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교직원회의가 열리건, 간부회의가 열리건 모든 교사들의 손에는 교무수첩이 들려있다. 회의가 시작되면 무언가 쓰려는 듯 수첩이 펼쳐지고, 각 부서별 전달사항이 나열하듯 발표된다. “교무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2학기 학교운영설명회가 있습니다. 학급당 10명이상 학부모가 참석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생기부의 출결사항의 특기사항란을 기재하실 때에는..... 교육연구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교원능력개발평가와 관련해서 동료평가를 반드시 실행해주시기 바랍니다. 학생부에서.......”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죽 발언하면 손에 든 필기구가 가볍게 흔들리면서 열심히 글씨를 써대는 분위기로 바뀐다. 마치 받아 적기를 하는 학생들 같다. 학교장이나 교감의 지시와 전달 사항도 빠지지 않는다.  이것이 30년 넘은 교사생활 동안 보아온 회의의 풍경이다. 학교의 중요한 운영과 관련된 안건을 미리 올리고 이를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틀에서 이미 공지된 사항들을 지시하고 점검하는 자리가 희의다. 학교내 네트워크인 메신저가 있어 이미 전달되어 알고 있는 사항마저 또 다시 반복되지만 교사들은 참을성이 뛰어나다.

상명하달 식 관료적 비민주적 학교문화

이러한 학교의 분위기는 상명하달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이 틀이 바뀌지 않는 것은 그만큼 학교가 관료적이며 비민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교사들이 학교의 주체라지만 학교 운영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 함께 뜻을 모으는 민주적 의견 수렴 절차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청에서 내려온 지침이니 지시에 따라 학교장은 집행을 요구하고 감독하는 것이 본연의 책무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한 하달된 지침이나 지시를 얼마나 제대로 집행했느냐가 학교평가에서 우수학교의 기준이 된다.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면 교사들을 다그치기 일쑤다. 자신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교사들은 외면당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학교 내에는 각종 위원회가 있어 구성원인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있지만 결국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학교장의 의견에 반해 교사나 학부모들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는 어려운 것이 현재의 구조이다. 대부분의 위원회는 학교장의 자문기구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위원회가 의결한다 해도 학교장이 재의 요구를 하거나 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직원회의 법적 기구로 보장 받아야

학교에서의 일상생활과 모든 과정은 교육적이어야 한다. 학교의 환경과 그 곳에서 생활하는 모든 것이 학생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에서 교사들의 역할이 막중하지만, 거기에 맞먹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 학교의 운영 구조이다. 학교의 중요한 결정은 반드시 교직원회의에서 안건으로 토론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직원회의가 법적인 기구로서 보장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학교 내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현재의 학교운영위원회와 함께 의결기구가 되어야 교사들의 학교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들 또한 학생회가 직선으로 선출돼 구성되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했는지를 살펴보면 학생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중등학교에서도 학생회 회의는 학생들의 권리와 관련되기보다 ‘두발 단정하게 하기’,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 ‘금연 결의’ 등 학생부에서 미리 준비한 안건으로 채워져 주로 의무와 책임에 속한 사안들이 논의된다.

학교는 그 자체로 교육이어야 한다. 학교의 운영 구조가 어떠한가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그 구조가 민주적이라면 그 속에서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배울 것이요, 그것이 전제적이고 비민주적이라면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거나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기피하게 될 것이다. 학교가 민주주의의 학습장이 될 때, 우리 사회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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