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작가의 남도 여행-2

□ 들어가는 시


너는 어드매로 시작하여
어드매로 가는지?

길 너의 존재는 무엇이며
너는 누구인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길.

하늘 따라 열리고
하늘 따라 나서는 길


너의 시작은 어드매이며
너의 끝은 어드매인지 말하여 다오!
                                    - 김우영 작가의 시 ‘길’ 全文

위 시는 고향에서 중학교 다닐 때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8km를 통학하며 쓴 시다. 집에서 나와 재넘어 고개에 올라 안개 낀 방죽가를 걷다보면 남산이 나온다.

김우영 작가
힘겹게 언덕에 올라서면 아스라이 저만치 논다랭이 건너로 읍내가 눈썹 사이로 열린다. 다시 땀을 식히며 논길을 걸어가면 허름한 판자집 시골역이 나오고 대한통운이라는 빨간창고를 끼고돌아 나란히 뻗은 철길을 따라 걷다보면 푸르런 산 아래 안온하게 자리잡은 학교가 나온다. 이 길을 왕복 3년간 고개숙이며 걸었더니 주변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얼라, 저거 걸어댕기는 김우영 시인이네? 야, 뭔 노무 생각이 그렇게 많어서 맨날 고개 숙이고 걷는기여 임마……?”

한없이 길게 펼쳐진 철길, 논길, 방죽길, 산길, 재너머 길은 10대 소년에게 무한한 미지의 세계를 잉태하였다. 그리고 그 때부터 역마살(驛馬煞)이 끼어서 그런지 여차하면 그 당시 서울로, 객지로 수시로 가출하곤 했다.

오늘도 통키타 하나 덜렁 어깨에 매고 습관처럼 집을 나선다. 찾는 이, 부르는 이 없어도 역(驛)에 나간다. 플렛홈에서 기차에 서면 그냥 올라탄다. 그렇게 가다가 깜깜함 밤 이름없는 어느 간이역에 내린다. 역 근처 허름한 주막집에서 막걸리 한 잔하고 쓸쓸한 여인숙에서 하룻밤 자고 오는 철없는 방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방랑자, 보헤미안(Bohemian)명분으로 버스킹(Buskong)하여 생긴 돈으로 국밥 한 그릇 사 먹는다. 그리고 키타를 어깨에 덜렁매고 다시 길잡이를 떠나는 길 위의 인생.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길을 오늘도 나서고 있는 철없는 남자여!

 1. 길 떠난 그대 뒷 모습 아름다워라!
   첫 째 날 / 하늘 맑고 때때로 구름
                       
오전 광주행 열차에 올랐다. 잠시 후 시그널에 불빛이 들어오고 기적소리 뚜— 하고 울리더니 기차는 남녘으로 내처 달린다. 차창으로 보이는 황량한 겨울들판은 마른 재치기로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남도여행은 직장생활 30년 봉직(奉職)기념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긴 기간동안 웃고 울었던 주마등 같은 세월의 되새김이다. 그간 직장업무로 인한 갈등, 사람으로 인한 어려움, 반면 좋은 일과 사람들과의 인연은 참으로 아름다웠던 지난 시절이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몸을 깊숙이 묻고 생각에 잠겼다. 문득 독일의 위대한 시인 ‘괴테’의 말이 생각이 난다.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 여행과 변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또한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여행은 가슴 떨릴 때 해야지 다리 떨릴 때 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철없는 여행자는 오늘도 남도를 향하여 여행길을 나선 것이다.

철학자 ‘플로베르’의 말처럼 여행을 통해 인간은 겸손해진다. 세상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하찮은가? 절실히 깨닫게 해주기 때문인 것 처럼 깨달음의 연속이라는 생각으로 남도평야를 달리는 철마(鐵馬)에 심신을 맡겼다.

많은 사유(思惟)의 난마(亂麻)속에서 달리던 기차는 호남벌 예향 광주역에 숨 가쁜 호홉으로 멈춘다. 플렛트 홈을 나와 광장으로 나갔다. 저만치 김정 대표님과 김유근 소설가님이 반갑게 다가와 악수를 청한다. 인사를 나누고 마침 점심시간이 되었는지? 배꼽시계가 정확하게 허기를 부른다. 김정 대표님이 말한다.

 “맛고을 광주에 왔응께. 쩌어기 맛있는 오리탕 전문식당으로 가더랑께요.”
 “좋치라우, 아따 배고프네잉.
 “좋아요. 오리탕이 좋지요.”

 김유근 소설가님과 여행자는 맞장구를 치고 북구 유동 102-26번지 ‘영양오리탕 식당’으로 갔다. 구수하게 고아낸 국물에 맛난 오리고기로 허기를 떼웠다. 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다시 저녁때 우산동 현대아파트 안동기 이사님댁에서 만나기로 하고 잠시 헤어졌다.

 빛고을 땅에 어둠이 어스름 어스름 내릴즈음 광주역 부근에서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호남지회 백일선 지회장과 만나 택시를 타고 우산동으로 갔다. 둘이는 그간 안부와 생활에 대하여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인근 편의점으로 갔다.

오늘밤 회원들과 만나 나눌 막걸리와 음료수를 준비하여 현대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어디서 자동차 클랙션 소리가 들린다. 아파트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시집 ‘그리운 무궁화꽃’의 저자 이현숙 시인과 ‘오늘도 걷는다’라는 시집을 출간한 유양업 성악가가 차에서 내린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안동기 이사님 아파트로 올라갔다.
 아파트에 도착한 일행은 거실에 다과류를 준비하고 내일 김정 대표님의 광주문학상을 수상을 미리 축하하고 회원간 친목을 다졌다. 시낭송과 성악, 키타연주에 맞추어 작은음악회를 뜻깊게 가졌다. 박수를 치며 흥겨운 모임은 밤 늦게 끝나고 내일 김정 대표님 시상식장 해후를 기약하고 헤어졌다. 

순천 일억포장마차 식당에서 오찬 후 키타를 연주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2. 아름다운 축복과 만남의 자리
   둘 째 날 / 말간 하늘이 열리고       

사박—사박— 하는 작은 발자국 소리에 눈을 뜨니 아침이다. 김유근 소설가
와 안동기 이사님과 같이 인근 중흥동 ‘빼대있는집 식당’에서 해장국으로 지난밤 과음으로 인한 속을 데쳤다. 식당을 나오며 김유근 소설가와 안동기 이사님의 대화가 명품이다.

 “오늘 아침은 뼈대있는 집 식당에서 밥을 먹었응께. 뼈대있는 처신을 허야 쓰겄지라우?”
 “암만 맞지라우? 우리가 명색이 예술가가 아닌가베?”
 “허허허---!”
 “하하하---!”

 아파트에 도착 안동기 이사님은 일이 있어 먼저 나가다. 천천히 쉬었다 가란다. 김유근 소설가님과 여행자는 여유있게 휴식을 취하다가 오후에 동구 서석동으로 갔다.

 서석동에 도착하자 시간 여유가 있었다. 김유근 소설가와 유양업 성악가, 여행자와 셋이서 간단히 KT빌딩 앞 ‘미소랑식당’에서 흰 두부안주에 막걸리를 한 잔 했다. 우리는 잠시 키타를 연주하며 여흥을 갖았다.

KT빌딩 희망나눔재단 4층 시상식장으로 올라갔다. 식장에는 회원들이 많이 왔다. 광주문인협회 회원이 700여명이라니 단체규모가 컸다. 이곳에서 임원식, 김경숙, 김면수, 윤수자, 문인호 시인 등을 만났다. 수상자 김정 대표님을 중심으로 회원들과 기념촬영 후 만찬을 했다.       

 “김정 시인님, 호남벌 광주 노벨문학상에 버금갈만큼 훌륭한 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려요! 짝짝---”
 “고마워라우. 고마워라우! 호호호---”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에서는 대형 화환과 꽃다발을 축하의 의미로 전달하며 축하를 했다.

시상식을 마치고 김면수 시인님의 안내로 2차로 맥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인근의 동영동 소재 ‘보리와 이삭’ 카페로 갔다. 김면수 시인님은 광주문인협회 오기순 수필가님과 이민주 소설가님을 초청했다. 그리고 백일선 지회장님, 김상윤 국악인, 김유근 소설가님이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 모임 백미(白眉)는 마무리에 김상윤 국악인의 판소리 한 토막이었다. 늦어가는 밤하늘에 판소리 가락이 울려퍼져 예향(禮鄕) 빛고을의 정취를 더했다. 

 ‘가장 위대한 여행은 지구를 열 바퀴 도는 여행이 아니라 단 한 차례라도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다!’

아! 이것이 오늘날 우리 자화상을 보는 뜻깊은 여행이리라. 저 유망한 아르헨티나 출생 쿠바의 혁명가 ‘체 케바라’의 말처럼 청춘은 여행이다. 찢어진 주머니에 두 손을 내리꽂은 채 그저 길을 떠나도 좋은 것이리라’

 일행은 늦은시간 남광주천이 흐르는 남구 양림동 숙소로 옮겨 방안에 주안상을 차려놓고 도란도란 새벽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까아만 어둠과 함께 꿈나라에 젖어들었다.

 3. 강진 청자골을 따라 장흥마을에서 머물다
   셋 째 날 / 하늘이 눈이 올 것 같이 흐리다

동구 동영동 보리와 이삭 카페에 초대한 김면수 시인

동편에 뜬 아침 햇살을 보며 일행은 기지개를 폈다. 어젯밤 새벽까지 과음으로 아픈 속을 남광주시장 근처 ‘복천식당’에서 해장국으로 속을 데쳤다.

 식사 후 김상윤 국악인은 사업상, 김유근 소설가는 가정사정으로 경기도 화성으로 간다며 헤어졌다. 따라서 백일선 지회장님 승용차로 여행자와 둘이서 강진으로 했다. 청자골 강진으로 가는 도로는 비교적 한산했다. 둘이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도착한 강진 청자골을 지나 대구면 계치리에 도착했다.  

이곳 계치리에 거주하는 농혁(農爀)조동근 박사님은 지난해부터 여행자와 수시로 만나 면담하며 자서전을 집필하고 있다. 조 박사님은 이곳에서 표고버섯으로 성공한 임업인이요, 농사채를 많이 가진 대부호이다. 사랑방에 앉아 농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관련사진을 촬영했다. 마침 점심 때가 되었다. 사모님 ‘선남연 여사’님이 차려주는 맛난 시골식 오찬을 했다. 아쉽지만 다음을 약속하고 계치리를 나와 인근지역인 장흥 관산으로 향하였다.

여행자를 태운 승용차는 장흥 관산 당동길 18번지 산골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훗날 동행한 백일선 지회장님이 귀향하여 종산(宗山)에 임산물을 경작하고자 하는 조용한 마을이다. 사람이 살다 떠난지 오래된 옛 집터를 둘러보며 훗날 귀향시 집을 리모델링해야 겠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려오는 길에 백일선 지회장님 집안 아제 ‘백여종 스님’을 만나 차 한 잔 하며 세상사 한담(閑談)을 나누었다.

순천 해룡면 ㈜그린하이텍 사옥 앞에서 대학동문 4총사가 기념촬영

늦어가는 오후나절 관산 앞바다 일대를 승용차로 드라이브 하였다. 마치 만조라서 바다는 물이 많이 들어와 있었다. 저만치 남해바다가 푸르런 색깔로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저만치 바닷가 귀퉁이에 안온하게 자리잡은 어촌 마을집에서 저녁밥을 짓는 연기가 굴뚝을 나와 허공으로 천천히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집 뒷 대숲에서는 참새 떼들이 포르륵—--포르륵---날아 저마다 제 집을 찾아가는 듯하다. 집 떠난 여행자는 집이 서럽게 그리운 순간이다. 그래서 집 나오면 고생이요, 외로움 투성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둠이 깔리는 초저녁 저 멀리 아파트 불빛이 보이고 차량이 늘어나는 것을 보니 장흥읍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느꼈다. 장흥군청 유용수 수필작가님에게 전화를 했다.

 “아따 대전 김우영 작가님 오셨지라우? 반가웁지라우. 쪼개만 기둘려라우?”
 “네 반가워요. 군청 정문 앞에서 기다리지요.”

 잠시 후 유용수 작가와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군청 뒤 대복회관으로 갔다. 작은 가정집을 횟집으로 개조한 깔끔하고 깨끗한 식당 분위기였다. 주요메뉴는 회정식으로서 부서정식과 생선회 등 싱싱한 회와 복 요리가 맛이 좋았다. 특히 이 식당의 인기 메뉴라는 부서정식은 시원한 녹차물에 밥을 말아 짭쪼름한 굴비를 흰쌀밥 위에 얹어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기본 상차림에 광어회와 복사시미가 나오고 다양하며 정갈했다. 참치회와 장흥에서 유명한 뻘낙지, 전어회와 전어무침도 나오고 맛이 입에 감긴다. 여행자가 처음 먹어보는 말린 굴비과에 속하는 부서생선은 감칠맛과 꾸덕한 식감이 좋았다.     

부서회정식을 들며 장흥별곡문학회 김석중 회장님과 고영천 청태전차연구회 회장님, 장흥교도소 김헌기 시인님 등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만찬을 즐겼다. 역사적인 지식으로 빼곡하고 해박한 유용수 수필작가님의 다양한 역사적 뒤안길을 들으며 자리는 무르익어갔다.  

 “저는 긍께 매주 금요일이면 가슴이 뛰어 브러요. 이번 주말에는 워디로 여행을 가서 역사적 산실 공부를 헐까하는 바램여라우?”
 “오, 우리 유용수 수필작가님은 장흥의 살아있는 사학자이네요. 그 해박한 지식에 탄복합니다. 하하하---”

 일행과 만찬을 마치고 숙소로 가는데 저편 동편에 달이 희끄므레하게 떠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다. 구름 사이로 교교히 비추는 저 달빛 속에 우리가 이미 들어가 있고 달님 또한 잘 왔다며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그래서 낯선 곳에서의 여행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다. 세상에서 우리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이 얼마나 작은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여행은 정신을 이렇게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이다

오늘밤 묶을 숙소는 장흥읍 장흥대로 3683번지 ‘크라운 호텔’이다. 근래 ‘못난 것이 어미란다’라는 시집을 출간 인기를 끌고 있는 김헌기 시인님과 백일선 지회장님, 여행자와 셋이서 인근 편의점에서 막걸리 몇 병 구입하여 호텔방으로 올라갔다.

 방안에 술상을 펼치고 셋이서 문학이야기, 세상이야기, 주변이야기 꽃을 피웠다. 취중에 우리는 김헌기 시인의 절창에 산문시 ‘그리운 양림동’을 헤설프게 읊조렸다.  

우리도 고향이 어디냐고 묻지 않았네
새벽 인력시장에 모인 사람들은
사는 처지 다 안 다는 듯
담배나 한 대 물고 다들 말이 없었네
어제처럼 공치지 않고
일감을 물어다 줄 맘 좋은 하루 이웃을 찾아
순서대로 호명을 기다리며
남 모르게 가슴을 쓸어 담고 있었네
누군가가 나무 부스러기를 긁어모아
시장 통 마당에 군불을 지피우고
하나 둘 씩 사람들이 따순 불 주위로 모여 들었네
불이 확 타오르고 사는 것이 녹녹치 않았던
지난날의 고달픈 날들을 떠올리며
잠시 얼어붙은 몸을 녹이었네
마음을 녹이었네
날품 팔아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은
확 타오르는 저 군불처럼
그런 날이 다가오기를 바라지도 않았네
날품팔이도 일감이 많아서
공 치고 헛걸음으로 돌아가는 날 없이
어린 새끼들 밥 굶는 일만 없다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었네
사는 것이 별수 없이 다 그렇다는 듯
다들 서두르지 않고 순서대로 호명을 기다리며
언제나 가족을 걱정하는 우리들의 무뚝뚝한 아버지처럼
얼굴만 봐도 다 안다는 듯
모두들 말이 없었네

 세계적인 여류여행가 ‘한비야’는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갈파했다.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여행은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이지만, 그 자체로 보상이다. 오늘 문향(文鄕)장흥에 와서 훌륭한 선비들을 만나 문학에 취하고, 음식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인향(人香)에 취하노니 이 얼마나 고귀한 금상첨화(錦上添花)인가!

 

순천 일억포장마차 식당 앞에서

4. 순천을 따라 정겨운 사람을 만나다
   넷 째 날 / 하늘 반짝, 기분도 반짝 

 은은한 편백나무 향기에 코를 실룩거리며 스르르 눈을 떴다. 마치 깊은 산에서 맡는 깊은 편백의 피톤치드(Phytoncide)를 직접 맡는 것 같았다. 나무가 해충과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자연 항균 물질이 피톤치드이다. 스트레스 해소, 심폐기능 강화, 살균작용의 효과가 있으며 아토피를 유발하는 집먼지 진드기의 번식을 억제한다고 한다. 또한 공기를 정화시켜 쾌적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숲속에서 삼림욕을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장흥이 고향이라서 지리에 밝은 백일선 지회장님의 안내로 장흥버스터미널 근처 허름한 식당으로 아침식사를 위하여 들어갔다. 식사를 하다가 벽면을 보니 반가운 한 장의 액자기사를 보았다. 소설문학의 요람 장흥을 소개하는 기사이다.
 
 이른 아침에 청태전차연구회 ‘고영천 회장님’이 전화를 했다. 멀리서 모처럼 왔으니 차 한 잔하고 가란다. 읍내 건너 평화리 ‘평화다원’이라는 찻집에서 한적하게 차를 마셨다.

다시 읍내로 나와 군청 군수실을 문화원 ‘이금호 원장님’과 함께 방문하여 ‘김성 군수’님을 만났다. 지난 10월 장흥문학특구행사에 대한 덕담을 나누었다.

 “전국 문학인을 위하여 애 쓰시는 김성 문학군수님 고맙습니다. 내년에 또 뵙겠습니다.”
 “그라요? 김 작가님 내년에 또 만나더랑께요.”

장흥군 문학군수님과 악수를 하고 군청을 나왔다. 일행은 군청 뒤 ‘달보드레’라는 찻집으로 갔다. 말 그대로 약간 달콤한 차를 ‘유용수 수필작가님’과 장흥문화관광해설협회 ‘김상찬 회장님’과 함께 차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었다. 한편 어젯밤 대복회관에서 특별한 부서정식을 잘 대접받은 답례로 여행자는 즉석에서 키타연주와 함께 노래를 선물했다.

문향(文鄕)장흥 출신 이동규 충남대 교수는 이곳에서 함부로 시인이나 소설가 명함을 내밀지 말라고 했다. 군수, 조합장, 면장, 어민, 학생에 이르기까지 시인이 아닌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철쭉의 제암산, 피톤치드 편백의 억불산
천관문학관의 천관산그리고 보림사 계곡물 가득 안은
탐진강이 어우러진 文鄕
장흥은 관서별곡의 고향시 아닌 것, 시인 아닌 사람이 없는 곳소설 아닌 것, 소설 아닌 사람이 없는 곳누가 여기에서 함부로 시인이라 자랑하랴누가 여기에서 함부로 소설가라고 말할 수 있으랴!이청준의 서편제가 들리고한승원의 아제아제 바라아제가 귓전을 때리는 곳장흥 사람은 모두가 풍류꾼이다.           - 이동규 시인(월평 출신·대전 거주)의 정남진 장흥’全文

 태양(太陽)에 바래지면 역사(歷史)가 되고, 월광(月光)에 물들면 신화(神話)가 되듯, 책에 물들면 시인과 소설가가 된다는 생각을 하며 문학의 고장 장흥을 뒤로하고 순천을 향하여 달렸다.

 일행을 태운 승용차는 곧게 뻗은 도로를 신나게 질주하고 있다. 한참 달리던 차는 속도들 줄이며 순천시 해룡면 인터체인지로 접어들었다.   

역 플렛트 홈으로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마을입구 다리를 지나자 맛깔스런 수필집 ‘행복한 동행’을 출간한 정현석 수필가가 운영하는 순천시 해룡면 남기 2길 18-2 ㈜그린하이텍의 사옥(社屋)이 보인다. 미리 나와 있던 박정기 시인님과 그린하이텍 정현석 대표님의 환영을 받으며 대표이사실로 향하였다.

 대학동문이자 문인들인 여행자, 백일선 지회장, 박정기(순천시 남정동 국도광고자재기획 대표), 정현석 수필가 4인방이 한 자리에 앉으니 든든하다. 정현석 수필가와 박정기 시인이 만면에 미소를 띠며 말한다.

 “이렇게 4명의 동문이 한 자리에 앉으니 이 세상에 무서울 게 웂어불제잉!”
 “더욱 전국은 물론 전 세계가 좁을 정도로 종횡무진 풍미하는 김우영 동문 작가님이 방문헝께. 이 자리가 더욱 빛나불제잉!”
 “맞어라우. 그려불제잉---!”
 “하하하---허허허---”

 일행은 반가운 담소를 나누었다. 서로 짝을 지어 기념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그리고 미리 예약한 오찬을 위하여 시내 교육청 앞 ‘일억포장마차’를 향하여 출발했다. 일억포장마차는 ‘정혜원 음악인 여사’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일억포장마차 식당에 도착하니 미리 준비한 음식을 내놓았다. 꽃게탕에 간장게장의 맛난 요리에 취해 일행은 포만포식을 하였다. 그리고 김우영 작가가 준비한 통키타에 맞추어 노래를 하며 만남의 유익함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호남지회 순천의 김우영 시인이 함께하였다. 근사한 6인 오찬이 이루어지는 의미깊은 자리였다.

 반가운 만남을 뒤로하고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며 여행자는 광주로 향하였다. 산과 들 사이로 굽이굽이 열린 길을 따라 승용차는 가볍게 달린다. 한참 달리던 차는 광주 동구 동명로 전남여고 뒤편에 숨 가쁘게 멈추어 선다. 백일선 지회장님이 말한다.

 “아이고 우리 대전 김 작가님과 3박 4일 의미깊은 여행을 함께 혔는디 그냥 가지마소? 우리 동네 주막에서 한 잔 허고 가드랑께요.”
 “허허— 좋지요. 이번 함께한 3박 4일의 근사한 여행의 대미(大尾)를 그냥 마칠 수 없지요? 한 잔 멋지게 건배를 해야지요.
 “하하하---!”
 “허허허---!”

 잠시 후 본회 호남지회 시집 ‘가을호숫가’의 저자 이철호 시인과 박태형 광주동부소방서 119구조대장님과 합석하여 넷이서 시낭송과 키타를 연주하며 즐거운 가운데 초저녁 서편 노을을 맞고 있었다. 

□ 직장30년 봉직(奉職)기념, 3박 4일 여행을 마치며 

 멋지고 근사한 음풍농월을 뒤로하고 광주역으로 향하였다. 저만치 저녘노을이 빨래줄에 걸치듯 하늘을 색칠하며 하루 해를 접고 있었다. 광주역에 도착 서대전행 기차표를 구입하고 플렛틀 홈에 내려섰다.

 광주역 플렛트 홈 시그널에 불이 들어오고 오가는 여행자들로 발길이 붐빈다. 기차에 올라 자리에 앉으니 피로가 몰려온다. 대전을 출발하여 광주-강진-장흥-순천-광주-대전으로의 3박 4일간 직장 봉직 30년 기념 남도여행 대장정이 마무리 된다.

 시골에서 중학교 시절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8km를 걸어다니며 쓴 ‘길’ 역마살 시. 어드매로 시작하여 어드매로 가는지 길 너의 존재는 무엇이며 너는 누구인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길따라 걷는 길 보헤미안 인생의 여행자.

 광주역 플랫트 홈에 멈추어 선 둔중한 긴 열차가 뚜— 하고 기적을 울리며 대전으로 향한다. 여행 마무리 허접한 마음에 잠시 키타를 잡고 선율에 마음을 실었다. 문득 대전 ‘한성기 시인’의 ‘역(驛)’이란 시가 떠오른다.

                                       
푸른 불 시그널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마한 역(驛)이 있다.
 빈 대합실(待合室)에는 의지할 의자(椅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急行列車)가 어지럽게 경적(警笛)을 울리며 지나간다.
눈이 오고 비가 오고……
득한 선로(線路) 위에 없는 듯 있는 듯 거기 조그마한 역(驛)처럼 내가 있다. 
                                        (大尾)

   대한민국 중원땅 한밭벌 보문산 아래 문인산방에서 쓰다

- 오늘의 명언
 소중한 것을 깨닫는 장소는 언제나 컴퓨터 앞이 아니라, 바로 파란 하늘 아래였다.  

(일본 여행작가․다카하시 아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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