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집회에 사암연합회 스님 참석..6일 예산심의에는 천주교 방청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성모의 집 사태가 종교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화스님(보광사 주지)과 경원스님(광제사 주지) 등 (사)대전불교사암연합회에서 활동 중인 스님 10여명은 5일 오전 동구청을 방문해 한현택 청장과 면담을 시도했다. 하지만 한 청장이 예산과 관련해 국회 출장을 가면서 면담은 불발됐고 대신 박선용 동구의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들이 이날 동구청을 찾은 이유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동구청 앞에서 보문중∙고 학부모 및 학교측이 주최한 '성모의 집 신축이전 결사반대 집회'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동화스님 등은 한 청장을 만나려 했던 것. 대신 박 의장을 만나 성모의 집을 보문중 옆으로 이전하려는 동구청 계획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성모의 집 신축 이전 추진에 스님들이 나선 직접적인 이유는 보문중∙고가 불교에서 운영하는 학교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문중∙고는 불교종립사학으로 학교법인 보문학원에서 지난 1946년 설립한 학교다. 동화스님은 보문고를 졸업한 동문이기도 하다.

즉 동화스님은 동문이자 대전불교사암연합회에 소속된 자격으로 이날 집회 현장을 방문해 성모의 집 이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어필했다. 그는 이날 면담에 실패한 한현택 청장을 향해 "중앙 정치를 너무 좋아한다"며 말문을 연 뒤 "정치인으로서 국회의원이나 시장에 대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동구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

이어 "시민과 백성들과 불통이 되면 큰 정치를 할 수 있을까"라면서 "보문이라는 백년대계를 위해 부처님과 보살의 후예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학부모와 학교측의 의견이 관철되는데 동참하겠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동화스님 등은 또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동구청이 학생들의 등굣길인 학교 옆에 성모의 집을 신축하기 위해 밀실행정을 자행했기에 그 악폐를 규탄하며 신축 이전 사업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학생들의 인권 및 학습권 침해, 금품 요구(갈취)로 인한 교육환경 침해, 신입생 유치 장애 등의 이유를 들어 성모의 집 이전을 반대했다. 보문고 및 학부모들이 주장하고 있는 문제점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같은 보문고측의 입장에 대해 성모의 집을 운영 중인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천주교 대전교구 설립)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난 1976년부터 성모의 집을 운영중인 복지회는 최근 <디트뉴스24>에게 보낸 공식 입장을 통해 "학생들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위협하고, 잦은 욕설과 고성방가, 학교에 들어와 술값 등을 요구했다면 그동안 왜 한번도 동구청이나 성모의 집,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을까"라며 "설사 그러한 일들이 실제 벌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분들이 성모의집을 이용하시는 분들인지 아닌지에 대한 사실 확인조차 없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학교주변의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개선의 노력을 왜 학교 자체적으로 기울이지 않았는가. 이 모든 것들이 근거없는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현재 성모의집도 보문중고등학교와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으나 학생들의 교수 학습권 침해나 교육환경을 훼손시킨 적이 없었음에도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어르신이든, 장애인이든, 노숙인이든, 아동이든, 우리 사회는 이러한 사회적 약자에 대해 마땅히 도움을 줘야하며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며 "어르신들을 존경하고 존중해야하는 경로효친 사상은 도대체 왜 이야기하지 않는지?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성모의 집 신축 이전을 둘러싼 보문고와 동구청간 갈등이 보문고를 운영 중인 불교측과 성모의 집을 운영 중인 천주교간 종교 갈등으로 비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보문고측도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법인의 직접적인 관여는 조심스러워 했지만, 동화스님 등의 자발적인 참여는 막지 못했다.

한편, 6일 오전 10시부터로 예정된 동구의회 도시복지위원회의 성모의 집 신축 예산 9억 7천만원에 대한 심사에 보문고측과 천주교측, 그리고 성모의 집을 이용하는 노인회측에서 방청을 신청해 자칫 충돌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다.

동구의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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