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비상시국에 외유 떠나는 선출직, 그 자체가 나라망신


충남도의회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도 잇따라 해외연수를 추진하며 물의를 빚고 있다. 먼저 2월에 떠나려 했던 교육위원회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 일정을 잠정 보류했다. 그런데 3월 해외연수를 준비한 문화복지위원회는 당초 계획을 강행하면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그 명분은 더 가관이다. “국가적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선출직들의 해외 행을 고운 눈으로 보지 않을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해외 기관과의 일정을 취소하면 대한민국이 너무 혼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오히려 국가의 명예가 실추될까봐 가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정정희 문복위원장의 해명이다.

게다가 “지난해에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고 계획한 것인데다, 사실 탄핵정국이 몇 개월이나 계속됐는데도 변하지 않고 있다. 도의원들이 촛불을 들거나 태극기를 들고 거리를 나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뭔가 억울하다는 입장을 호소했다.

일반 국민들도 주저할 무책임한 말이 선출직 공직자에게서 흘러나온 것이다. 이들은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행정단위별로 해당 국민의 대표로 활동하라는 의무를 부여받았다. 그렇다면, 도민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했다. 

문복위 해외연수의 주된 이유는 복지·관광분야 선진지 견학이다. 이것이 이번 일정을 강행할 만큼 긴박한가. 교육위 동료의원들이 왜 보류키로 했는지, 아무런 위기감도 느끼지 못한 건가. 도민들의 시선은 두렵지 않은가 묻고 싶다.

안희정 충남지사를 향해 "AI와 구제역이 터진 상황에서 대권행보에 몰두하며 도정공백을 자초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도의회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의회의 권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들이다. 그러나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들 스스로 설득력을 잃고 있다.  

또 이번 일로 윤석우 의장의 리더십도 의심받고 있다. 윤 의장은 이미 1월 중순 해외연수 계획을 보고 받고 결재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했을까? “반대 입장을 보였음에도 의원들의 요청에 어쩔 수 없이 승인해줬다”는 그의 답변이 개운치 않다. 의회의 수장으로서 이번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 분명하다. 

한쪽에서는 탄핵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헌재 판결이 늦어지면서 ‘기각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로 인해 촛불민심의 집중력이 흩어지고, 국정농단의 주역과 부역자들에 대한 심판이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데 도의회의 마음은 유럽에 가있다. 오피니언 리더로서 자각이 없다. 민심을 추스르지 못할망정 나서서 방심을 조장하고 있다. 

“국위 선양을 위해서였다”는 명분이 궤변으로 들리는 이유다. 이런 부끄러운 모습이 진짜 국위선양이라고 생각하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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