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 박사의 그림으로 만나는 천년 의학여행] <24>선천성 기형

이승구 선병원재단 국제의료원장 겸 정형외과 과장.

고대인들에게 여성은 한 집안에 소속된 일종의 가정부였다. 여성의 권리란 개념 자체가 없었다.

기형아를 낳은 여자는 악마와 관계한 것으로 몰려 탄압받았다.

유전적 질환이나 사회질병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의학상식이 부재한 탓도 있지만, 남성들에 비해 존중 받지 못했던 정서적 배경이 컸다.

중세시대 유럽국가에서는 왕가와 가까운 귀족 간 권력 세습 때문에 혈통을 유지하려는 집념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사촌간은 물론 심지어 오빠·동생 간 근친결혼이 성행했다.

근친간의 관계로 인해 유전병이 흔히 발생한 이유다. 유럽왕가에서는 유전병의 대물림으로 고통 받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전염성 및 선천성 매독까지 창궐했다. 당시 의술로는 치료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선천성 기형아가 많이 출생했다.

기형아들은 수명이 짧아 생존율이 낮았다. 당연히 사회적 진출과 안정적인 생활이 어려웠고, 대중에게 놀잇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비록 귀족가문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숨겨 키워지거나 집과 떨어져 살았다.

사회 저명인사인 부모 슬하에서 정상적으로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펠리페 4세의 딸 마가리타 공주와 난쟁이 시녀들의 모습을 그린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캔버스에 유채, 318×276㎝, 1656-1657년,프라도 박물관

그림은 스페인 궁정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다.

화면의 중앙에 마가리타 공주를 중심으로 총 7명의 남녀 시녀와 수행원이 등장한다.

이젤 앞의 벨라스케스가 그림을 그리고 있고, 그림 속 사람들은 모두 화가를 등 뒤에 두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왕 펠리페 4세와 왕비를 뒤편의 조그만 거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분명 이들 앞에 커다란 거울이 놓여 있을 테고 왕과 왕비는 거울 뒤편에 서 있을 것이다.

화가 자신을 화폭 중앙에 놓고 그림 속 전체 장면을 마치 거울 속에 비친 이미지처럼 그린 점이 독특하다.

피카소가 이 그림의 유형을 50여 차례나 따라 그렸다고 한다.

그림 속에서처럼 난쟁이들은 왕실이나 귀족의 시종으로 일하며 때로는 놀잇감이 돼주었을 것이다.

 

후안 반 데르 하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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