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2017 시즌의 도약은 투수력에 집중해야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야구는 어떨까?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투수진의 힘이 강한 팀이 강팀이 된다는 것이다. 두산베어스의 2연패의 가장 큰 원동력은 ‘판타스틱 4’라 불리는 선발 4인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대 야구는 선발, 중간, 마무리로 투수들의 역할을 세분화하고 있고 각 분야의 역할에 대한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중간 불펜진은 더 세분화해서, 던지는 이닝에 따라 롱릴리프, 원포인트 릴리프로, 경기 상황에 따라 필승조, 추격조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만큼 한 경기 또는 시즌을 치르면서 투수진의 역할이 중요하게 강조되는 현대야구이다. 물론, 선발 투수가 한 경기를 책임지면 가장 좋은 로테이션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은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레이스의 측면에서 보면, 꼭 좋은 현상만은 아니다. 혹자는 9이닝을 9명의 선수가 1이닝씩 책임지면 어떨까 라는 우스갯소리도 하곤 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야구는 진화되어 왔고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 각 팀의 감독들은 한정된 투수진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한 채, 팀을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게 되었다. 이게 바로 투수진의 역할 분담이다.

한화이글스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표현 중의 하나는 바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다. 물론 이 표현이 모그룹의 영향을 받아 생긴 것이기도 했지만 빙그레 이글스 시절의 이정훈, 이중화, 이강돈, 장종훈, 강정길, 유승안 등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타선이 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것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에 비해 투수진은 강력하지 않았다. 다만, 에이스의 힘으로 운영이 되곤 했다. 빙그레 시절의 이상군과 한희민, 한용덕 그리고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 최근의 류현진에 이르기까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슈퍼에이스들이 팀을 이끌었기 때문에 다른 팀들과의 경쟁에서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한화이글스가 구단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을 했던 1999년. 로마이어와 데이비스의 외국인 타자 듀오의 활약과 장종훈, 강석천, 송지만, 이영우 등의 타선의 활약이 빛을 발했지만 무엇보다 우승의 원동력은 든든한 선발이었던 송진우, 정민철, 이상목의 트리오와 언제든 마운드에 올라 든든하게 상대팀 타선을 틀어막았던 구대성이 버티는 투수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화이글스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2006년을 가보자. 1999년 우승의 주역인 외국인 타자 데이비스를 축으로 김태균, 이범호의 젊은 타자들과 김민재, 이도형, 신경현 등 베테랑들의 활약도 있었지만, ‘괴물 신인’ 류현진을 필두로 송진우, 문동환, 정민철의 탄탄한 베테랑 선발진과 ‘전천후’ 최영필의 반짝 활약 그리고 ‘대성불패’ 구대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 이제까지 한화이글스도 강팀이었을 때는 타선의 힘도 있었지만 투수진의 힘이 강력했을 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한화이글스가 강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투수력의 힘을 키우는 데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은 지난 2년 간 정상적인 로테이션으로 운영되지 않았고 많은 무리를 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젠 강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을 위해서 가장 선결되어야 할 투수진의 문제는 부상 선수들의 회복과 복귀이다. 특히, 지난 2년 간 중간에서 많은 피칭의 후유증으로 시즌 후 수술을 한 권혁과 송창식의 재활이 순조롭게 이루어져야 하고 선발진에 가담할 수 있는 안영명도 건강한 복귀가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수술 후 올시즌 복귀해서 좋은 피칭을 해줬던 윤규진과 이태양의 회복도 중요하다. FA로 합류해 시즌 막판 투수진의 버팀목이 되었던 심수창과 젊지만 전천후로 등판했던 장민재, 마무리임에도 긴 이닝을 자주 소화했던 정우람 그리고 투수진의 최고참 박정진의 피로 회복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스밀 로저스를 비롯해 마에스트리, 카스티요, 서캠프를 대신할 외국인 투수 두 명의 자리도 너무나 중요하다. 류현진의 해외진출 이후, 한화이글스는 한 경기를 책임져 줄 에이스를 가져보지 못했다. 2015년 후반기 잠깐 로저스가 그 역할을 해줬을 뿐이었다. 하지만 2016년의 로저스는 한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모든 팀이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에서 시즌을 치를 수는 없다. 하지만 미리 포기할 이유는 없다. 확실한 외국인 투수 두 명의 영입과 기존 선수들의 제대로 된 재활과 복귀 그리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은 다시 강한 투수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다양하게 활용할 선수들이 많다고 투수 운영을 변화무쌍하게 한다면 지난 2년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게 된다. 반드시 명확한 투수진의 역할 분담을 통해 로테이션을 운영한다면 한화이글스의 투수진은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오늘도 지난 9년의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훈련과 노력으로 2017년을 준비하고 있을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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