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헌석의 예술계 산책] 아름다운 평화를 나누게 하소서

캄캄한 밤이었습니다. 지난해 병신년(丙申年)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습니다. ‘떼거리’들은 자신들의 주장만이 지선(至善)이라며 목소리를 돋우었습니다. 앞에는 ‘국민’을 내세웠지만 그들의 국민은 자신들의 떼거리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이루겠다며 ‘촛불을 든 사람들’은 ‘떼법’의 민주주의에 길들여 있습니다. 선거에 의하여 선출되어 선량(選良)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어둠의 자식들’만도 못하였습니다. 어둠의 자식들은 자기들만의 의리라도 지키는데, 선거벽보에 사진을 붙이고 선량이 된 자들은 ‘입의 칼’로 세상과 ‘선거 때의 임’을 단두대에 세웠습니다.

리헌석 전 대전문인협회장·문학평론가 겸 아트리뷰어
태극기를 들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사람들도 ‘떼법’의 민주주의에 길들여 있습니다. 법원의 선고 전에는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합니다. 야권의, 야권에 의한, 야권을 위해 제정하고 시행하고 있는 ‘특검법’은 헌법의 평등권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나라와 겨레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고 주장을 합니다.

정론직필(正論直筆)이어야 할 언론은 허론(虛論)과 곡언(曲言)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혔습니다. 법에 의해 죄가 확정되기도 전에 언론이 앞서 정치가 갈 길을 몰아가기도 하였습니다. 그 길은 국민의 편에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언론사의, 언론사에 의한, 언론사를 위한 ‘떨거지 소란’이어서 조작한 기사를 서로 퍼나르며 나라를 시끄럽게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유년 설을 맞아 간절한 기도를 올립니다. 어수선한 난장판이 잘 정돈되고, 손에 손을 잡고 한마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내가 서운할 때, 나를 서운하게 한 사람들을 먼저 용서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하여 평화로운 대한민국의 정치도 잘 되고, 국민의 살림도 활짝 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새해, 미명(未明)을 깨우는
우렁찬 ‘닭 울음’이게 하소서.

지난해의 어둠이
아직은 세상에 가득해 보이지만
천지를 흔드는 닭울음소리에
가뭇없이 사라지게 하소서.

우리의 가슴에 남아 있는
어둠의 찌꺼기까지 모두
새롭게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청심(淸心)이게 하소서.

되짚어 보면
살다가 몇 번쯤
아픔도 겪게 마련이고
울화로 답답하기도 하였을 터,
부끄러운 욕설을 주고받으며
눈을 부릅뜨기도 하였을 터,

때로는
하늘에 주먹질을 하며
가슴의 응어리를 내뱉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무서운 메아리일 수도 있는 법,

새해를 맞아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나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고
그를 미워한 자신을 돌아보며,
“내 탓이요.”
반성하는 삶이 오히려 행복이리니,

저들이 잘못한 사실을 깨우쳐도
깨닫지 못함을
오히려 불쌍하게 여기고
“그대를 미워하여 미안하였노라.”
먼저 찾아가 사과하는
화해의 한 해가 되게 하소서!

새해, 새 아침
눈시울 적시는 초심(初心)으로
1년 내내
아름다운 평화를 나누게 하소서.
― 리헌석 시 「아름다운 평화를 나누게 하소서」 전문

이제 광장에 주저앉아 촛불을 들었던 손과 태극기를 들고 거리에 나섰던 손으로 사랑의 악수를 나누어야 합니다. 피켓마다 쓰여 있던 저주의 말 대신 ‘사랑합니다.’ ‘아니오. 내가 더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아니오. 내가 미안합니다.’ ‘내 탓이요.’ ‘아니오. 내 탓이 더 큽니다.’ ‘힘을 모아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십시다.’ 눈빛도 선하게 가슴을 열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거리에 나서지 않고 자기 일에 충실하던 우리 국민 모두 같은 마음이어야 합니다.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을 원망하면, 그 화살이 나에게로 향할 수도 있습니다.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을 미워했다면, 내가 먼저 미워한 것을 풀어야 합니다. ‘당신이 한 짓이 미워서, 당신을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미워해서 미안합니다.’ 얽힌 감정을 풀어야 합니다.

정유년 설을 맞아, 지난해의 어둠을 씻고, 1년 내내 맑고 밝은 세상이기를 소망합니다. ‘영차영차 힘을 모으는 힘’을 ‘울력’이라고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울력’으로 훌륭한 나라를 이루기를 바랍니다. 이제 정말로 통일이 되는 나라의 기틀을 다지면서 서로 사랑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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