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찬의 꿈과 희망이야기]

티 없는 가을 하늘, 쟁반같이 둥근 달, 천고마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결실의 계절, 가을을 대표하는 표현들이다. 예전에는 추석에도 추석빔이라 하여 새 옷을 입었다. 없던 시절이라 추석빔으로 또 한 겨울을 나야 했다.

새 옷을 입고 새신을 신으면 하늘을 날 것 같은 명절, 친척들을 만나 기쁜 소식으로 밤을 새우듯 보냈다. 무탈하게 돌봐주신 조상들께 감사하고, 한 해 동안 서로 도운 이웃에게 감사하고, 함께 감사와 기쁨의 시간을 갖게 됨을 또 감사하는, 즐거움과 고마움의 시간이다.

민병찬 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객원 논설위원
땅이 흔들리고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일어났다. 감사와 즐거움은 자조와 고통으로 변했다.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역대 최대의 강진이라 했다. 경주와 포항 일부 주민은 지진이 나자 놀라서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에어컨 위에 올려둔 물건이 떨어졌다. 아파트 방안의 TV가 떨어져 가슴을 다쳤다, 바닥이 덜덜덜 하면서 식탁 위에 있는 등이 흔들거려 급히 식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2차 지진에 놀란 주민의 비명이 들리기도 했다. 아파트 방문이 덜덜 흔들리기도 하고 겁나서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했다. 야간 학습을 하는 학생들은 도중에 귀가했다. 시골 마을에서는 노인들이 집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 모여 있었다. KTX 열차는 긴급 정차하기도 했다. 감사와 기쁨의 명절을 앞두고 넘어진 벽을 쌓고 무너져 내린 지붕을 수리해야 했다. 전국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호사다마(好事多魔)요,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불행은 제 홀로 오지 않는 것인가? 규모 5.8 지진 발생 후 일주일 만에 여진이 400여회나 발생했다. 추석 연휴 기간 중에 태풍 말라카스의 영향으로 남부 지방에 최고 2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지진 피해를 복구 중인 가운데 곳곳에서 담벼락이 넘어지고, 집과 도로가 침수되기도 했다.

기와가 파손돼서 임시로 천막으로 덮어놨으나 비가 샐까 걱정이다. 비가 새는 지붕을 덮은 천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환란 중에도 기쁨은 사람을 가려서 찾아가는가 보다. 20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에 함박웃음을 웃고 있는 의원님들 얼굴 옆에 ‘교실 곳곳에 균열 생긴 43개 초등학교 중 29곳 수업 강행’이라는 기사가 붙어 있다. 학교 건물 골격에는 문제없으니, 피해 현장을 여유(?) 있게 점검한단다. ‘세월이 약이겠지요’ 사건(?) 이후 국민안전에 대한 특별 대책을 마련했다.

국민안전을 강화하겠다고 조직과 인원을 잘(?) 갖춘 새로운 행정부서다. 짙은 안개에 안전 운전 하라고 새벽부터 비상문자를 울려댔다. 불과 수 초 만에 결정해야하는 원전가동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데 3시간 밖에(?) 안 걸렸다고 한다. 전국을 불안에 떨게 했던 지진이 났을 때에는 땅과 건물이 울리는 소리만 들렸을 뿐이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초지일관(初志一貫)이 중요하다. 그 초지일관은 굳은 신념과 오랜 습관화로부터 온다. 내 임기 중 내 사업을 꼭 이루어내야 한다. 내가 아니면 국민을 위한 훌륭한 업적을 이룰 사람이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초지일관’으로 내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 천재적인 발상과 전능한 능력을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된다.

겨우(?) 4개 밖에 안 되는 강물을 막았다고 비난하면 안 된다. 관광산업을 위해서는 외국인의 사소한(?) 범죄나 땅과 집을 조금 차지했다고 해서 문제될 게 없다. 국가를 살리는 대기업에 세금 조금(?)으로 회생시키는 것은 당연지사 아닌가? 예산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고, 결의 좀 늦춘다고 직무 태만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있어야 남도 있는 것이니, 공약 많이 하고 인기몰이 좀 한다고 해서 그렇게 눈총을 받을 일인가? 

오호 통재(痛哉)라,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저출산과 일자리 대책 문제, 결자해지이니 개인과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다. 저성장 경제와 급박한 국제 정세의 내우외환, 때가 되면 해결될 일이니 노심초사 하지 말 지어다.

서민의 가계 부채와 비정규직 임금 차별 문제, 모두가 부자 될 수 없고 똑같은 대우 받을 수 없음이 모든 사회의 현실이니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알아야 한다. 지진과 폭우 같은 재난 문제, 매사가 하늘의 뜻이오니 대천명(待天命)을 거스르지 마라.

선거 유세 때 초심(初心)이 있었다 하나 견물생심(見物生心)이 인간의 속성인 것을 어찌 할거나. 세수(稅收)를 올렸다 하나 금의옥식(錦衣玉食)이 삶의 목적이니 일어탁수(一魚濁水) 한다고 화낼 일도 아니라. 무한한 능력에도 만사여의치 않음이니 그때그때 조삼모사(朝三暮四)를 서운해 할 일도 아니라. 몇 안 되는(?) 정책과 법안 결정이 늦는 것은 골육상쟁이 아니라 뛰어남(?)이 난형난제이니 유유상종의 일치로 단합하는 단일민족임을 보여줌이라. 천고마비 호시절에 다난사는 마이동풍으로 흘리고 호구지책에 매진하여 천하태평 시대에 여민동락하여 즐거운 노후생에 대한 밝은 희망을 가짐이 민생의 도리이라. 목불인견(目不忍見).

국민체조, 국민교육헌장, 새마을운동 등으로 ‘잘 살아 보세!’를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잘 사는 세상’은 물질적인 풍요와 육체적 편리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거나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말은 과거가 아닌 오늘날의 질적 공리주의를 일컬음이 아닐까?

세계사와 국사를 대학에서 교양 필수과목으로 공부했던 적이 있다. 대학 수학 능력 고사에 선택과목이던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채택되었다 한다. ‘너 자신을 알라’ 역사를 아는 것은 자신을 깨우치는 것이다. 한 나라의 역사는 그 민족의 문화와 정신의 거울이다. 자신을 비춰보고 위치에 맞게 처신하는 높은 분들을 기대한다.

달달 무슨 달 거울같이 맑은 달 누구누구 비추나 그대 얼굴 비추지♪. ‘거울같이 맑은 달’에서 희망과 기쁨을 환하게 바라볼 수 있는 믿음을 기대한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가 아닌 ‘나는 행복합니다~’ 하고 콧노래를 부르고 싶다. 우리 가슴에 환한 보름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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