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국비사업 마다하고 민간자본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대전 중구 안영동의 뿌리공원 내부 모습. 성씨 조형물 넘어 유등천 건너편이

“대전시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330억 원 규모 뿌리마을 국비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디트뉴스24> 보도에 대해, 대전시와 해당 자치구인 중구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본보 12월 1일자 등 보도>

대전시는 “중구가 사전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구는 “대전시가 먼저 제안해 시작한 사업”이라며 “대전시에 민간투자사업 제안이 들어 온 이후, 태도가 돌변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중구, 대전시와 협의 없이 국비사업 진행했나?

대전시가 ‘효문화 뿌리마을 사업’ 추진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이유는 ‘중구가 사전협의 없이 사업을 추진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오월드와 뿌리공원을 포함하는 보문산 서측 행평근린공원 개발권한은 시장이 가지고 있는데, 대전시 공원관련 주무부서인 공원녹지과와 사전협의 없이 중구가 독단적으로 국비공모사업에 나서 선정됐다는 것이 대전시 입장.

그러나 중구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중구는 “국비공모사업을 처음 제안한 것은 다름 아닌 대전시 문화재종무과였다”고 강조했다. 대전시가 먼저 국비공모사업 참여를 제안해 놓고, 이제 와서 “사전협의가 없었다”고 하는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구는 문화재종무과 요청에 따라 ‘효문화 뿌리마을 사업’ 기초조사를 시작했고, 2015년 5월 문광부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도 중구는 문화재종무과와 수시로 실무협의를 이어갔고, 공원관련 주무부서인 공원녹지과에 협조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중구 관계자는 “당시엔 공원녹지과가 공모사업 추진에 대해 가타부타 별다른 회신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전시가 “전혀 몰랐다”거나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에 대해 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중구가 협조공문을 보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전협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는 것”이라며 “사전협의란 법률적 행정적 절차를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대전시가 ‘국비공모사업 선정’ 폄훼하는 이유?     

대전시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일자, 본보 ‘330억 뿌리마을 국비사업, 대전시 몽니로 좌초?’ 제목의 보도 이후, 대전시는 여러 경로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본보에 “팩트(사실) 왜곡”이라고 항의해 왔다. “국비가 확보되지 않은 불투명한 사업인데, '국비확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과장”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자치단체가 ‘중앙부처 사업공모 선정’을 치적홍보로 활용하기 위해 과대 포장하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이처럼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심지어 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문광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중구 ‘효문화 뿌리마을 사업’에 대해 “타당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사업”이라거나 “추진 여부조차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사업주체인 중구는 이 같은 대전시 평가에 대해 "사실이냐"고 반문할 정도로 놀라움을 표현했다. 중구 관계자는 “기재부 승인과 국회 예산반영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국비가 최종적으로 확보된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예산승인이 이뤄진 사업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중구는 공모사업 선정 이후 구청장이 직접 나서 국비확보를 위해 지난 9월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설명회까지 개최하는 등 총력전을 벌였다. 이 설명회에 충청권 국회의원 10여 명이 참석해 “국비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중구 설명이다. 

정작 중구의 국비확보 노력이 좌초위기에 빠진 이유는 기획재정부 사업검토나 국회 예산심사 단계가 아닌 대전시의 비협조 때문이었다.

중구 관계자는 “시를 통해서 중앙투자심사요청을 해야 하는데, 대전시 예산담당관실은 공원녹지과와 협의가 안됐다는 이유 때문에 이를 반려했다”고 말했다. 중구 입장에서 볼 때, 중앙부처 공모사업선정, 국회의원 설득 등에 성공했으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대전시 문턱을 넘지 못한 셈이다.

대전시와 중구, 해법도 동상이몽

대전시는 “시가 자치구 국비사업에 제동을 걸었다”는 시각도 잘못된 것이라고 강변했다. 시는 중구가 추진 중인 ‘효문화 뿌리마을 사업’ 내용 중, 민간사업자 제안과 중복되는 부분은 수용해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때문에 제동을 건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대전시는 ‘제2 뿌리공원’ 부지를 이미 수년 전에 지정해 두었기에 중구가 현 사업계획부지(관음지구)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대전시 제안에 대해 중구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 10월 17일 중구 부구청장과 시 환경녹지국장 등이 참여한 협의에서 시가 대체부지 활용, 중복사업 수용 등을 제안했지만 중구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구 관계자는 “시가 제시한 대체부지는 경사도가 급하고, 현 뿌리공원과 연결성이 떨어지는데다 묘지까지 다수 있어 이장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등 제2 뿌리공원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며 “중복사업을 수용하겠다는 것도 ‘효문화 뿌리마을’의 핵심인 제2 뿌리공원을 빼놓고 부대시설만 수용하겠다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전시정에 밝은 지역 정·관계 인사들은 대전시가 ‘효문화 뿌리마을 사업’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핵심 이유는 ‘민간투자사업 때문’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아직 윤곽조차 그려지지 않은 ‘민간투자사업’이 중앙부처 공모에 선정된 자치구 국비사업을 좌초시킨 주범이라는 의미다.

국비를 확보해 추진할 수 있었던 ‘상수도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시의회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간투자방식’으로 강행하려 했던 대전시. 이번엔 국비를 확보해 추진할 수 있는 공원개발에 ‘민간투자’를 유치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대전시가 ‘민간투자사업’에 ‘올인’하는 이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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