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소속 유일하게 본회의 참석해 추경 처리..파행 불씨는 남아

수차례 정회 소동으로 파행을 빚었던 대전 서구의회의 볼썽사나운 모습은 결국 밤 10시에 속개된 회의에서 한명의 소신 행동으로 가까스로 막장 파행은 막을 수 있었다.

주인공은 새누리당 소속인 김철권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하루동안 서구의회에서 발생한 파행 운영의 중심에 서 있었다. 김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의원 9명과 함께 본회의장이 아닌 본회의장 앞 복도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치상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때마다 본회의장에는 최 의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만 참석한 채 새누리당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 의장은 더민주 의원들만으로는 본회의에 상정된 조례 제개정이나 197억원(일반 193억여원, 특별 4억여원)대 제2차 추경을 통과시킬 수 없었다. 제적의원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이라는 의결 정족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 의장이나 더민주 의원들은 새누리당 전원이 아니라 한명이라도 들어오길 바라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21일 밤 10시에 속개된 회의. 이때 김 의원이 홀로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김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미리 준비한 듯 A4 한장을 꺼내 "50만 구민을 대표해 집행부의 예산을 검토하고 논의하고 의결하는 것이 지방의회 의무 중 가장 큰 임무"라며 "등원 당시에는 당 공천을 받은 공인으로서 정당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나 원구성후 우리는 서구민의 희망을 실천하는 서구의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후반기 원구성 후 첫 의회가 개원도 되지 못하고 파행을 겪고 있고 집행부 추경 예산도 반쪽 검토로 서구의회는 파행의회라는 오명을 또 남기고 있다"면서 "서구는 대전의 중심이지만 서구의회는 전반기 파행, 후반기 또 파행으로 언론과 유권자로부터 지적받고 외면받고 있다"고 자성했다.

특히 최 의장과 더민주 의원을 향해 "이 자리에 계시지 못하는 의원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요구사항을 대화와 타협으로 수용해 줄 것을 부탁한다"며 새누리당과의 협의를 요청한 뒤 "서구민의 민의를 보살피고 집행부의 예산에 대해 의결권을 갖고 심도 있게 견제와 균형의 원칙으로 본연의 업무를 해야 한다"고 서구의원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조언했다.

그러면서 "전반기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아팠던 상황을 교훈삼아 대화와 양보로서 파행 서구의회 이미지를 극복해 달라"며 최 의장에게 부탁한 뒤 "임기 48개월 중 28개월이 지나 20개월만 남았다. 의원 상호간 대화와 토론으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선진의회로 앞서 나가자"고 호소했다.

김 의원은 이같은 발언에 이어 본회의장 자신의 자리에 앉아 예정됐던 조례 제개정과 제2차 추경안 처리에 힘을 보탰다. 사실 이날 190여억원에 달하는 제2차 추경안이 통과되지 않았을 경우 주민 반발의 우려가 제기됐었다. 추경안에 장애인활동지원금과 장애수당, 장애인연금, 장애인의료지원 등 복지 예산을 비롯해 지역숙원 사업과 관련한 예산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자칫 주민 반발을 불러올 수 있었던 파행을 김 의원의 소신 행동으로 막게 된 것이다.

김 의원의 행동에 대해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위 당론을 저해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김 의원은 당론을 저버렸지만 복지 예산이 담긴 추경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당론보다 더 소중한 지역민들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의원의 행동으로 모든 서구의회 파행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파행을 불러온 예결위원회 구성과 그에 따른 의장 불신임안 제출 등은 여전히 파행의 불씨로 남아 있는 상태다.

앞으로 서구의회는 예결위 구성이나 의장 불신임안 처리를 두고 최 의장을 비롯한 더민주 의원과 새누리당 의원간 치열한 대립과 갈등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김 의원의 소신 행동은 주민들 입장에서 호응을 얻기 충분해 보인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