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학교가 마을에서 사라지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마을의 미래가 살아 숨 쉬는 곳이 학교가 아닐까 한다. 결국 학교가 없어지면 그 마을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잖아도 우리의 농촌 마을은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뒤늦게 귀촌하여 농업에 종사하는 분의 한숨소리를 가끔씩 듣는다.

“뼈 빠지게 일해야 적자라고 하는 것은 견딜만한데, 농촌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을 찾기가 어려워.”
“왜냐고? 온통 노인들뿐이야. 저녁만 되면 마을 전체가 캄캄해져. 낮에도 적막하기만 해.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이 없어서 동네가 적막강산이 되니..... 아이들이 오가고 법석도 떨어야 마을이 살아있는 느낌이 들잖아, 그런 게 없으니 마을에서 즐거움을 찾기가 어려워.”

복식수업 학생·학부모 학력 저하 걱정 않고 교사들 가르치는데 불만 없어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미래이며 그들이 잘 자라주어야 그 사회의 삶이 풍성해질 수 있다. 그 미래가 꿈을 키우고 성장하는 곳이 학교다. 따라서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이 있는 한 학교는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인구의 도시 집중과 저출산으로 인해 소규모학교가 점점 늘어나면서 이를 통폐합하는 것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 육성권고기준(읍·면 지역 60명 이하)’에 미달이 되는 대전지역 초등학교 4개교 가운데 서구의 기성동에 위치한 길헌분교가 기성초등학교에 통합될 처지에 놓여 있다. 

시골에 있는 소규모 학교는 흔히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이다. 학교 운영비로 보자면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극히 낮은 곳으로 하루라도 빨리 폐쇄해서 도시 근거리에 있는 큰 학교에 통폐합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또 학생 수가 적다 보니 2개 학년이 복식 수업을 하게 되고, 형이나 누나, 언니, 동생이 함께 어울려 수업을 하게 된다.

대전시교육청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보기 어려운 학습권 침해라 규정한다. 따라서 시교육청은 ‘대전 적정규모 학교 육성계획(2016.05)’에서 소규모 학교는 또래집단 형성 기회 부족으로 사회성‧협동의식 발달에 한계를 갖게 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곤란하다는 점을 들어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통폐합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런 복식수업으로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학력이 저하되거나 불편하다고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가르치기 힘들다는 불평도 없다. 따지고 보면 소규모 학교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 개별화수업이 가능하여 완전학습의 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학교의 이런 장점을 살리면서 생태학습, 문화예술교육 등의 다양한 교육과정을 구현해나가는 것이 학생들을 위해 더 나을 수 있다.

실제로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면 통폐합이 더 문제다. 기성초로 흡수 통합될 경우, 아이들은 새벽에 일어나 버스를 타야 하는데, 놓치게 되면 등교가 어려워진다. 이런 점에서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통폐합을 추진한다는 교육청의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시골 마을 살기 좋은 곳 되려면 아이 있고 학교 살려야

지금 대전시교육청은 소규모학교를 유지한다고 해도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왜냐하면 대전에는 농산촌형 분교가 거의 사라져 지금 한두 개를 존속한다 하더라도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추진하는 국제중고 신설과 같은 사업에 투자하는 자금의 0.1%인 5000만 원만 투자한다면 다양한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어 도시 학생들을 끌어올 수 있는 학교가 가능하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에서도 도시 아이들의 농산촌 유학을 유도하여 소규모학교를 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도 단위의 교육청은 소규모학교를 살리기 위한 각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헌법 제31조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이들이 시골에 있건 도시에 있건 차별 없이 교육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농촌에서 학교는 단순히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주민들에게는 공동체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골 마을이 살기에 즐거운 곳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가 있어야 하고 학교를 살려야 한다. 도시 근교의 소규모 학교를 없애기보다는 그 학교 때문에 이주하고 싶은 마을로 가꾸어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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