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거부의 뜻으로 내년 1학기 중학교 역사 과목을 편성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대전시교육청 관내 중학교는 올해와 내년도 1학년에 역사과목을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도 교육감들이 이처럼 내년 중학교 1학년에 역사과목을 편성하지 않도록 하려는 데 대해 교육부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는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야 한다"고 했고 교육부가 고시한 교육과정 총론에도 "교과의 이수시기와 수업시수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가 제시하는 근거다.

교육부는 과목 편성은 일선 학교장의 재량 권한인데 교육감들이 편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교육감의 권한을 벗어난 것인지를 관련 법령 등을 참고해 검토한 뒤 위반 행위로 판단되면 시정명령 또는 불이행시 고발 등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국 진보교육감들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적용 안해"

이에 앞서 대전을 비롯한 전국 14개 시·도교육감들은 지난달 28일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자 현장에서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내년도 1학기에 역사 과목을 편성한 서울 19개 중학교 교장과 30일 긴급 회의를 연 뒤 "내년 서울의 모든 중학교는 1학년에 역사과목을 편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학교 역사를 2, 3학년에 편성하고 이미 국정 교과서를 주문한 학교는 취소 절차를 밟기로 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도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 되자마자 "내년에 광주의 모든 중학교에서 국정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에 대비해 보조교재를 제작할 계획인 부산시교육청은 이미 내년 중학교 1학년 신입생에게는 역사과목을 편성하지 않았으며 충북도교육청도 내년에 역사 과목을 편성한 중학교들에 대해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게 할 방침이다.

내년 대전시내 중학교 1학년 역사 안 배워… 2, 3학년에 편성

교육부와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진보교육감들이 내년 중학교 1학년에 역사과목을 편성하지 않는 가운데 대전시교육청은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중학교 1학년에 역사가 편성돼 있지 않다.

이는 타 시도처럼 교육청이나 교육감이 별도의 편성지침을 정한 게 아니라 일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국정 역사교과서와 관계없이 대전지역 중학생들은 역사과목을 2, 3학년에 배우도록 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타 시·도 교육청처럼 기존 1학년에 편성된 역사과목을 2, 3학년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대전지역 중학교들은 올해도 1학년에 역사를 편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등학교의 경우 대다수 학교들이 1학년 때 한국사를 가르치기 때문에 중학교처럼 2, 3학년으로 미루기도 어려워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가 채택될 경우 혼란이 우려된다.

특히 대학입시에서 한국사가 필수과목인만큼 일선 학교들은 3학년보다는 1학년 혹은 1~2학년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내 고등학교들의 내년도 한국사 편성현황을 보면 1학년이 17곳, 1~2학년 3곳, 1·3학년 27곳, 1·2·3학년 1곳으로 1학년 때 한국사를 배워야하는 학교는 전체 62곳 중 48개교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수능에서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돼 대부분 고등학교들이 1학년 혹은 1학년에서 3학년에 걸쳐 한국사를 편성하고 있다"며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일선 고등학교에서 혼선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설동호 대전교육감 "시·도교육감협의회 결정대로 국정 역사교과서 검토자체 거부"

한편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거부하고 보조교재를 개발하는 일부 교육청에 법적 대응까지 언급하고 나서 서울교육청을 비롯한 일부 시·도교육청과 마찰이 예고된다.

이런 가운데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지난 28일 현장검토본 공개 후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결정한 내용대로 국정 역사교과서의 검토자체를 거부하고 교육부가 일정대로 발표하고 난 후 교육청 자체적으로 교과서 채택여부에 대한 협의를 거친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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