려한 궁전을 지으라고 명령하여 지은 것이 베르사유 궁이다. 건축가 르보(Le Vau), 망사르(Jules Hardouin-Mansart), 실내장식가 르브룅(Charles Le Brun), 조경가 르노트르(André Le Nôtre) 등이 50년 동안 습지였던 곳을 메우고 다듬으며 궁전을 지었는데, 이들은 아름다운 숲을 만들고 또 센 강의 물을 150m나 끌어와 분수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궁전의 상판은 물론 천장의 못 하나까지 일일이 장식을 할 정도로 화려하게 지은 궁전을 본 유럽의 군주들은 베르사유 궁을 부러워하며 그와 똑같이 짓기를 소원하여 유럽 각국에서 궁전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엔나의 센브론 궁전이다.

루이14세 기마상
이후 베르사유 궁은 1682년 루이 14세가 파리 루브르궁에서 옮겨온 뒤 1789년 프랑스대혁명으로 부르봉왕조가 무너질 때까지 약100년 동안 프랑스 절대주의를 지배한 궁중이 되었으나, 1870년 프랑스가 보불전쟁에서 패한 뒤 프로이센 군사령부의 주둔지가 되고, 이듬해에는 프로이센의 빌헬름 왕이 베르사유 궁의 ‘거울의 방’에서 황제 즉위식을 갖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에는 1919년 강화조약을 체결했던 역사적 장소가 되었던 베르사유 궁은 현재 중앙부·교회·극장을 제외한 남․북 양쪽 별관에 미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되어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베르사유 궁은 파리 시내에서 지하철과 버스로 갈 수 있는데, 먼저 파리에서 교외선 지하철 RER C5(VICK) 베르사유 리브 고슈(Versailles-Rive Gauche)행을 타고 종점인 생미셸 역까지 약30분이 걸린다. 편도는 3.55 유로이고, 왕복 티켓은 6.9유로다. 파리 생 라자르드역에서 국철을 타고 종점인 베르사유 리브 드루아트역(Versailles-Rive Droite)까지 약30분쯤 걸리는데, 역에서 궁전까지는 약1.2㎞다.

또,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국철로 항부이에(Rambouillet)․ 샤르트르(Chartres)행을 타고 약30분 정도 가다가 베르사유 상티에르역(Versailles Chan- tiers)에서 내리면 베르사유 궁까지 약1㎞인데, 교외선은 모두 2층으로 된 지하철이다. 유로패스가 있다면 무료 탑승이 가능하다. 또, 파리 Mètro 9호선 종점인 퐁 드 세브르(Pont de Sevres)에서 출발하는 171번 버스 베르사유 플라스 드 알마(Versailles Place d’Almes)행을 타고 약30분쯤 가면 궁전 앞이 버스정류장인데, 버스 티켓은 1.5유로이다.

베르사유궁의 입장료는 15유로이지만, 18세 미만은 무료다. 그러나 베르사유 궁은 내부의 화려함 못지않게 잘 가꾼 정원은 궁전 입장료와 별도로 정원 입장료 9유로를 내야 한다. 프랑스 정원은 영국의 궁중 정원이 자연상태 그대로인 것과 달리 기하학 문양의 정원에 배치한 잘 다듬어진 정원수며 각종 조형물과 분수대 등이 일본식 정원과 비슷한데, 넓은 정원을 골고루 돌아보는 정원 투어버스를 이용하려면 5유로를 또 내야 한다.

궁 외관 장식
베르사유 궁을 관람하는데 팁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여행용가방을 거의 의무적으로 짐보관소에 맡겨야 하며, 카메라 삼각대 같은 것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짐보관소는 무료 이용이다. 또, 패키지 여행이라면 가이드를 따라가면 되겠지만, 자유여행자라면 무료로 제공하는 오디오 가이들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베르사유궁의 광장도 유럽의 여느 도시의 광장처럼 대리석 돌기둥으로 바닥을 꾸몄는데(광장 바닥의 석주(石柱)의 유래는 2017.01.06. 로마 포로로마노 참조), 광장의 중앙에는 베르사유 궁을 화려하게 지은 태양왕(太陽王: Le Roi Soleil) 루이 14세의 청동기마상이 높이 세워져있다. 만 4세에 왕위에 올라 72년 동안 재위하다가 77세로 베르사유 궁에서 죽은 루이 14세는 유럽 역사상 최장기간 집권한 군주인데, 그는 왕권신수설을 신봉하여 자신을 ‘신(神)의 대리자’라 여기고 국가의 사소한 일까지 직접 주관했다.

루이 14세는 ‘짐이 국가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질 만큼 모든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켜서 강력한 왕권을 행사했지만, 아들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실정으로 프랑스혁명으로 부르봉 왕조가 무너지고 왕과 왕비는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이후 궁은 아무도 돌보지 않아서 폐허로 있다가 1837년 국왕 루이 필립이 고쳐서 역사박물관으로 삼은 것이다.

정원 투어 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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