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찬의 꿈과 희망이야기]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객원 논설위원

호랑이, 표범, 멧돼지, 사슴, 노루, 고라니, 산토끼, 고래, 거북, 상어, 물개, 바다 새, 물고기, 배를 타고 고래를 사냥하는 사람, 활을 들고 사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 바위절벽이 있다. 울산 태화강 반구대의 암각화에는 고대인들이 육지와 바다의 여러 동물들을 사냥하는 모습 등이 새겨져 있다. 단단한 돌연모로 쪼거나 갈아서 새긴 그림들이다.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객원 논설위원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 285호)는 태화강의 한 지류인 대곡천의 바위에 새겨진 그림으로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 시대까지 여러 시기에 걸쳐 동물, 물고기, 사람 등의 형상과 고래잡이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문자가 없었던 고대인들은 자기들의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그림으로 표현한 글자, 즉 표의문자가 최초의 정보통신 수단이었던 것이다. 약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이 세계 최초로 경남 남해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동물들도 발자국을 남겨 후대에 무슨 의미를 전하려고 했던 것일까?

문자는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표현욕구의 산물이다. 모래밭에 찍힌 발자국이나 끌고 가던 나뭇가지가 땅바닥에 새긴 자국을 보고 고대인들도 따라 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들이 식량으로 매일 접해야 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땅바닥에 심심풀이로 그렸을 것이다. 돌을 도구로 사용할 구 있게 되면서 바위에 돌로 사양하는 모습까지 새기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그림들이 인류 최초의 기록으로 남아 있는 문자인 것이다. 문명의 발전을 위해서는 신속한 소통과 공통으로 일치된 통신수단을 필요로 하게 되었던 것이다. 상호소통을 위한 소리, 즉 언어를 문자로 표현하고 기록으로 주고받으면서 문명의 발전은 점차 가속화된 것이다.

한글은 스물네 개의 자음과 모음만으로 모든 언어의 단어를 소리로 표기할 수 있다.  다른 어떤 문자로도 어려운 모음의 형태를 정확히 구별하여 표현할 수 있는 모음문자의 결정판인 것이다. 의성어 표현에 특히 뛰어난 한글의 언어 표현의 우수성은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슬기로운 사람은 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깨칠 것이요. 어리석은 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 는 기록에서와 같이 한글은 쉽고 간단히 익힐 수 있다. 한글은 발성 기관의 모양을 본뜬 자음과 천지인, 즉 우주를 뜻하는 모음으로 결합된 과학적인 체계와 철학적 의미가 함유된 창조적 문자라 한다.

한글은 백성, 즉 모든 국에게 읽고 쓰기 쉬운 글자가 필요하다는 홍익인간의 견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한 국가의 왕인 세종의 의지에 의해 창제되었지만 권력, 통치, 지배의 의도에서 생겨난 의사전달의 도구가 아닌 것이다. 한글이라는 정보통신의 이기를 통하여 모든 백성이 소통이라는 평등을 누림으로써 발전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홍익인간’은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한다는 의미로서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며 교육이념이다. 교육기본법에서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여 교육이념을 밝히고 있다.

문자는 그것을 습득한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을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따라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부류끼리 모이면서 분류된 집단이 생기고 점차적인 사회계급의 분화가 일어나게 된다. 모든 인류는 교육을 통해서 평등을 이루고 민주화될 수 있다. 교육은 모든 사람들이 쉽고 평등하게 사용할 구 있는 언어와, 그를 표기할 수 있는 문자를 통하여 전파될 수 있다. 문자를 통한 정보통신과 상호소통으로 인류공영이라는 홍익인간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발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종이문화인 서적이 줄어들고 휴대통신기인 전자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문자는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것이다. ‘홍익인간’이 우리 민족적 이상인 것처럼 ‘한글’ 역시 우리 ‘국민의 혼’이 되어야 한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온통 영어로 된 말을 쏟아놓고 영어 자막으로 치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영어와 우리말을 혼합한 합성어를 남용하여 그들이 아니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한국인을 위한 한국 방송이고 한국 신문이라면 모든 한국인이 알아듣고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말이 우리를 부류와 계급으로 분리되어 사용된다면 한국, 한국인이라는 공동체를 하나로 결속시키지 못하고 한국, 한국인의 발전을 지속시키게 된다. 평등한 민주사회 속의 백성을 위한다는 ‘홍익인간’이라는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이념에 어긋나는 것이다. 훌륭한 통치자와 정치인들이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국가의 주체가 되는 국민들이 그 국가의 자존과 민족정신을 버린다면 문화국민으로서 앞선 세계화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일제 강점기 때, 우리말을 쓰지 못하고 창씨개명까지 당했던 우리 선조들이다. 그 선조들이 아직도 살아계신다. 그들이 조선, 한국, 한국인의 혼을 말살시키기 위해 집중했던 것이 한글 이름을 없애는 창씨개명이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가장 한국적으로 발전시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세계인’의 첫걸음이다. 시류에 따르는 세계화가 아닌, 세계를 앞서가는 세계인, 우리의 자존인 ‘한글’ 정신에 따른 ‘한글’의 발전으로부터 이루어질 것이다. 한글정신과 한글사용을 강조하는 방송과 보도가 한글날 단 하루만 있을 뿐,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영어를 쏟아내어 유식(?)한 체한다. 우리말부터 버리는 우리, 우리의 역사, 문화, 정신, 혼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모든 한국인은 ‘한글’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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