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의 의미와 우리의 자세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

많은 파란을 일으켰던 병신년(丙申年)은 어느 사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이제 새해가 밝아왔다. 2017년은 간지로 볼 때, 정유년이다. 정유년의 ‘정(丁)’은 불을 말하는데, 불은 붉은 색조를 가진다. ‘유(酉)’는 닭을 의미한다. 그래서 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라고 말할 수 있다.
 
불은 붉은 색이다. 붉은 색은 예로부터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신성함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에는 붉은 색을 중시한다. 새해에는 붉은 색조를 가진 불의 에너지가 혼탁한 이 세상을 제대로 정화(淨火)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불의 특성을 보면 광명성(光明性)을 가진다. 불은 어두운 세상을 광명하게 해준다. 불이 사라지면 어둠은 즉각 찾아온다. 오직 광명이 임해야만 세상은 밝아진다. 광명은 우리 마음의 본질이다. 유학의 경전인 <대학(大學)>에서는 마음을 ‘밝은 덕[明德]’으로 표현했다. 우리의 밝은 덕을 밝히면 그것이 성인(聖人)이요, 성인은 곧 완전한 인간이다. 마음이 다 밝아졌을 때 우리의 본 모습은 회복된다. 본모습을 회복하면 삶은 반드시 밝아진다. 불을 의미하는 정유년을 맞은 지상만물은 반드시 희망차고 실속 있는 한해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닭은 ‘꼬끼오’ 소리를 내는 동물이다. 예부터 집에서 길러 살림의 밑천으로도 삼지만 또한 새벽을 알리는 자명종으로도 취급되었다. 천지가 잠들 때, 새벽닭이 고성으로 울면 이웃집의 닭들도 따라서 운다. 이때부터 인간 세상에는 비로소 바쁜 하루가 시작된다. 밤낮의 구분을 지어주는 것이 바로 닭의 울음소리다. 닭이야 말로 인간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신성한 동물이다. 새벽에 우는 닭소리를 ‘계명성(鷄鳴聲)’이라 한다. 계명성이 울리면 인간 세상은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닭은 신성한 동물임에 틀림없다.
 

철학박사·중화서당 원장
더욱이 닭은 오덕(五德)을 갖추고 있다. 이는 다른 동물에서는 볼 수 없는 점이다. 중국 한(漢)나라 때의 저서인 <한시외전(韓詩外傳)>에서는 오덕을 문(文), 무(武), 용(勇), 인(仁), 신(信)으로 지목한다. 관(冠)의 의미를 가진 벼슬은 ‘문’, 예리한 발톱은 ‘무’, 싸움에 임해 물러서지 않는 기질은 ‘용’, 모이를 함께 먹는 생활습관은 ‘인’, 새벽이 되면 어김없이 소리를 울리는 점은 ‘신’에 해당한다. 여기서 볼 때, 닭은 군자의 덕을 두루 갖추고 있는 동물이라 하겠다.  

국민들 냉철한 시각 가지고 혼란한 국내외 정세 바라봐야

정유년은 신성하고 또 희망이 있는 해다. 이러한 시운을 맞이하여 우리 대한민국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우리의 상황은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이하고 있고, 또 대통령 선거도 앞두고 있다. 역학(易學)에서 볼 때의 우리나라는 작년 2016년처럼 너무나 큰 혼란과 격변을 겪게 되어있다. 뭔가를 해보려 하지만 말만 많고 실익이 없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 적이 우리나라의 숨통을 찌른다. 참으로 딱한 처지에 놓여있다.

역학적 시각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새해가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국내정세는 물론, 국제적인 정세도 최악으로 달릴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의 강대국들이 모두 우리에게 공세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세이다. 우리 모두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대(先代)들이 여태껏 힘들여 가꾸어온 이 나라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 우선 정치하는 사람들부터 대오각성(大悟覺醒)해야 한다. 모두가 국가의 장래보다는 정권욕에 눈이 어두워져 있다. 정치적 능력을 가진 인물이 잘 보이지 않으니, 국가의 전도(前途)가 걱정이다.

<중용>에 ‘삼달덕(三達德)’이란 말이 있다. 삼달덕은 ‘지(知)’ ․ ‘인(仁)’ ․ ‘용(勇)’이다. ‘지’는 세상을 보는 큰 지혜, ‘인’은 사람을 포용하는 덕, ‘용’은 강한 추진력을 말한다. 지금처럼 위태한 상황에 처해있는 우리나라를 바로 세우자면 반드시 삼달덕을 갖추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나라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또한 국민들도 냉철한 시각을 가지고 정세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정치놀음에 이용당할 수밖에 없다. 이 시국을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국민들은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한다고 여기겠지만, 그것을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반드시 냉정을 되찾아 심사숙고해야 한다.

2017년 정유년이 새로 밝았다. 계명성이 어두운 새벽하늘을 깨운다. 이제 위대한 인물이 나타나 세상을 참답게 밝히고, 또 국민들은 구습을 타파하여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변해갈 때, 우리에게 기회는 다시 찾아올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명언을 되새겨 볼 시점이다.

춘곡(春谷) 강성애 작 고고지성(呱呱之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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