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를 탐하는 자초

여불위는 잠시 생각에 젖었다. 누굴 의미하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과 동행한 계집들을 돌이켜 보았다.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혹시?”

여불위가 자초의 눈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물었다.

“그렇소이다.”

자초는 대뜸 대답했다. 여불위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문치적거리다 무릎을 치며 박장대소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자신의 애첩 조희였다.

조희는 조나라의 귀족출신으로 노래와 춤을 잘하였으므로 가장 아끼는 여인이었다. 그래서 어떤 첩들과 달리 매일같이 그녀의 품속에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애첩을 달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쫀쫀하게 안된다고 거절할 수도 없었다.

눈여겨 본 처자가 있다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조희는 아닐 것이라고 애써 외면했었다. 그런데 그가 애써 외면했던 일이 다가오고 만 것이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내장이 뒤집히고 있었다. 그럼에도 큰 거래를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속을 삭이며 박장대소를 했던 것이다.

“제 계집이 그리 마음에 드셨단 말입니까?”

“글쎄요…….하지만 어찌 대인의 애첩을 내게 달라고 할 수 있겠소.”

자초는 여전히 여불위의 동정을 살폈다.

“좋습니다. 뜻대로 하시지요. 왕손께서 달라시면 내 무엇인들 못 드리겠습니까. 그 계집은 왕손께서 보신대로 정말 고운 규수이옵니다. 이곳 조나라의 명문대가의 규수로 제가 많은 공을 들여 맞았지요. 그녀를 처로 맞는다면 후회가 전혀 없을 것이옵니다.”

“참으로 참해 보입디다.”

자초가 내심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참하기로 말하면 어디 그만한 계집이 있겠습니까? 내 그를 애첩으로 두고는 있었지만 너무나 아까워 함부로 손도대지 못하였사옵니다.”

“함부로 손대지도 못하였다니요?”

“왕손께서는 애지중지하는 물건을 함부로 돌릴 수 있겠소이까. 그런 물건은 구석진 창고 속에 깊이 묻어두는 법이지요. 누가 볼세라 가슴조리고 누가 흠이라도 입히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지요. 조희는 바로 그런 계집이옵니다. 말로는 내 그를 애첩이라고 불렀지만 사실인즉 아끼고 아끼던 보물이지요.”

“대인의 그런 보물을 내가 달라고 하자니 어찌 염치가 없습니다.”

자초는 눈을 내리깔며 잔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아꼈던 애첩임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는 말이 마음을 놓이게 했다. 사실 그가 가지고 놀던 놀이게 감이라면 몇 번의 놀이 외에 처로 맞기에는 부적절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차에 여불위가 그토록 진귀하게 고이 간직했다니 듣든 중 반가운 소리였다. 자초는 여불위에게 술잔을 권했다. 또 한 순배 술잔이 돌았다. 정신이 혼몽할 지경이었다.  

“그럼 곧바로 혼례준비를 하겠습니다.”

“혼례는 무슨?”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말이 나온 김에 혼례를 올리는 것이 도리입니다. 빠른 시일 내로 준비를 끝내겠습니다.”

여불위는 흔쾌히 받아들이고 술을 마음껏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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