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의 리옹리포트] “당연한 걸 왜 묻나” 핀잔만 돌아와

이재영 전 대전시 대중교통혁신추진단 부단장
올해 4살이 된 둘째 아이. 언니가 건네준 초콜릿에 일단 호기심을 갖기는 했으나 냅다 던져 버린다. 얘기만 들어도 달라고 보채는 사탕과는 반응이 다르다. 새로운 것은 그런 것일 게다.

초콜릿이야 먹는 걸 보여주면 나름대로 믿음이 생겨 따라하기 마련이지만 트램이란 것을 경험하지 않은 분들께 설명하기란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트램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초콜릿을 처음 대하는 마음 그 것으로 보아야 했다. 지난 3회까지의 이야기가 리옹시 대중교통에 대한 간략한 소개였다면 이 번 이야기부터는 좀 더 깊숙한 속내를 들여다 볼 예정이다. 

‘리옹시의 대중교통혁신 정책은 옳은 선택이었을까’란 질문을 먼저 던진다. “옳은 선택”이라는 답을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고 적어도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도 목격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트램사업의 성과는 교통부문과 교통 외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교통 외 부문은 주로 도심재생이나 가로활성화측면, 도시경관 측면 등을 들 수 있다.

교통부문은 다시 이용자와 관리자 및 운영자로 구분이 가능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이용자 측면에서의 효과나 인식이다. 이용자는 모든 공공정책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교통정책에서 이용자는 고객이고 관리자 혹은 운영자 모두는 서비스 제공자 즉, 양복점의 재단사와 같다. 재단사는 고객이 원하는 모양으로 옷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재단사의 입장을 고집한다면 그 것은 망해먹기 딱 좋은 양복점일 것이다. 시민의 입보다 의사결정자의 입을 먼저 보는 것은 재단사의 입장일 뿐이다.

관리 및 운영측면의 성과도 또한 중요하다. 이 역시 이용자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만큼 이용자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명분이 있어야 재원을 투입할 수 있고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직업상 호기심이 많다. 외국인이 와서 트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대충 “좋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트램을 이용하고는 있지만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을까? 마치, 우리의 지하철을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이방인의 눈에는 지하철의 편리함으로 비춰질 수 있지 않겠는가? 무료승차라는 당근을 모른다면 말이다.

‘르 메트로(Le Metro)’ 가게 주인 ‘상루(Semroud)’씨

몽펠리에시에서 만난 중년여성 마리(Marie).

그래서 프랑스 곳곳에서 평범한 시민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물론 인터뷰에 사전연출은 없었다. 나이 많은 할머니, 트램 노선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트램을 이용하는 중년여성, 검표원 등을 다양하게 만났다.

첫 번째 만난 시민은 파리T3에서 만난 야닉 르 소(Jeannick le SAUX) 할머니다. T3라인은 저소득지역을 통과하는데 트램정류장(Porte de Vincennes) 인근 카페에서 대뜸 휴대폰카메라를 들이댔다. 트램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빠르고 편리하고 또 깨끗해서 매우 좋아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인터뷰 중에 웬 아저씨가 내게 다가와 “누구신데 남의 가게에서 이러고 있냐”고 한마디 한다. 연유를 설명하니 “그럼 내가 하는 게 맞다”고 말하며 자기도 해달라고 한다.

커피와 간단한 음료를 파는 바를 운영하는 ‘르 메트로(Le Metro)’ 가게 주인 ‘상루(Semroud)’씨였다. 그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여기서 20년째, 장사하고 있는데 트램이 개통되고 나서 매출이 최소 30% 올랐다. 원래 버스가 다녔기 때문에 트램으로 매출상승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보다시피 사람이 많지 않은가?”

그는 “대전시도 트램을 빨리 설치해라. 그리고 가게주인들 설득이 어려우면 여기로 보내라”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이 외에도 몽펠리에시에서 만난 중년여성 마리(Marie)는 “편리하고 저렴하다. 특히, 도심에서는 주차가 불편하지만 트램은 어디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렇게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며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외에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도시와 사람은 달라도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나’라는 반응이 많았다. 인터뷰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부정적인 반응’도 함께 소개해 균형을 맞추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다음 회에는 트램 설치 이후 리옹 시민들의 인식변화, 대중교통 분담률 변화 등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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