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대한민국의 교사는 왜 힘들다고 하는가? 많은 교사들이 힘들다는 첫 번째 이유로 잡무에 시달린다는 점을 든다. 교사의 근본 업무는 교수-학습이다. 즉 교실에서 학생에게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전달하기 위해 수업을 하는 것이다. 더불어 학생의 생활지도도 교사의 고유의 업무다. 수업이나 생활지도가 어렵기는 해도 그것 때문에 교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교사들은 아주 드물다. 그런데 학교의 행정업무에 지치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는 교사들이 꽤 많다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작년 5월 대전교육연구소가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한 '대전 교사 학교생활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선 바꿔야 할 학교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설문에 참여한 577명 응답자의 457명(79%)이 '과중한 행정업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결과로 보면 많은 교사들이 그들이 맡고 있는 행정업무를 과중하다고 느끼고 있고, 이로 인해 학교생활을 힘들어 한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교육 관료들 교사들 행정업무 과중하다고 생각지 않아

그러나 교육 관료들은 교사들이 맡고 있는 행정업무가 과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행정업무가 늘어나고 있어도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장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 한두 시간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수업도 과거와 비교해 많지 않은데, 교사들이 엄살을 떠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

과거보다 교사들의 수업시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주당 수업이 30시간을 넘어서기도 했던 1990년대 이전의 교사들보다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교사들은 학생들과 소통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아이들이란 길들여지지 않은 순수한 인격체이지만 저마다 다양하고 독특한 인성을 갖고 있어서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흥분하고 빠르게 식어버리기도 하여 정서적으로 소통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아이들과 인간적으로 맞닥뜨리는 것은 상당히 힘들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달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하는 것은 교사의 운명이다. 교사라면 이 운명이 힘들다고 해서 피하지도 않고 불평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교사들은 교육적으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을 때 정말 힘들다고 느낀다. 다음은 작년 11월 교육청에서 학교로 내려온 유공교원 추천 공문들이다.

작년 11월 교육청에서 학교로 내려온 유공교원 추천 공문들.
이렇게 많은 유공교원 표창이 필요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런 사업은 대체로 학교 교육 발전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업들을 교육부나 교육청이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이를 계량화하려는 데 있다. 학교나 교사의 자율성과 자발성은 주어지지 않고 방향과 지침을 촘촘히 제시하고 이것을 무조건 따라해야 하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상부에서 제시한 방향과 지침을 얼마나 잘 추진했는지를 계량화하여 보여주기를 잘하는 교사들을 표창한다. 

‘2016년도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유공 교원 표창계획’을 살펴보자.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에 크게 공헌한 자를 선정하라면서 단서를 두어 「친구사랑 3운동 선도학교, 생활지도협력학교, 어울림 어깨동무, 또래상담 조정, 자치법정 업무담당자」 등의 유공자를 우선순위로 추천하라고 한다. 단서로 제시한 사업들은 학교폭력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사업으로 느껴지는 것들이다. 결국은 교육부의 각종 사업이나 지침을 충실히 시행한 학교의 교사들이 공적조서 작성에서 유리하다.

교사들 협력·자율로 이뤄지지 않는 모든 일 잡무로 보아야

한마디로 관료적인 행정을 밑바탕으로 추진하는 각종 보여주기식 사업의 성공을 위해 표창과 각종 승진 가산점을 남발하고 있다. 교사들을 표창과 점수로 현혹한들 그것이 교실의 아이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학교에서 교사들의 협력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모든 업무를 잡무로 보아야 한다. 교사들이 얄팍한 보상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아이들만 바라보며 공동체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도와주어야 한다.

교사들이 더 이상 교육적으로 가치 없는 각종 보여주기 잡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의식이 확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곧 교육의 정상화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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