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가난한 흥부가 부양해야 할 아이가 아홉이나 되어서 빚도 잔뜩 짊어졌다고 치자.  친척과 이웃들의 걱정과 흉보는 소리가 가득할 것이다. 그런데도 철없는 흥부는 아이를 하나 더 낳아서 그 애만 비단옷에 고깃국과 쌀밥으로 호강하게 하고 일방적으로 귀여워한다면 다들 무엇이라 말할까?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지금 대전시교육청은 올해 말까지 2,894억 원의 빚 보따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500억 원의 예산을 국제중고등학교의 설립에 쏟아 붓겠다고 한다. 국제중·고는 설립에만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설립 이후 운영비도 다른 일반학교에 비해 더 들어가게 마련이다.

외국인 교사들을 배치하는 것도 필요하고, 일반학교에 비해 학급당 학생 수도 적을 뿐 아니라, 교육과정상 특별실이 더 많이 필요하여 학생 1인당 투여되는 학교 운영비가 더 많다고 보아야 한다. 국제중고를 교육청이 세운다면 운영비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국제인을 양성한다고 하지만 결국 외국어에 능통한 인재를 양성하는 외국어고와 차별적 요소를 찾기가 어려워 이중적 낭비라 할 수 있다. 교육청은 지역 인재가 타 지역으로 유출된다며 설립 명분을 찾지만, 우리 지역의 학생들이 다른 시·도 국제중고로 얼마나 진학하는 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쓸데없는 걱정으로 시민들을 현혹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걱정된다면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하는 고등학생들도 막아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교육청 관심가질 대상은 ‘국제중’ 아니라 다문화가정 자녀

그런데 여러 논란 가운데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입시 사교육을 더욱 확대 조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바늘구멍 같은 국제중 입학을 위한 초등학생들의 사교육을 부유층 학부모들이 선도하게 되면 보통의 학부모들도 뒤따르는 상황이 나타나게 된다. 그렇잖아도 초등생들마저 입시경쟁에 휩쓸리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상황은 더욱 가속화하게 된다.

인공지능시대를 넘어서야할 미래 세대에게 기존 입시경재체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고등학교로 보자면 학교 서열화의 맨 위에 위치한 국제고로 인해 학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창의력 발달이 필요한 시대에 입시교육이 확산되는 부작용이 더욱 깊어갈 것이다.

정작 교육청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대상은 따로 있다. 대전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정 자녀가 이미 1,531명(2015년 교육통계)이나 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어떤 교육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조사하고, 사회 적응을 도와주기 위한 특별과정이나 학교 설립 등의 조치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양식 있는 교육자들이라면 소외받는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눈을 돌리는 법이다.

입학생의 대부분이 조기 영어교육에 몰입한 초·중학교 졸업생이 차지할 수밖에 없는 학교라면 부유층 아이들이 유리하고 귀족학교라고 해도 별로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학교에 국고를 쏟아 붓는다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는 교육당국이 잘 알 것이다. 내년에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만으로도 다시 엄청난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려운 살림을 꾸려야 하는 대전광역시교육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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