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 박사의 그림으로 만나는 천년 의학여행] <22>수술의 변천

이승구 선병원재단 국제의료원장 겸 정형외과 과장.

수술은 종교적 목적으로, 예술의 소재로도 아주 드물지만 사용됐다.

종교적 목적의 수술은 포경수술이 최초다.
 
기원전 1280년경 여호와께서 99세의 아브라함에게 이르셨다. “너희 중 남자는 모두 할례를 받으라. 태어난 지 8일 만에 할례를 받을 것이며, 할례를 받지 아니한 자는 백성 중에서 제 하리니.”(창세기 17; 1-2, 10-14) 포경수술이 기독교적 최초의 수술이 된 이유다.

포경(할례) 수술(1599년 크리스 핀 데 파세의 교과서 삽화).

종교적 신념과 왕의 권위, 생존신앙을 돈독히 하려는 제물의식으로도 수술이 이용됐다.

1550년경 멕시코 아즈텍 사람들은 약초로 타박상, 치질 등을 치료했고, 천연 마취제를 사용했으며 날카로운 흑요석 칼로 수술했다.

경미한 수술 외에는 온통 추상적인 종교만을 생각했을 뿐 인간의 생명이나 의사의 사명 등은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고 그 피와 심장을 바쳐 신을 숭배해야 한다는 믿음 뿐이었다.

1550년경 멕시코 아즈테크인들의 수술.

반면 예술적 목적의 수술은 극히 드물었다.

다만 의학 발달의 한 과정을 명시할 수 있는 예술가들의 수술 그림들이 존재한다.

18세기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외과학 책은 로렌츠 하이스타(1683-1758)의 ‘수술(Surgery)’이었다.

그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암스테르담 등에서 교육 후 떠돌이 의사에게서 탈장수술을 배웠고 충수염을 처음으로 기술했다.

그는 탈장, 치질, 쇄석술, 사지 절단법, 수술 전 지혈대 착용 등을 시도했다.

최초의 암 수술로서 침샘 종양, 갑상선 암 수술을 시작하고 기관지 절개술을 창시하기도 했다. 

광기의치료(신경증 환자의 무마취 뇌수술, 1480년 히에로니무스 보스, 프라도 미술관).

1480년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은 광기를 방지하고 치료할 목적으로 정신병자들의 머릿속에 있다고 상상되었던 돌을 제거하는 수술 장면이다.

당시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 황당한 의학적 소신이란 명분아래 고통을 당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의료행위들이 유럽 여러 지역에서 건실하고 확실한 의학적 진보를 끈질기게 방해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초의 무모한 외과 수술들로 비록 많은 사람들이 무지한 의술에 고통 받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점차 의술 발전과 인간 수명의 연장이 가능해 진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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